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Apr 26. 2020

[20-04-04] 주간제이팝

milennium parade, 료쿠오쇼쿠샤카이, 가도로 등

[SINGLE]

밀레니엄 퍼레이드(millennium parade) ‘Fly with me’

킹 누(King gnu)의 멤버 츠네다 다이키가 이끄는 솔로 프로젝트 밀레니엄 퍼레이드. 강한 퍼커션과 웅장한 혼 세션의 에너저틱함이 듣는 이의 흥분지수를 순식간에 끌어올리는 5개월만의 신곡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의 영향으로 수많은 음악을 접합과 동시에 첼로를 전공하는 등 그 스펙트럼의 광활함은 익히 알려진 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소스들을 정돈없이 한 공간으로 몰아넣음으로서 유도하는 그 혼잡함이야말로 곡이 노리고 있는 킬링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이랄까. 킹 누에서는 조금 순화시켜야 하는 그러한 자신의 역량을 앞뒤 안재고 맘껏 방출한 노래.


럭키 테잎스(LUCKY TAPES) ‘Mars’

가스펠의 향취가 물씬 풍겨오는 혼 세션의 인트로가 밴드답다. 타카하시 케이의 보컬은 여전히 물 위를 부유하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해주며, 그렇다고 결코 보조를 자청하지는 않는 존재감 뚜렷한 연주들 역시 언제나 그렇듯 발군. 특히 후렴의 반복되는 멜로디를 통해 싱어롱을 유도하는 구성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을 듯하다.


바운디(Vaundy) ‘Bye by me’

블랙뮤직 기반의 도회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던 지난번 싱글과는 또 다르다. 요즘 포텐이 터지려는 기미가 조금씩 보이는 아티스트의 신곡은 컨트리라고 하는 지난번과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스틸 기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원적인 풍경이 같은 뮤지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생경함을 자아낸다. 그 와중에 꼿꼿이 자신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보컬. 히라이 다이나 후지와라 사쿠라가 떠오르는 적당히 힘을 뺀 채 뱉어내는 그 호소력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노벨브라이트(novelbright) ‘君色のノート’

‘Walking with you’의 역주행으로 순식간에 록 신의 신예 자리를 꿰차고 있는 노벨브라이트. 이번 작품 역시 정석적인 팝록 사운드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려는 목적성이 분명한 싱글이다. 곡 전반에 따라붙는 현악 세션과 함께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는 듯한 상쾌함을 전해주는, 누가 들어도 호불호 없을 듯한 노래. 오는 5월 정규앨범 발매 후 메이저 데뷔가 유력해보인다.


고!고!바닐라스!(go!go!vanillas) ‘アメイジンググレース’

어쿠스틱의 느낌을 십분 살린 부담스럽지 않는 록 사운드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밴드의 싱글로는 1년 3개월만의 작품. 오리엔탈의 이국적인 전/후주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어느 부분 하나 허투루 지나가지 않는 타이트한 편곡 센스가 빛난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밝은 사운드가 막강 태그를 맺고 있는, 듣다 보면 기분 좋아지는 트랙이다.


아이(AI) ‘ギフト’

초반부터 느껴지는 것은 영미의 팝 조류를 적극 반영한 곡 스타일. 최근 기존의 제이팝 스타일을 탈피하려는 아티스트가 많아지는 추세이나, 아이는 지속적으로 이러한 탈일본의 커리어를 이어왔던 대표적인 가수이다. 보다 부르는 이의 자유도를 보장하는 멜로디의 흐름이 더욱 그의 가창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후렴이라고 해서 더욱 악기를 우겨넣기 보다는, 공백은 공백대로 두고 기존 소스를 강조하거나 템포에 변동을 줌으로서 기승전결을 만들어 내는 구조 역시 인상적.


[ALBUM]


sabotage
Mela!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 < SINGALONG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올해 브레이크 1순위 밴드가 선보이는, 그 가설을 현실로 만들어 줄 메이저 첫 정규작. 멤버 모두가 작사작곡이 가능한 덕분에 일관성 속 다양한 갈래의 수록곡들을 경험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어느 한 곡 대중성을 소홀한 트랙이 없다는 점이 놀랍다.


상승조의 멜로디가 뻥 뚫린 개방감을 맛보게 하는, 나가야 하루코의 가창력이 십분 발휘되는 ‘sabotage’, 키보드와 혼세션과 더불어 그루비한 팜뮤트 피킹이 풍성함을 자아내는 ‘Mela!’, 다소 상투적인 스타일을 멜로디와 가창으로 뻔하지 않게 탈바꿈시키는 발라드 ‘想い人’, 가벼운 어쿠스틱 사운드가 전반부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愛のかたち’ 등 어느 한 곡 하나 거를 수 없는 러닝타임이 이어진다. 조금씩 축적해 온 경험치를 쏟아내 명확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단연 올해의 앨범 중 한자리를 차지할 작품.


케이지엠(kZm) < DISTORTION >

1990년대 뉴메틀을 연상케 하는 랩메탈 ‘Star Fish’부터가 범상치 않다. 힙합크루 옌타운(YENTOWN)의 멤버인 그의 신보는, 랩이라는 정체성만 유지한 채 장르를 가리지 않은 요소들을 덧붙인 멋진 콜라주 작품으로 다가온다. 같은 크루의 Chaki zulu의 지휘 아래 노다 요지로(RADWIMPS), 오부쿠로 나리아키, BIM, 5lack 등 호화 피처링진이 참여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


둔탁한 베이스와 사이렌 소리와 같은 소스를 곡 전반에 깔아 몰입을 유도하는 ‘27CLUB’, 비장미 어린 신을 피아노와 드럼으로 구현함과 동시에 랩과 보컬의 교차가 이색적인 트랙 ‘Anybody…’, 가벼운 일렉트로니카 터치로 변곡점을 만드는 ‘バグり’ 90년대 댄스뮤직의 향수가 살아있는 ‘G.O.A.T’, 노다 요지로의 솔로 프로젝트 일리언의 앰비언트가 십분 반영된 ‘追憶’ 등 일반적인 힙합 앨범이 그리는 궤도를 큰 폭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곡에 따라 톤을 넘나드는 그의 랩핑 또한 앨범 전체의 텐션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하는 요소.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 애티튜드를 통해 만들어 낸 어디에도 없는 유니크함. 그것이 애플뮤직 앨범 차트에서 킹 누와 히게단의 장기집권을 잠시나마 중단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일 터.


가도로(GADORO) < 1LDK >

트렌드와는 담을 쌓은 붐뱀 및 올드스쿨 기반의 힙합으로 자신만의 세력을 굳건히 구축한 가도로. 지난번 메이저 데뷔앨범 이후 개인 레이블을 세우고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천명하고 있는 통산 네번째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일본의 힙합신을 다시금 실감케 해주며, 1990년대 초중반의 힙합을 즐겨 들었던 우리나라의 리스너들에게 더욱 친숙할 결과물로 완성되어 있다. 정직한 붐뱁 비트에 디스토션 기타를 끌어들여 보다 강성의 어프로치를 유도한 ‘U love song’, 서정적인 신스루프 위로 자신의 다짐을 아로새기는 ‘ありのまま行こう’ 등 확실한 주제의식 속에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보편성 있게 풀어내고 있다,.


미야비(MIYAVI) < Holy Nights >

미야비하면 비주얼 록 시기를 떠올리며 추억 속에 묻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앨범을 통해 그가 건재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예전에 기타리스트로서의 모습은 최대한 억제하고 보다 음악 전체를 다루는 프로듀서/뮤지션으로서의 모습이 더욱 부각되어 있는 정규 12번째 작품. 조금씩 월드 와이드 지향의 음악으로 전환해왔던 만큼, 이번 역시 여러 국적의 뮤지션들과 함께 경계가 없는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스피디함을 무기로 삼은 ‘Need for Speed’, 전형적인 EDM 구성과 제이팝의 선율감, 매력적인 기타리프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현한 ‘Holy Nights’, 멜로우한 정서가 달콤하게 퍼져나가는 ‘Perfect Storm’, 마지막에 가서야 기타리스트라는 자아를 해방시키는 ‘DAY1’까지. 그가 어떻게 진화하여 지금에 이르렀는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키즈나 아이(Kizuna AI) < Replies >

버추얼 유튜버 열풍을 불러온 키즈나 아이의 첫 EP. 베스트 앨범에 가까웠던 첫 정규작 이후 1년여만에 신곡으로 채워진 미니앨범을 들고 나왔다. 듣다 보면 말할 때 음색과 노래할 떄 음색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잘 매만져진 일렉트로니카 팝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의 캐릭터와 잘 부합하는 반짝반짝함이 묻어나온다. 이렇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착착 나아가고 있는 이 버추얼 스타의 행보. 라이브를 한번쯤은 보고도 싶어진다. 이미 섬머소닉 출연경험도 있는 베테랑 퍼포먼스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20-04-03] 주간제이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