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 모토하루(佐野 元春) < Someday >
2012/01 작성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미 거리는 어두워진 시각, 휘황찬란한 불빛과 간판들을 헤치고 힘겹게 운전대를 잡는다. 전 재산을 털어서 구입한 차의 최신식 카 스테레오를 켜고 입에 문 담배연기와 함께 지난날들의 꿈을 회상한다. 그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 사내의 애수어린 목소리. “Maybe I'm a loser Baby I'm just a dreamer かまわないで 好きにさせて(상관하지마, 날 내버려둬)”
러닝타임 동안 자연스레 그려지는 풍경이다. 길고 긴 커리어 속에서도 결코 변화의 움직임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일본 대중음악의 개척자 사노 모토하루. 그는 초기 3부작 중의 최종작이자 결정판인 < Someday >로 1980년대 초 창궐했던 시티 팝(City Pop)의 밑그림을 일필휘지로 그려나갔다. '대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주제로 했던 이 경향은 메인스트림 록을 기점으로 한 그의 대중적 기지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마음껏 발했다. 이렇게 그의 이름은 차트에 처음으로 수를 놓았다.
후(The Who)의 피트 타운센드(Pete Townshend)를 보고 처음 기타를 잡았던 그는 고등학교 때 밥 딜런(Bob Dylan)에 심취했고, 이어 잭 케루악(Jack Kerouac)을 비롯한 비트 세대에게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 그렇다고 음악적인 표현법까지 같은 길을 따르지는 않았다. 1970년대 후반부터 팝과 록의 구분이 무의미했던 일본의 음악 신은 그를 파퓰러한 감성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자각조차 하지 못했던 이 천덕꾸러기는 특유의 감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노래로 풀어내며 꿈이 곧 현실이고 좋아하는 것이 자신의 길임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렇게 다년간의 활동 속에서 처음으로 거둔 상업적인 성과의 의의는 단순히 '음악이 좋다'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언어가 핫피엔도(はっぴいえんど)가 정착시킨 '일본어 록'의 형식에 반전을 주었다는 것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영어와의 혼용과 더불어 일부러 발음을 흘려 자유로움을 도모한 이 '서양식 일본어'는 운율과 어조라는 부분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들였다. 한 음에 몇 음절씩 우겨넣는 이 스타일은 '일본어 록'의 진화였으며, 이후 사잔 올스타즈(Southern All Stars)의 쿠와타 케이스케(桑田佳祐)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게 된다.(한 예로 몸을 뜻하는 일본어 카라다(体, からだ)를 케라에다(Keraeda)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랩의 시초격인 시도 또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물론 본격적인 힙합과의 접목은 미국으로 건너간 뒤 발매했던 < Visitors >(1984)에 본격적으로 드러나 있지만, 이 작품에서도 부분부분 멜로디를 배제한 읊조림을 발견할 수 있다. 리듬을 타며 자신의 감정을 읊어 내려가는 모습은 분명 라임만 없을 뿐 랩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렇게 그는 시대를 앞서 가면서도, 이와 동시에 사람들과의 교감을 잊지 않고 대중적인 소스를 계속해서 음악의 재료로 사용해왔다. 이렇듯 먼저 달려가 길을 이끌어주는 모습. 그것이 음악사에서 높게 평가받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힘들게 집에 들어와 불 꺼진 방에서 생일 케이크의 초만으로 서로를 비추며 축하해주고 위로해주는 장면이 떠오르는 멋진 코러스의 '二人のバースデイ(두사람의 생일)', 트럼펫과 베이스 라인의 절묘한 궁합 속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Downtown boy' 등 수록곡들은 순수함을 계속해서 강조하며, 이는 객지생활의 번잡함으로 상실된 낭만을 되짚는다. 마치 우리가 진심을 간직하려 발버둥 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로망을 긍정적인 꿈으로 가져가기 위함이라는 듯이. 그리고 명곡 'Someday'에서 그는 말한다. 'この胸に(이 가슴에) SOMEDAY ちかうよ(맹세해) SOMEDAY 信じる心いつまでも(믿는 마음 언제까지나) SOMEDAY'. '언제까지나' 뒤에는 비록 서술어가 없지만 우리는 충분히 알 수 있다. '간직할게'라는 구절이 생략되어 있음을.
과도하게 울리는 피아노의 잔향이 번져가는 가로등의 불빛과 겹쳐 보이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세계에 동화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적극적으로 도입된 필 스펙터(Phil Spector) 발(發)의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는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이 아닌 감정의 분발을 촉구하는 하나의 호소로 사용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분명 이러한 연유일 것이다.
일정한 스타일을 고수해 온 아티스트들과는 달리 사노 모토하루는 절대 이 앨범 하나로 평가할 수 없는 뮤지션이다. 그가 닦아 온 길을 되짚어 보는 것은 그야말로 일본 음악사의 발전상을, 그리고 새로운 것들이 어떻게 정착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앨범이, 그리고 'Someday'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그가 이렇게 많이 언급되는 일이 가능했을까. 어찌 보면 모험의 기반은 이때 완성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수활동을 반대하던 그의 아버지가 처음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었던 이 '차도남의 센티멘탈 스토리'는 '그를 빼고는 일본 록을 논할 수 없다'라는 문장에 오류를 삭제하고 근거를 덧붙이는 기념할 만한 반석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 수록곡 -
1. Sugartime
2. Happy man
3. Downtown boy 추천
4. 二人のバースデイ(두 사람의 생일) 추천
5. 麗しのドンナ・アンナ(어여쁜 자태의 Donna Anna)
6. Someday 추천
7. I'm in blue 추천
8. 真夜中に清めて(한밤중에 깨끗이 만들어줘) 추천
9. Vanity factory 추천
10. Rock'n roll tonight 추천
11. サンチャイルドは僕の友達(선차일드는 나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