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Misia) <Mother Father Brother Sister>
2011/12 작성
히트곡 하나로 그 뮤지션의 이미지가 굳어져 버리는 것만큼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 또 있을까. 'Everything'의 대히트로 발라드 여제라는 뜻밖의 자리에 오르게 된 미샤가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보컬에서 묻어나는 체취가 분명 자신의 길은 따로 있음을 피력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 Just Ballade >(2009)처럼 슬로우 템포에 치중한 행적은 팬이나 가수 본인에게나 아쉬운 점이다. 이것이 대중을 위한 양보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많은 이들이 일본 알앤비 신의 원류로 우타다 히카루를 꼽는다. 예고 없이 나타나 70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킨 이 싱어송 라이터의 등장은 그 기름진 텃밭에서도 끝끝내 경작에 실패했던 소울과 리듬앤블루스를 너무나도 쉽게 메인스트림에 안착시켰다. 이 과정을 언급할 때 사람들은 항상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자연스럽게 간과하게 된다. 바로 미샤의 이름을 단 블랙뮤직 기반의 작품이 반년 이상을 앞서 발표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를 다시금 재조명해야 할 의무는 바로 이 점에서부터 비롯된다.
다시 말해 우타다 히카루가 연착륙을 할 수 있도록 활주로를 만들어 놓았다고 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이 리허설 덕분에 일본 대중들은 'Automatic'을 훨씬 거부감 없게 접할 수 있었지만, 그 결과 씨앗을 뿌린 공로는 한사람에게 치우쳐져 버리고 말았다. 제이 팝의 정서와 로린 힐(Lauryn Hill),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 류의 비트 있는 흑인 음악을 절묘한 비율로 섞어낸 녹록치 않은 완성도였기에 실질적인 '개척자'로서의 업적에 대한 과소평가가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다. 과연 < Mother Father Brother Sister >의 히트가 없었다면 그 17세의 초신성이 이렇게나 성공적으로 열도에 정착할 수 있었을까.
지금은 중저음을 보강해 무게감 있는 보컬로 거듭났지만, 이때만 해도 타고난 하이톤 보이스를 이용한 리드미컬한 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여기에 파퓰러한 멜로디, 명확한 일본어 가사로 미뤄보면 '일본대중음악의 영역 내에서 알앤비의 터전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 그녀의 비전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이 데뷔작은 300만장에 가까운 판매량을 올리며 명실상부 대표작 반열에 올라섰다. 에스이에스(SES)의 '감싸 안으며'의 원곡으로 알려진 수록곡 'つつみ込むように…(감싸 안듯이)'가 가지는 2년 반의 격차는, 새로운 장르 전파에 대한 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펑키한 반주에 소름 끼치는 가성을 얹으며 자신의 등장을 만천하에 알리는 'K.I.T', 뉴 잭 스윙 리듬과 말끔한 선율이 빛나는 '恋する季節(사랑하는 계절)의 초반부가 증명하는 것은 바로 그루브한 업템포 넘버가 그녀의 체질이라는 사실이다. 키보드를 깔고 사이사이를 기타의 와와 사운드로 단단히 조이는 'Cry'까지는 몸풀기, 'Interlude #2'를 지나면 장장 5곡으로 완성되는 하이라이트가 기다린다. 이처럼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오히려 대중성을 여과 없이 발휘하는 '슬로우 스타터'형 앨범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小さな恋(작은 사랑)', '陽のあたる場所(햇빛이 드는 곳)을 통해 이룩한 것은 바로 타국의 레퍼런스를 반석으로 한 자신만의 정체성 완성의 일면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미샤의 음악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커리어에 있어서 후퇴를 의미한 적은 없었다. 최근에 < Soul Quest >(2011)와 커버집 < MISIAの森 -Forest Covers- >(2011)등에서 충분히 체감 가능한 꾸준함은 많은 아티스트들의 귀감이 되기에 이미 충분하다. 다만 있어야 할 자리에서 약간 밀려나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분명 우리들이 알아야 하는 일면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글을 읽고 앨범을 접하게 되는 이들이라면 분명 알 것이라고, 또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샤는 그저 'Everything'을 부른 가창력 좋은 가수가 아닌, 바로 이 < Mother Father Brother Sister >로 새 지평을 열어젖힌 역사적인 아티스트로 기억되어야 한다는 것을.
- 수록곡 -
1. Never gonna cry! strings overture
2. K.I.T 추천
3. 恋する季節(사랑하는 계절) 추천
4. I'm over here 〜気づいて〜(~깨닫기를~)
5. Interlude #1
6. Tell me
7. キスして抱きしめて(키스해줘 안아줘)
8. Cry 추천
9. Interlude #2
10. 小さな恋(작은 사랑) 추천
11. 陽のあたる場所
12. 星の降る丘(별이 지는 언덕) 추천
13. つつみ込むように…(감싸 안듯이) (DAVE“EQ3”DUB MIX) 추천
14. Never gonna cry!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