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카(絢香) < The Beginning >( 2012)
2012/02 작성
열이 나야 나에게 비로소 몸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를 지켜주는 이의 소중함도 결국에는 사라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법이다.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아 톱가수의 대열에 들어섰지만 그에 뒤따라온 부담감, 톱배우 미즈시마 히로(水嶋 ヒロ)와의 결혼발표와 앓고 있던 희귀병에 대한 고백까지. 희로애락의 터널을 급속도로 빠져나왔던 아야카에게 2년 동안의 휴식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을 뼈저릴 정도로 감사히 여길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활동을 중단할 때까지도 판매량을 의식한 동정팔이 마케팅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녀가 공백을 깨고 내놓은 의지의 소리는 예상보다 덕분에 훨씬 큰 호소력을 동반하고 있다.
2008년 '三日月(초승달)'를 부르던 그녀는 확실히 미완의 싱어송라이터였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원숙한 음색과 표현력은 어쨌든 경험 없는 '만들어진 감정'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고, 작곡 실력 역시 온전히 앨범을 지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선입견 극복의 단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그 동안 겪었던 시련과 아픔이 내면의 그릇을 조금씩 채워갔다는 증거라 할 만하다. 시디를 돌리는 순간 들리는 단단해진 목소리, 그녀의 성장을 확신케 하는 순간이다.
잔잔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조금씩 듣는 이들의 마음을 적셔가는 'はじまりのとき(시작의 시간)'에 새로운 시작에 대한 정의가 응축되어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더라도 나는 나로서 살아가겠다는 다짐은 노래 자체의 힘으로 분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분명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설득력이다. 음악을 마주 본다는 것은 주변에 있는 것들을 지켜나가는 것, 그로 인해 가슴을 열고 변화하는 주위 사람과의 관계를 하나하나 받아들여가는 것임을 외치고 있다.
'はじまりのとき(시작의 시간)'가 '깨달음'이었다면 'Hello'는 '출사표'에 비견될 만하다. 꿈이 일상이 된 순간 없어진 설렘을 다시 찾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겠다는 가사가 록 편성의 반주와 함께 상처투성이였던 지난날에 굳은살을 붙여가는 인상을 준다. 다만 '시작'이라는 단어에 많은 표정이 있음에도 너무 이를 비장하게만 표현하다보니 전체적인 구성이 단조롭게 느껴진다. 본인이 프로듀싱을 한데다가 작곡 또한 거의 피아노로 이루어져 곡간의 간격이 넓지 않은데, 트랙마다 감수성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어 러닝타임이 벅차게 여겨질 소지 또한 다분하다.
그렇기에 '空よお願い(하늘이여 제발)'나 'そこまで歩いていくよ(그곳까지 걸어갈 거야)' 같은 단출한 구성의 곡이 귀에 더 들어온다. 특히 어느 날 갔던 식당의 종업원이 자신의 노래 덕분에 배우자를 잃은 슬픔을 견뎌냈다는 고마움의 편지를 건넴으로서 시작되었다는 '空よお願い(하늘이여 제발)'은 다시금 사람과 가수, 음악의 삼각관계를 뒤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빼고 부른 보컬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노래다. 그 밖에 그루브를 살린 펑키한 트랙 'This is the time', 현악기와 비트와의 불협화음을 조화롭게 탈바꿈시킨 'Magic mind' 등 음악적인 바리에이션에서도 결코 욕심을 놓치지 않는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을 투영해내고 있다.
철저하게 내면을 향해 있는 결과물이지만 그 진심 어린 울림은 공기의 파동을 낳고 주위 사람들에게 잊고 있었던 삶에 대한 떨림과 애틋함을 되새기게 한다. 잠시 쉬어가지 않았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새로운 생명력과 용기, 그로 인해 시작된 두 번째 여행은 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완전한 아티스트로서의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개인의 상실과 아픔으로 길러낸 음악에 대한 소중함이라는 싹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이라는 물줄기로 커다랗게 자라날 채비를 마쳤다. 음악만으로 이만한 의지가 전해지는 건, 확실히 쉽게 찾아오지 않는 순간이다.
- 수록곡 -
1. はじまりのとき(시작의 시간) 추천
2. Hello
3. アカイソラ(빨간 하늘)
4. The beginning
5. HIKARI
6. 空よお願い(하늘이여 제발)
7. 繋がる心(이어지는 마음)
8. This is the time 추천
9. そこまで歩いていくよ(그곳까지 걸어갈거야) 추천
10. 笑顔のキャンバス(웃는 얼굴의 캔버스)
11. Magic Mind 추천
12. キミへ(그대에게)
13. やさしい蒼(상냥한 파랑)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