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시마 미카 < Real >(2013)
2013/03 작성
아직도 국내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일본에서는 예전만큼의 위력을 많이 잃은 상태였다. 박효신이 리메이크해 유명해진 '雪の花(눈의 꽃)'이 실려 있는 < Love >(2003)와 후속작 < Voice >(2005), 그리고 영화 < NANA >(2005)의 주제곡이었던 'Glamorous sky'까지. 2005년을 정점으로 조금씩 하락세를 타던 그녀는 'Life'(2007)나 '一番綺麗な私を(가장 아름다운 나를)'(2010) 등의 곡으로 인기의 명맥을 이어나갔지만 예전의 왕좌와는 거리가 있었다. 어느덧 여성 보컬신은 세대교체의 흐름을 맞닥뜨렸고, 그 문 앞에서 그녀 역시 '정체된 뮤지션'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었다. 그 즈음 맞물린 '이관개방증'의 발병은 재기마저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이었다.
그래서 이 앨범은 더욱 반갑게 느껴질 수 있다. 의지 하나만 믿고 활동을 재개한 지 1년이 훌쩍 넘어 선보이는 간만의 스튜디오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격려하고 보듬어 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 한 장의 시디가 비춰내는 그녀의 모습은 허점투성이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었고, 정규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밸런스가 무너진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대비가 나카시마 미카라는 뮤지션의 그늘을 비추어 낸다는 점이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유로 작용한다.
시작은 좋다. '初戀 (첫사랑)'는 그녀의 보컬이 가진 매력이 한껏 살아있는 흡입력 있는 발라드 트랙이다. 여린 미성임에도 끝을 놓지 않는 힘 있는 바이브레이션과 여기에 더해지는 애수 어린 감정처리는 이전에 히트했던 슬로우 템포의 곡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어지는 'Dear'와 '明日世界が終わるなら(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역시 앞의 분위기를 이어 받으며 자신의 장기를 한껏 발휘한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나나의 페르소나를 불러오며 시작되는 갑작스런 록 튠 'Passion'은 잘 쌓아온 흐름을 일거에 망쳐버리고 만다. 브라스를 동반한 웅장함을 내세우려 했지만 각 요소들이 그저 맥없이 교차하며 재미없는 파티의 민망함을 연출해내고 만다.
'You Knocked Me Out'와 'Love is ecstasy'에까지 이르는 갑작스런 디스토션에 적응할 새도 없이 신스팝 'Be real'이 등장한다. 이러한 변칙이 러닝타임 내내 몇 번이고 반복된다. 물론 각 트랙들이 각각의 연결고리가 될 만한 소구력을 지니고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지만, 이 일련의 곡들이 모두 나카시마 미카가 가진 보컬의 좋지 않은 면만을 부각시키니 듣는 입장에서는 흥미가 크게 반감된다. 곡에 맞춰 좀 더 로킹한 음색을 보여준다던가, 아니면 좀 더 그루브한 운용을 보여준다던가 해야 했는데, 그냥 발라드를 부르듯 각 장르를 소화하니 그것이 좋게 들릴 리가 없는 것이다.
'Supreme'의 쿵짝리듬까지 오면 굳이 '初戀(첫사랑)'를 리드싱글로 내건 의미를 전혀 찾을 수 없게 된다. 간만에 내는 앨범이니만큼 그동안 활동했던 곡들도 꽤 쌓였을 것이고 그것을 한데 모아 대중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가수와 기획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가수에게 몰입할 수 없는 이런 백화점식 구성이라면 좀 더 단출하게 트랙리스트를 짰어야 했다. 예전의 컨디션이 아닌 요즘의 그녀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약점은 쳐내고 잘하는 것만을 모아 부각시키는 프로듀싱이 아니었을까 싶다.
현실과 이상을 방황하는 듯한 인상의 작품이다. 아직 가수로서의 욕심도 많고, 활동에 대한 미련도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한 의욕이 오히려 완성도에 있어 큰 흠으로 작용했고, 불안정한 라이브를 보여주는 최근의 목 상태로 녹음한 곡들도 있기 때문에 보컬 본연의 문제가 감지된다는 것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미 자신이 부른 노래들을 무대에서 완벽히 재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 이 사실에서부터 가수 자신과 대중들이 그리는 이상은 이미 다른 길을 걷는다. 타이틀은 < Real >이지만, 그것이 현실에서의 리얼인지, 그녀 마음속에서 홀로 바라보는 리얼인지 조용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탄식과 감탄의 기로, 어떻게 보면 그것은 단 1미터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 수록곡 -
1. 初戀 (첫사랑) 추천
2. Dear
3. 明日世界が終わるなら(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4. Passion
5. You Knocked Me Out
6. Love Is Ecstasy
7. Be Real
8. Super Woman
9. Supreme
10. ピアス (Pierce)
11. 記憶(기억)
12. エピロ-グ(Epilogue) 추천
13.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