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이 가진 대중성이라는 저력

이키모노가카리 < NEWTRAL >(2012)

by 황선업



2012/03 작성


뮤지션들에게 있어서 보편성의 문제는 언제나 골치 아픈 안건임에 틀림없다. 대중성을 상업적인 면들과 연결시켜버리는 꽉 막힌 시선들은 뛰어난 작품을 요구함과 동시에 어떻게든 듣는 이들의 프레임에 수용시켜 달라는 무언의 압박을 동시에 안겨준다. 그렇기에 무난하게 시작했어도 그 스케일은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며, 아티스트의 세계관은 대중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확대되어간다. 여기에는 본인의 욕심도 작용하지만, 변화를 외면하고 일정한 틀에 안주하는 것이 못마땅한 사람들의 투정 역시 외면할 수 없는 탓이다.


그래서 참 뜻밖이다. 이키모노가카리의 신작은 여전히 요지부동의 보편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즈노 요시키(水野 良樹)와 야마시타 호타카(山下 穂尊)가 연주와 곡 메이킹으로 힘을 싣고, 여기에 보컬 요시오카 키요에(吉岡 聖恵)가 포지티브 에너지를 증폭시켜 마감질한 팝록 사운드는 분명 밀리언셀러라는 보기 힘든 쾌거를 이루어냈다. '夏空グラフィティ(여름하늘 그래피티)'가 조금씩 그룹의 인지도를 올려갈 때만 해도 누가 이 정도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 예상했겠는가. 하지만 반전의 성장 그래프는 4번째 정규작과 베스트 작을 거치며 멈추는 법을 잊어버렸다. 가히 대기만성형이라 부르기에 전혀 아깝지 않은 기세였다.


확실히 남녀노소가 무리 없이 접할 수 있다는 이점은 뚜렷하지만, 다소 무난과 평범의 스테이터스에 눈금이 치우쳐져 있는 탓에 롱런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 역시 공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예 대놓고 중도지향의 캐치프라이즈를 내걸었다. 새로운 평범함, 새로운 중간지점이라는 뜻의 타이틀만 봐도 베스트 앨범 이후의 방향설정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다보니 결국 신보의 설득력은 멜로디로 구체화 될 수밖에 없다는 답이 나온다. 'はじまりのうた(시작의 노래)'가 연상되는 '歩いていこう(걸어가자)', 'じょいふる(Joyful)'이 바로 떠오르는 업템포의 'Kiss kiss bang bang' 등 자연스럽게 과거의 곡들이 연상되는 가운데, 차별화를 줌과 함께 사람들의 귀를 묶어 둘 요소는 확실히 선율 말고는 없다. 그렇다면 과연 세 명의 뮤직 파이터는 이 난관을 무사히 극복하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다행스럽게도 무리 없이 선방하며 인기의 흐름을 고스란히 가져는 모습을 보인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즈노 요시키가 중심이었던 작곡 비중이 상당부분 야마시타 호타카에게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동일본 지진 이후의 의지를 여백에 채우듯 활기차게 구현해낸 'いつだって僕らは(언제나 우리들은)', 음과 음 사이의 미묘한 애절함을 캐치해 낸 '地球(지구)', 그룹이 선사하는 감동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愛言葉(사랑의 말)' 등 주목하게 되는 트랙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제2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여기에 요시오카 키요에의 음색에서 느껴지는 민트향은 나날이 짙어지며 상쾌함을 배가시킨다. 곡들과 개인의 거리감을 최대한 밀착시킴으로서 발하는 파퓰러한 감각은 어느 때 보다도 결과물과의 일체화를 돕고 있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자각하며 저울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모습은 새로운 보컬리스트의 상을 정립해가고 있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단지 일정부분 굳어져버려 정형화된 구성에서의 측면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한 인터뷰에서 '대중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던지는 공은 달라도, 폼 자체는 유지하려 했다'라고 했는데, 폼을 바꾼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개선'의 뜻도 담고 있다. 기존 틀 안에서 낙차 큰 공만을 던지려면 팔꿈치와 어깨는 금방 망가지게 마련이다. 모험의 역사를 통해 10년, 20년 동안 자신들만의 소우주를 만들어 온 음악인들을 미루어 본다면, 이들 역시 또 다른 자세로 자신들만의 언어와 세계관을 조금씩 확장시켜 나갈 의무가 있다. 새로움과 보편성, 이 막다른 길을 하나로 이어가려는 이들의 레시피에 더해져야 할 것은 바로 대중들에게 이끌려가지 않고 앞장서 이끌어 가려하는 대담함 한 스푼이 아닐까.


- 수록곡 -

1. 歩いていこう(걸어가자) 추천

2. 笑ってたいんだ(웃고 있고 싶어)

3. いつだって僕らは(언제나 우리들은) 추천

4. Kiss kiss bang bang

5. 会いにいくよ(만나러 갈게)

6. 地球(지구) 추천

7. センチメンタル ボ-イフレンド(Sentimental Boyfriend)

8. 白いダイアリ-(하얀 다이어리)

9. 恋詩(사랑노래)

10. New world music

11. 愛言葉(사랑의 말) 추천

12. おやすみ(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밴드로 살아간다는 것, 그 의미의 재정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