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 Landmark >(2012)
2012/10 작성
'그가 원했던 것은 다름 아닌 오늘이야'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슬며시 내비치는 앨범의 시작점은 열도를 삼켰던 대지진이다. 싱글로 발매되었던 'それでは、また明日(그러면, 내일 봐)'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처절하게 희망을 보듬다가도 이내 '그러면, 내일 봐'라며 남의 일 인양 냉소적으로 돌아서는 낯선 그들의 모습이다. 결코 바라만 볼 수 없었던, 하지만 바라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들의 위치에 대한 자각을 함축적으로, 또한 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한 소절로 그들은 결코 잔잔하지 않을 변화의 파문을 예고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밴드 중 하나이자 '자수성가'의 상징으로도 불리는 이들의 활동은 < World World World >(2008)를 기점으로 서서히 하향세를 타는 것처럼 보였다. < Surf Bungaku Kamakura >(2008)와 < Magic Disk >(2010)를 거치며 드러난 것은 실험을 통한 세계관의 확장이 아닌,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리더와 다른 멤버들간의 보이지 않는 대립이었다. 동시에 프론트 맨인 고토 마사후미(後藤 正文)의 자의식이 팀으로서 나아가야 할 그것과 정확히 같은 발자국을 겹쳐 내지 못할 때에, 대외적인 불행은 삽시간에 그들의 삶을 덮쳤다. 혼란 속에서 그들은 제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스튜디오로 자진해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그 속에서 자의반 타의반 '아지캉으로서 있어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은 역대 가장 '민주적'인 작품. 하나의 콘셉트로 묶어놓았던 발을 해체시키고, 개별 작업으로 진행되었던 < Sol Fa >(2004) 이후 다시금 이 방식을 채택해 조금씩 축적해 두었던 멤버들의 능력을 이자까지 인출 받아 직관적이고 스트레이트한 한 방을 완성시켰다. 앞서 언급한 싱글곡 'それでは、また明日(그러면, 내일 봐)'와 초반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All right part2', '1.2.3.4.5.6. Baby'의 작곡자가 각각 베이스, 기타 담당인 야마다 타카히로(山田 貴洋)와 키타 켄스케(喜多 建介)라는 것을 보면, 평소에 비해 고토 마사후미가 얼마나 자신의 의견을 양보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아껴두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펼쳐진 덕분에 4인이 보여주는 맞물림은 여느 때보다도 더욱 견고해졌다. 무엇보다 캐치하면서도 심플한 기타 리프에 파퓰러한 선율이 더해진 덕분에 개방감이 극대화 되었다는 것이 이전 두 장의 앨범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大洋航路(대양항로)'에서의 직선적인 기타, 리드 곡 'バイシクルレース(Bicycle race)'에서의 폭발력이 증명하듯 고토 마사후미도 어느 때보다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며 잠시 아지캉을 떠났던 이들에게 복귀의 사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처럼 사카낙션(サカナクション)이 작년 < DocumentaLy >(2011)로 지진 이후의 '지금'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며 하여금 듣는 이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겼다면, 이들의 신작은 자신만의 풀이법으로 명확한 해답을 찾아 들려준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록 신의 두 기둥이라고 할 만한 뮤지션 집단이 이렇게 다른 결론을 내놓은 것처럼, 특히나 개성을 중요시하는 일본의 밴드들이 어떻게 전과 다른 방법으로 나아가느냐를 비교해 봄으로써 각자 음악에 대면하는 마음가짐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자아와 달리 그룹의 정체성은 어느 정도 대중들의 지분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작품'으로서의 무게를 벗어던짐으로서 팀에게 맞는 옷을 새로이 찾아낸 의미 있는 한 장이다. 부담스러운 독재를 스스로 거두고 멤버들이 발현해낸 잠재력을 수용함으로서 아지캉으로서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재정립한, 자신들의 영향력에 대한 자각이 만들어 낸 또 한 번의 도약기라는 평가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위기 속에서도 진화를 이루어낸 그들. 다 보았다고 생각했던 그들 세계 속 랜드마크는 아직 이렇게나 많았다.
- 수록곡 -
1. All right part2 추천
2. N2
3. 1.2.3.4.5.6. Baby 추천
4. AとZ(A와 Z)
5. 大洋航路(대양항로)
6. バイシクルレース(Bicycle race)
7. それでは、また明日(그러면, 내일 봐) 추천
8. 1980
9. マシンガンと形容詞(머신건과 형용사)
10. レールロード(Railroad)
11. 踵で愛を打ち鳴らせ(발꿈치로 사랑의 소리를 울리자)
12. アネモネの咲く春に(아네모네가 피는 봄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