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 미유키 < 私の声が聞こえますか(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
2012/04 작성
우리나라를 상상해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힐 테지만, 1960년대 일본에서도 작사, 작곡활동을 하는 여성 뮤지션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아시아권에서 특히 심했던 남성우월주의, 악기의 보급 자체가 현저히 낮은데다가 대중음악자체를 저속하게 보던 사회상, 여기에 더해 철저히 남자 아이돌의 팬으로만 남기를 원하던 수동성까지. GS(그룹사운드)의 춘추전국시대를 지배하던 로큰롤의 남근성과 내면의 감성을 깊숙이 파고들던 포크의 서정성은 철저히 여자들을 '청취자'라는 올가미에 가둬버렸다.
그렇지만 사회는 변화하기 위해 흘러간다. 커리어 우먼이 늘어남과 함께 여성들은 서서히 사회의 압제로부터 스스로의 돌파구를 찾아나가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점점 자신들과 같은 성별을 가진 싱어송라이터의 출현을 갈망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현해 잔 다르크와 같은 위용을 보여주었던 두 거목 중 한명이 바로 여기서 소개할 나카지마 미유키이다.
반대편에서 또 다른 전설을 써내려간 마츠토야 유미(松任谷 由実)와의 비교는 오늘날까지도 피할 수 없는 난제이자 공통의 관심사이며, 재미있게도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당시의 음악신을 완전히 배제한 채 말 그대로 '뉴 뮤직(New Music)'이라는 군집을 창조해내며 여성 아티스트의 꼭지점에 군림하고 있는 유밍(마츠토야 유미의 닉네임)은 그야말로 파격과 새로움의 심볼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한 곡'으로서 경중을 따지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라이벌이면서도 2인자의 벽을 결국 뛰어넘지 못했던 나카지마 미유키지만 이 점에서만큼은 그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지금은 이렇게 슬퍼서 눈물도 말라버려서
두 번 다시 웃는 얼굴이 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런 시대도 있었지..하고 언젠가 이야기할 날이 올거야
이런 시대도 있었지..하고 분명 웃으며 말할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고민하지 말고 오늘의 바람에 몸을 맡기자"
'時代(시대)'라는 곡은 상대방에게 결여되어 있던 '사회성'을 전면적으로 드러낸다. 미대를 나온 마츠토야 유미는 1960년대의 패션과 아트 붐을 본거지로 두고 여성의 세세한 감정에 밀착함으로서 자신의 영역을 닦아 나간 반면, 나카지마 미유키는 '미일안보조약'의 개정을 놓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전개되었던 이른바 '학원투쟁'의 중심에서 배운 존재론적 기치를 품고 있었다. 그 당시 남자들도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했던 '시대'라는 단어의 무게를 통기타 하나에 실어 낼 수 있었던 이가 그녀 외에는 전무했다는 사실이 이 곡의 의의를 비로소 드러내게 한다.
이렇게 발군의 존재감을 드러낸 데뷔작은 안타깝게도 본인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못한 채 일방적인 선곡과 편곡 과정을 거쳐 단시간 내에 녹음된 끝에 선보이게 되었다. 때문에 스타 지망생의 상업적 결과물이라 치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악조건속에서도 이 천상 뮤지션은 뻗을 수 있는 자신의 보폭 내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포크가수였던 요시다 타쿠로(吉田 拓郎)의 영향을 체득하며 일본의 존 바에즈로 불리기도 한 그녀다. 완연한 엔카의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도 겸하는 시대의 균열이 없는 보컬은 그 위치를 한순간에 격상시켰던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러한 음색에는 희소성에 대한 압박이나 앞서나가려는 욕심 없이 철저히 동시대성을 유지한 채 세상의 한복판에 서서 자신의 마음가짐을 낭송하려한 의지가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앨범 전체적으로 보자면 포크록을 중심으로 한 언플러그드 사운드가 큰 뼈대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가사와 멜로디가 그려놓은 밑그림을 자유자재로 물들이는 가지각색의 목소리는 풍성한 진수성찬을 떠올리게 한다. 로큰롤의 터치가 묻어나오는 건반 위를 꺾는 창법과 함께 위태로우면서도 흥겹게 걸어가는 'あたしのやさしい人(나의 상냥한 사람)', 아예 기교를 없애고 좀 더 성악의 분위기를 살리며 단아한 멋을 살린 '信じられない頃に(믿을 수 없는 무렵에)'와 '海よ(바다여)'는 절정에 다다르기 위한 워밍업에 가깝다. 단조와의 멋진 파트너십의 시작인 데뷔 싱글 'アザミ嬢のララバイ(엉겅퀴양의 자장가)'을 지나 오케스트라가 후렴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歌をあなたに(노래를 그대에게)', 그리고 마지막은 앞서 언급한 '時代(시대)'로 마무리되며 역사에 남을 첫 여행을 가뿐히 마친다.
모두가 살아가며 겪는 고민, 상처, 사랑. 이 필수불가결한 아픔들을 어느 한 층에 고정시킴 없이 마음속에 풀어 넣을 수 있도록 아름답게 그리고 또렷하게 새기려 한 그 모습은 결코 한 때에 멈추어 있을 수 없다. 본인이 이야기 했듯 시대는 돌고 돈다. 아픔과 기쁨을 반복하며. 결국 모든 것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에 이 여제의 수많은 명반을 돌고 돌아 다시금 잡게 되는 앨범은 다시금 이 작품이 되는 것 같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목소리는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리고 또렷하게 들리고 있다.
- 수록곡 -
1. あぶな坂(험한 고개) 추천
2. あたしのやさしい人(나의 상냥한 사람) 추천
3. 信じられない頃に(믿을 수 없는 무렵에)
4. ボギーボビーの赤いバラ(보기 보비의 빨간 장미)
5. 海よ(바다여) 추천
6. アザミ嬢のララバイ(엉겅퀴양의 자장가) 추천
7. 踊り明かそう(춤추며 밤새자)
8. ひとり遊び(혼자 놀기)
9. 悲しいことはいつもある(슬픈 일은 언제나 있어) 추천
10. 歌をあなたに(노래를 그대에게) 추천
11. 渚便り(물가소식)
12. 時代(시대)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