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같았던 8년간의 선명한 궤적

야마구치 모모에 < 山口百恵ベスト・コレクション >(1985)

by 황선업

2012/04 작성


“제멋대로인 저를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해지겠습니다.(私のわがまま、許してくれてありがとう。幸せになります)"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보이고 있던 1980년, 느닷없이 은퇴 콘서트를 열고 무대 중앙에 마이크를 내려놓은 채 은막을 마감한 쇼와시대 부동의 하이틴 스타 야마구치 모모에. 그렇게 스테이지를 걸어 나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설로 격상시킨 덕분일까. 아직까지도 40, 50대의 일본인들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애틋한 그리움으로 어렸을 적 추억의 대부분을 채우곤 한다.


14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데뷔했을 당시만 해도 이 여려 보이는 장미 한 송이가 영화계와 가요계의 아이콘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 スター誕生!(스타 탄생!) >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1973년 3월 영화 < としごろ(시집 갈 무렵) > 출연, 그리고 같은 제목의 노래로 가수 데뷔까지 이뤄내지만, 갑자기 나타난 예비스타를 친숙히 반겨 줄 여력을 당시 대중들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아직 그룹사운드 시대로부터 이어진 록의 야성이 만연하던 시기였다. 캔디즈(キャンディーズ)도 있었고 핑크 레이디(ピンク・レディー)도 있었지만, 모두 스포트라이트에 굶주려있기는 매한가지였다.


야마구치 모모에의 움직임은 정석을 뒤집는 발상으로 조금씩 생동감을 찾아갔다. '青い性路線(푸른 성 노선)'이라 통칭되는 기획사의 전략은 유효 포인트를 올리며 본격적인 레이스 전의 워밍업을 손쉽게 끝마쳤다.


“あなたに女の子の一番大切なものをあげるわ

(당신에게 여자의 가장 소중한 것을 줄게요) /
.... 汚れてもいい 泣いてもいい 愛は尊いわ
(더럽혀져도 좋아요 울어도 좋아요 사랑은 고귀한 것.
誰でも一度だけ 経験するのよ 誘惑の甘い罠“
(누구도 한번 밖에 경험할 수 없는 거예요. 유혹의 달콤한 덫) - 'ひと夏の経験' 가사 중


어린 나이와 앳된 외모라는 외형적인 요소가 다분히 성적인 내용을 포함한 '禁じられた遊(금지된 장난)', 'ひと夏の経験(한여름의 경험)'과 같은 작품들과 만나며 이루어 내는 평행성은 아슬아슬한 매력을 이끌어 내기 시작했다. 당시 유행했던 같은 연령대의 여성들이나 아이들을 상대로 한 기획과는 먼발치에 떨어져 있던 과감함이었다. 그렇게 파생된 아이러니는 자신만의 영역을 명확히 만들어 내며 사람들에게 각별한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은밀함과 동시에 노골적인 성 상품화는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秋元 康)에 의해 제작된 오냥코 클럽(おニャン子クラブ)과 에이케이비48(AKB48)에게 그대로 계승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얄팍함과 부도덕한 방향성으로만 일관했다면 그 모습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작사가 아키 요코(阿木 燿子), 그리고 다운타운 부기우기 밴드(ダウン・タウン・ブギウギ・バンド)출신의 작곡가 우자키 류도(宇崎 竜童) 부부와의 만남은 그러한 의미에서 빨간 줄을 두 번 세 번씩 쳐도 모자라지 않다. 직접 치프 매니저에게 건의해 성사되었다는 후일담은 뮤지션으로서의 자의식이 소속가수에 대한 배려와 만났을 때 얼마나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실례(實例)다.


그렇게 아이돌의 영역을 벗어나자 고삐가 풀린 듯 인기가 끝을 모르고 치솟아 가기 시작했다. '横須賀ストーリー(요코스카 스토리)', '夢先案内人(꿈 안내인)'도 화답 받았지만, 'イミテイション・ゴール(Imitation Gold)'와 '絶体絶命(절체절명)'에서 보여주던 차가운 표정과 남자들의 태도를 일갈하는 강한 노랫말은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며 대중들의 마음을 뿌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여기에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プレイバック Part2(Playback Part2)'였다. '홍백가합전의 마지막은 엔카'라는 관습을 깨뜨리며 홍조의 도리(鳥 : 마지막 무대를 맡는 아티스트를 일컫는 용어)를 맡게 했던 상징성은 지금도 조금의 빛바램이 없다. 이렇게 이어진 전력질주에도 지칠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뉴 뮤직계의 아티스트인 사다 마사시(さだ まさし)와 '秋桜(Cosmos)'를, 타니무라 신지(谷村 新司)와 'いい日旅立(여행하기 좋은 날에)'를 작업하며 자신의 인생을 노래에 투영해 낸다고 하는 또 다른 노선을 제시했다.('いい日旅立'는 조용필이 불러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순탄대로를 이어갈 무렵, 12편의 영화에서 함께 주연을 맡아 '골든 콤비'로 불렸던 미우라 토모카즈(三浦 友和)와 연인 관계임을 공식 선언함에 이어 이듬 해 약혼을 발표하고 은퇴 수순을 밟겠다고 선언했다. 절대 꺾이지 않을 것 같은 난공불락의 심볼이 스스로 날개를 접다니.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당황 일색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1980년 10월 5일, 무도관에서의 마지막 콘서트를 통해 'さよならの向う側(안녕의 저편)'을 눈물과 함께 흘려보내며 연예계 생활의 종지부를 찍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절창을 끝낸 뒤 마이크를 무대 중앙에 놓고 무대 뒤로 걸어 나가는 모습은 가장 아름답게 연대기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해준 수훈갑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우면서 아쉽고, 후에 다시 방송에 복귀하는 일이 전혀 없었던 은퇴식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녀와의 마지막은 특별했다.


보이시하면서도 중후한 음색, 호흡의 미묘한 강약을 조절해 마음속의 감정을 풀어 넣는 솜씨는 10대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미소를 띠게 되는 또 다른 후대의 우상 마츠다 세이코(松田 聖子)와는 달리 그녀에게는 경탄의 사인을 보내며 집중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와 같은 그녀의 어른스러움과 갑작스런 은퇴의 틈 사이에는 무대에서의 화려함과 일상에서의 행복은 양립할 수 없음에 대한 슬픔이 자리 잡고 있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야마구치 모모에가 치렀던 8년간의 성인식은 어느덧 60분으로 압축된 시간예술여행이 되어 우리를 대면하고 있다.


- 수록곡 -

1. としごろ(시집 갈 무렵) 추천

2. 禁じられた遊び(금지된 장난)

3. ひと夏の経験(한여름의 경험)

4. 横須賀ストーリー(요코스카 스토리) 추천

5. 夢先案内人(꿈 안내인)

6. イミテイション・ゴールド(Imitation gold) 추천
7. 秋桜(코스모스) 추천

8. プレイバックPart2(Playback part2) 추천

9. 絶体絶命(절체절명) 추천

10. いい日旅立ち(여행하기 좋은 날) 추천

11. 曼珠沙華(만주사화)

12. 美・サイレント(미・Silent)

13. ロックンロール・ウィドウ(Rock'n roll widow)

14. さよならの向う側(안녕의 저편) 추천

15. 一恵(한번의 만남)


横須賀ストーリー


イミテイション・ゴールド(Imitation 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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