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키 유타카 < 十七歳の地図(17세의 지도) >(1983)
2012/01 작성
장기하에 대한 호감 속에서 옥에티로 남는 것은 아무래도 그의 대표곡인 '싸구려 커피'의 가사가 '간접경험담'이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주위의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자취경험이 전혀 없는 말쑥한 사내가 코스프레를 하듯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분명 일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했을 터이다. 남의 궁핍한 현실을 빌려다 자신의 배를 채우는 듯한 퍼포먼스가 마냥 재미있게만 다가오지는 않았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오자키 유타카 리뷰에 굳이 장기하와 얼굴들을 언급한 것은 아무래도 이 작품이 앞의 사례와 가장 대조적인 예로 머릿속을 맴돌았던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반대로 데뷔작을 통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음악에 투영해내며 대중들이 기억하는 최고 정점을 만들어 냈다. 자아와 현실간의 대립, 그 둘의 충돌에서 나온 거친 파열음과 쇳소리는 고스란히 목소리에 덧입혀졌고, 이를 기반으로 시디 한 장 값만 내면 언제든지 머물 수 있는 10대들의 쉐어 하우스와 같은 곡들이 탄생되었다. 그렇게 그는 한 시대의 청춘이 떠받드는 '교주'가 되어갔다.
盜んだバイクで走り出す 行き先も解らぬまま
(훔친 바이크로 달리기 시작해, 갈 곳도 모르는 채)
暗い夜の帳の中へ
(어두운 밤의 장막속으로)
誰にも縛られたくないと逃げこんだこの夜に
(누구에게도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도망쳐 나온 이 밤에)
自由になれた氣がした 15の夜
(자유로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던 15세의 밤)
굳이 사춘기의 혼란을 질풍노도의 시기 혹은 심리적 이유기라는 어려운 용어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혼 세션으로 장식한 록사운드의 '15の夜(15세의 밤)'는 그저 반항이라고만 여겨졌던 일탈에 설득력을 부여한 훌륭한 '음악교재'였다. 당시에는 다소 충격적인 노랫말로 인해 오자키 유타카의 시디나 관련 매체 소지를 금지하던 학교도 있었지만, 지금은 당당히 교과서 한 켠에 실려 있다는 사실이 이를 확인시켜준다. 실제로도 자퇴를 선택한 후 내놓은 그의 외침은 그렇게 시대를 물들여갔고, 결국 청소년들의 방황에 대해서 통제가 아닌 수용과 이해가 필요함을, 또한 그 충동은 젊음의 특권임을 널리 전파했다.
사실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는 수록곡은 따로 있다. 포지션이 리메이크해 지금도 심심찮게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I love you'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에서도 많은 가수가 다시 부르기 대열에 동참하며 명곡 반열에 오르게 되었지만, 알고 보면 이 곡은 발라드를 넣자는 기획자의 의도에 맞춰 '하는 수 없이' 녹음하게 된 곡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 노래는 그가 그려놓은 지도를 설명하기에 부적합한 감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의미와는 달리, 그에게 있어서 사랑은 목적이 아닌 단지 '꿈이 없고 사랑이 없는 이 위험한 세상에서 너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었던 탓이다. 즉 어른들로 대변되는 사회와의 투쟁에서 파생되는 방어기제 중 하나일 뿐이었다. 초점은 오로지 세상에 대한 반감에 머물러 있었다.
자극뿐인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아르바이트에만 매진하던 시절에 써내려간 'はじまりさえ歌えない(시작조차 노래할 수 없어)', 자유를 앗아가는 학교생활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표출하는 'ハイスクール Rock'n'roll(High school Rock'n'roll)' 등의 곡도 같은 맥락을 띄고 있다. 이렇게 메시지성이 강한 와중에도 '멜로디'라는 보편성을 잃지 않은 덕분에 지금까지도 널리 불리고 있는 것이다. 대중성 충만한 선율은 그렇게 작품의 전파도를 더욱 극대화시켰다.
누구든 가지고 있을 '삶의 허무함과 싸워본 경험', 그것들에도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하나의 전리품이다. 이렇듯 젊었을 때 느낄 법한 당연한 감정들조차도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은 어느덧 사회의 냉기에 사라져버린, 이렇게나 그리운 것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그가 요절한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노래들이 대중들에게 자기반란을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개인의 절망과 천재적인 음악적 자질이 만남으로써 완성된 내면의 혁명, 그것은 당연하다는 듯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나부끼고 있다.
- 수록곡 -
1. 街の風景(거리의 풍경) 추천
2. はじまりさえ歌えない(시작조차 노래할 수 없어)
3. I love you
4. ハイスクールRock'n'roll(High school Rock'n'roll) 추천
5. 15の夜(15세의 밤) 추천
6. 十七歳の地図(17살의 지도) 추천
7. 愛の消えた街(사랑이 사라진 마을) 추천
8. Oh my little girl 추천
9. 傷つけた人々へ(상처받은 사람들에게)
10. 僕が僕であるために(내가 나로 있기 위해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