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퍼즈 기타 < Three Cheers for Our Side >
2012/01 작성
1980년대 중후반, 시장을 뒤져 빽판을 구해 듣던 시절, 이미 일본에서는 타워레코드를 시작으로 외국 자본의 레코드점들이 속속 들어서며 여러 마이너 음악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구축되고 있었다. 이러한 풍족한 흐름은 도쿄의 시부야를 중심으로 파생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서양의 조류를 적극적으로 녹여낸 음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를 구사하는 뮤지션들이 바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시부야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자국의 색이 강했던 곳에서 처음으로 포착된 일본 음악과 서양 음악의 접점이었다.
플리퍼즈 기타(Flipper's Guitar)는 이 군집의 선구자적인 존재다. 사실 시부야계라는 명칭도 이들이 해체하기 직전인 1993년 무렵에 겨우 수면위로 떠오른 것을 보면 뭐라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센세이셔널 했고 파격적이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당시 각각 22살과 21살이었던 오자와 켄지(小沢健二)와 지금은 코넬리우스로 더 많이 알려진 오야마다 케이고(小山田圭吾)라는 L, R의 스피커는 그렇게 절묘하게 엇갈리며 경이로운 음조를 창조해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사운드를 논할 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네오 어쿠스틱(Neo Acoustic)이라는 생소한 단어다. 바로 옆 열도에서만 통용되는 이 용어는 포스트 펑크 이후에 도래한 새로운 감각의 어쿠스틱 장르를 총체적으로 일컫는데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미스(The Smiths), 아즈텍 카메라(Aztec Camera), 오렌지 쥬스(Orange Juice) 등을 들 수 있는데, 가만 들어보면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섬세하고 포퓰러한 어쿠스틱 기타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이러한 조류를 쉽게 감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서 자라온 플리퍼즈 기타의 멤버들은 본능적으로 이 경향을 끌어안으며 국경에 한계를 두지 않은 시크한 그들만의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플리퍼즈 기타 이전이냐 이후냐”라는 말을 탄생시킨 데뷔작은 전곡 영어 가사로 만들어지며 무모하면서도 강한 에고(Ego)로 무장한 자신들만의 모습을 어필했다. 대중과의 타협은 뒤로 미뤄두었을 뿐 아니라 당시 “イカすバンド天国(멋진 밴드 천국)”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불어 닥친 밴드 붐과도 명확히 선을 긋는 충격적인 등장을 완수했기 때문이었다. 1989년에 선을 보인 후 20년이 훌쩍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 선도가 살아있는 훌륭한 뉴 뮤직의 샘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베레모와 화이트 진 등의 패션 트렌드까지 주도함으로서 우리가 현재 일반적으로 언급하는 시부야계가 되기 위한 조건들을 명확히 구축해냈다.
아쉽게도 상업적 성과는 뒤이어 등장한 2집 < Camera Talk >(1990)에 넘겨주었지만, 결과물의 밀도는 비등비등한 수준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때는 멤버가 5명이었고(대부분의 곡작업은 오자와 켄지가 도맡았다), 네오 어쿠스틱의 심플함과 경쾌함이 좀 더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랄까. 잠시 뜸을 들이다 터져 나오는 비트와 청량한 기타가 빠른 템포로 흐르며 오감을 잠식하는 'Hello'가 새로운 여행의 시작을 알리며, 리프의 셔플 리듬과 중독성 있는 후크가 인상적인 'Boys fire the tricot', 막강 선율의 지원을 받아 가장 전파를 많이 탔던 'Joyride' 등이 서두를 장식한다.
그들에게 내재하는 보사노바라는 기운을 정면으로 투영해낸 'Coffee-milk crazy', 제목 그대로 이국적인 선율의 리드기타가 그룹의 바리에이션을 넓히는 'Exotic Lolipop'에 벤처스(The Ventures)가 생각나는 일렉 톤의 연주가 키보드와 맞물리며 설득력의 깊이를 더해낸 신스팝 'Samba Parade'까지. 근본을 해체해 재조립한 하나하나의 근사한 트랙들은 왜 이 작품이 역사에 남아야 하는 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거부한다.
“성격은 좋은데 음악이 나쁜 것 보다 좋은거 아닌가?” 이것이 당시 안하무인이었던 태도 탓에 불거졌던 '음악만 좋을 뿐 성격이 좋지 않다'라는 비난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었다. 사람들이 이 한마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를 상쇄할 정도의 음악적 성과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패션이나 행동 하나하나 역시 모두 화제 반열에 오르곤 했지만, 이에 대한 일부 대중의 거부감을 메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룹의 완벽한 뮤지션적 애티튜드였다. 그것은 결국 한 나라의 음악사를 각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된 이 용광로 같은 젊음의 패기는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듣는 이들의 인생을 바꿔놓는 역작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 수록곡 -
1. Hello 추천
2. Boys fire the tricot 추천
3. Joyride 추천
4. Coffee-Milk crazy 추천
5. My red shoes story
6. Exotic lollipop (and other red roses) 추천
7. Happy like a honeybee 추천
8. Samba parade 추천
9. Sending to your heart 추천
10. Goodbye, our pastels badges 추천
11. The chime will ring
12. Red flag on the gondola
13. Friends again(2006년에 재발매한 리마스터 한정반 수록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