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된 세대가 내미는 우산 하나

이노우에 요스이(井上 陽水) < 氷の世界(얼음의 세계) >(1973)

by 황선업

2012/09 작성


서브 컬쳐. 그것은 쇼와 40년대, 즉 1965년부터 1974년까지 일본을 관통했던 하나의 필연적인 움직임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국의 고도성장을 쫓아야만 했던 젊은이들의 반발심은 미일안전보장조약이 촉발시킨 반전의식과 결합하며 기존 가치에 대한 무한한 분노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기성세대에 대해 카운터와 같이 저항하는 문화'. 서브 컬쳐와 이음동의어기도 했던 카운터 컬쳐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언제인지도 모르게 태어난 사생아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1968년, 여러 대학이 모여 결성한 학생운동단체인 전학공투회의가 도쿄대학의 야스다 강당을 점령하며 그 기세는 절정을 맞는 듯 했지만, 8개월여만에 경시청에 의해 진압됨과 동시에 이러한 강경한 움직임은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이들에게 있어 문화적 무기와도 같았던 GS(그룹사운드의 일본식 명칭)의 맹위에도 그늘이 드리워졌다. 이 모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렇게 1960년대 후반의 일본은 모든 것이 한순간이었다. 목놓아 외치던 기치도, 사람들이 즐겨듣던 음악도. 그 물줄기는 시시때때로 전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그렇게 젊음의 분노를 상징하던 GS가 실은 히트만을 쫓는 전문 작곡가들의 주무대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도 느껴지지 않을 무렵, 패배를 맛본 20대들의 축쳐진 어깨를 다른 방식으로 치켜세워주던 두명의 포크 싱어송 라이터가 있었다. 한명은 포크를 단번에 인기 장르로 만들어 놓은 자유분방함의 상징 요시다 타쿠로(吉田 拓郎)였고, 또 다른 한명은 대중친화적인 멜로디와 더불어 서양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 새로운 일면을 뿌리 내리게 한 이노우에 요스이(井上 陽水)였다.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의 어머니로도 유명한 후지 케이코(藤 圭子)가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최대한 노출시키는 전략과 함께 오사카 만박을 '그녀의 해에 열린 이벤트'로 만들어 버린 것과는 반대로, 포크 싱어들이 내건 캐치프라이즈는 '매스컴 거부'였다. 이노우에 요스이 사회적 시선을 그대로 고정시킨 채 데뷔 앨범 < 断絶(단절) >(1972)을 발표했다. 수록곡 '傘がない(우산이 없어)'는 TV에서 이 나라의 장래문제를 논하는 어른들과, 당장 비 피할 우산도 없는 젊은이들과의 세대단절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그는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듬해 발표한 이 작품은 세상에도, 그 자신에도 새로운 지표를 마련하게 한 걸작이었다. 냉소 대신 다정함을 품어낸 곡들은 학생을 넘어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다시금 삶의 희망을 가져다 줄 만큼의 고동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그 안에는 전형적인 포크 사운드를 넘어 마츠토야 유미(松任谷 由実)로 대표되는 뉴 뮤직으로의 연결고리를 제공한 독특한 질감의 시도들 또한 만재했다. 전통성을 지닌 '일본음악'이 제이 팝이라는 현대 카테고리로의 움직임을 시작한 GS시대의 바통을 적확한 의도와 함께 이어간 이가 바로 이노우에 요스이였음을 우리는 이 시디 한 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경쾌한 미드템포의 반주와 코러스가 어두운 시대에 햇살을 부여하는 'あかずの踏み切り(닫혀있는 건널목의 건너편)', 격정적인 애수를 그대로 목소리에 담아내는 특기가 그대로 투영된 '心もよう(마음모양)'도 수작이지만, 그 중에 백미는 바로 '氷の世界(얼음의 세계)'다. 가스펠 풍의 코러스와 혼 섹션, 여기에 포크를 대표하는 하모니카를 얹고 자신의 스타일로 마감질하며 역사를 장식할만한 곡을 완성시켰다. 한마디로 1960~70년대 서양에서 유행하던 재료를 가져다가 일본의 레시피로 손을 봐 차려낸 정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1970년대 초반을 환히 밝혀낸 빛을 머금은 소리들은 일본 역사상 첫 밀리언셀러를 탄생시켰고, 동시에 수험에 실패하고 그저 비틀즈를 쫓아 기타를 치던 아티스트는 하나의 전설로 격상되었다. 아이유(IU)가 일본진출을 위해 그의 곡인'少年時代(소년시대)'를 리메이크한 것만 보아도, 현재의 그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성인가요를 뜻하는 '가요곡'과 완연한 패기의 음악이었던 '포크' 사이에서 길을 헤메던 이들에게 훌륭한 쉼터가 되어 주었던 이노우에 요스이. 이후 튤립(チューリップ), 오프 코스(オフコース)와 작업을 도와주었던 이마와노 키요시로(忌野 清志郎)의 알씨 석세션(R.C Succession), 마츠토야 유미와 나카지마 미유키(中島 みゆき)로 이어지는 계보를 보면 그의 역할은 단순히 대중가수에만 머물지 않았음이 명확해진다. 특히나 개인의 자의식과 음악적 지향성을 어떻게 새로운 트렌드에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길을 제시함과 동시에 지금 우리들이 듣고 있는 제이팝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낸 < 氷の世界(얼음의 세계) >가 가진 의미. 그것은 지금의 뮤지션들이 끊임없이 듣고 또 품고 있어야 할 21세기의 이정표이다.


- 수록곡 -

1. あかずの踏み切り(닫혀있는 건널목의 건너편)

2. はじまり(시작)

3. 帰れない二人(돌아갈 수 없는 두사람) 추천

4. チエちゃん(치에짱)

5. 氷の世界(얼음의 세계) 추천

6. 白い一日(하얀 하루)

7. 自己嫌悪(자기혐오)

8. 心もよう(마음모양) 추천

9. 待ちぼうけ(기다림에 지쳐)

10. 桜三月散歩道(벚꽃 3월 산보길)

11. Fun

12. 小春おばさん(코하루 할머니) 추천

13. おやすみ(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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