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Jul 24. 2020

음악과 음악 외의 것을 분리함으로써 얻어내는 그 정수

#49 오부쿠로 나리아키(小袋 成彬) < 分離派の夏 >(2018)


#49 오부쿠로 나리아키(小袋 成彬

分離派の夏 >(2018) 


Selfish
Game

“음악에는 문맥이 없다. 작가의 배경이나 소속과는 상관없이 음악은 음악 그 자체로만 존재한다.” 이같은 관념 하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2010년대 말 급격히 부흥한 일본의 블랙뮤직을 정의함과 동시에 나아갈 길까지 의도치 않게 제시한다. 그 재능을 알아본 우타다 히카루의 총괄 프로듀싱이 우선적으로 눈에 띄지만, 폭넓은 장르와 작법을 아무렇지 않게 개인의 자의식으로 녹여내는 천재성에 편견은 금세 걷혀버리고 만다. 


알앤비와 소울을 베이스로 하고 있으나, 이는 그저 설명을 위한 껍데기에 불과할 뿐. 심플한 신시사이저로 시작해 스트링과 비트로 주인공을 바꿔가며 파고를 일으키는 ‘Game’부터 범상치 않은 다채로움이 발견된다. 아델의 < 21 >에도 참여했던 드러머 크리스 데이브와의 협연이 황량한 풍경을 그려내는 ‘E. Primavesi’, 클래시컬한 현악세션이 보편적 감성을 제시하는 ‘Selfish’, 빨려들 것 같은 후반부의 연출이 놀라운 ‘GOODBOY’ 등 좀처럼 정석적인 흐름을 유지하지 않는다. 어떠한 규율도 세우지 않은 것처럼, 그저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을 뿐.


이 작품의 기조는 그가 대표로 있는 레이블 < Tokyo Recording >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지금에 이르러 이리(Iri)나 시럽(SIRUP), 후지이 카제, 크리스탈 케이 등 신구를 가리지 않는 프로듀싱 명가로 거듭난 상태. 블랙뮤직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그 역사나 맥락을 덜어내고 오로지 자신의 정체성을 실어낸 그 실루엣. 이 메이저 데뷔작을 통해 음악의 순도 자체에만 집중해야만 신을 이끄는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이 앨범이 나온 그 순간, 일본 대중음악의 지형도는 변화할 채비를 마친 셈.


- 수록곡 - 


1. 042616 @London

2. Game

3. E. Primavesi

4. Daydreaming in Guam

5. Selfish

6. 101117 @El camino de Santiago

7. summer Reminds Me

8. GOODBOY

9. Lonely One feat. 宇多田ヒカル

10. 再会

11. 茗荷谷にて

12. 夏の夢

13. 門出14. 愛の漸進


2020/07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이후가 더 기대되는 유망주의 이르게도 나와버린 걸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