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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07. 2020

록이라는 감옥에서 해방된 기타리스트의 거대한 다이나미즘

#30 레이(Rei) < REI >(2018)

#30 레이(Rei)

< REI >(2018)


My Name is Rei
LAZY LOSER
Silver Shoes

젊은 아티스트의 발견은 언제나 즐겁다. 특히나 내가 편견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이라면 더더욱.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을 만났을 때의 충격이 새삼 생생하게 떠오른다. 스무살이 채 되지 않은 이 신예의 음악은, 포지션으로부터 생성되는 여러 고정관념을 가볍게 걷어차버리는 그런 결과물이었다. ‘기타’라는 악기의 잠재력을 확장시키는 여러 시도와 그를 받쳐주는 재능, 여러 뮤지션들과의 시너지까지 담아낸 이 미지의 영역.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타리스트’의 이미지를 무너뜨려 단숨에 재구축해 자신만의 깃발을 당당히 꽂고 있는 그의 모습은 실로 위풍당당하기까지 하다.


선굵은 리프로 좌중을 압도하는 로큰롤 ‘Lazy loser’과 블루지한 기타연주를 통한 자기소개가 인상적인 ‘My name is Rei’만 들어도 알 수 있듯, 작품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은 1960~70년대의 유산들이다. 그럼에도 단순한 레퍼런스라고 느껴지지 않는 생명력과 약동감은 순전히 그의 반짝이는 역량 덕분일 터. 서프 뮤직과 시티팝이 서로의 자리를 넘보는 ‘Follow the big wave’, 테일러 스위프트의 초창기를 연상케 하는 컨트리 송 ‘Silver shoes’, 보다 공격적인 스타일의 퓨젼 재즈를 시도한 폭발하는 에너지의 ‘Planets’ 등에서 느껴지는 전율은 자신만의 멋을 가감없이 표출하고 있는 와중에 드러나는 자유로움에 기인하고 있지 않나 싶다.


여기에 기타리스트로서의 정체성 또한 놓칠새라 테크니컬한 연주를 선보이는 ‘The refelction’과 ‘Before sunrise’까지. 조니 윈터, 아서 블라인드 블레이크, 제임스 코튼과 같은 블루스 거장들의 음악을 곁에 두고 성장해 온 그는 옛 고전을 통해 자신만의 고전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고 있다. 예전 사운드의 도입에 있어 그 깊이가 절대 얕지 않으며, 오리지널리티와 대중성의 밸런스를 완벽히 맞춰낸 덕분에 호불호 없이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것 같은 앨범. 그라는 아티스트와 이 앨범을 만났기에, 나의 2010년대는 더욱 완벽할 수 있었다.


- 수록곡 -

1. BZ BZ

2. LAZY LOSER

3. My Name is Rei

4. Follow the Big Wave

5. PLANETS

6. Dreamin'

7. Silver Shoes

8. Clara

9. MELODY MAKER

10. The Reflection

11. Arabic Yamato

12.  before sunrise


2020/08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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