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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21. 2020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신을 격변에 몰아넣은 그 작품

#1 서치모스(Suchmos) < THE KIDS >(2017)

#1 서치모스(Suchmos) 

< THE KIDS >(2017)

STAY TUNE
A.G.I.T
PINKVIBES
MINT

사실상 2010년대의 가장 주요한 흐름을 결정지은 작품이다. 더불어 나는 일본음악을 들어온 20여년 동안 절대 일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거대한 격변을 이 앨범을 통해 목격했다. 우타다 히카루의 반짝임 이후 평생 비주류일 것 같은 블랙뮤직은 단숨에 젊은 세대의 주 소비문화로 등장했고, 기세를 이어갈 것 같던 카나분류의 댄서블 록은 서서히 종말을 고해야 함을 인정해야만 했다. 더불어 이 앨범에서 보여주는 스타일리시함은 단순히 음악을 넘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까지 잠식, 일본 힙스터들의 새로운 행동양식을 정의하고 불러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그들과 했던 인터뷰에서 끌어온다면, 서치모스는 그야말로 ‘삶의 한 방식’이었던 셈이다. 


‘Stay tune’은 앞서 이야기했듯 흑인음악이 더 이상 숨어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공식선언한 곡이다. 굉음에 가까운 디스토션에 몸을 부딪히기보다, 적당한 그루브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멋이고 즐거움이라 느끼는 신경향의 록 팬들이 서서히 등장. 이러한 흐름에서 ‘시티 팝 리바이벌’이라는 억지스러운 용어는 오히려 그들이 발하는 영향력에 방해만 될 뿐. 여운이 감도는 키보드가 안개처럼 옅게 깔리는 멜로우 트랙 ‘PINKVIBES’, 초창기 서치모스 붐에 큰 역할을 한 감각적인 기타 사운드의 ‘MINT’ 등 트렌드를 흡수한 것이 아닌 그야말로 트렌드를 창조해 낸 쫀쫀하고도 본능에 충실한 수록곡들로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다. 최근 10년 뿐만이 아니라, 전체 일본 대중음악사를 따져봐도 반드시 언급되어야 하는, 역사적인 흐름을 야기한 상징적인 작품. 


- 수록곡 -

1. A.G.I.T.

2. STAY TUNE
3. PINKVIBES
4. TOBACCO
5. SNOOZE
6. DUMBO
7. INTERLUDE S.G.S.4
8. MINT
9. SEAWEED
10. ARE WE ALONE
11. BODY


2020/08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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