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Aug 21. 2020

시대와 국경의 의미가 사라진 곳에서 울려퍼지는 소리

#2 오리사카 유우타(折坂 悠太) < 平成(헤이세이) >(2018)

#2 오리사카 유우타(折坂 悠太) 

< 平成(헤이세이) >(2018)


平成
さびしさ

시대간, 그리고 국경간의 접합을 시도한 작품은 많았어도 아예 그것들을 무의미하게 무너뜨리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 그 안에 피어나는, 새롭게 정의되는 음악이라는 것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다. 당시 그를 알기 전 아뮤즈코리아의 이사님께서 강력 추천할 땐 (정말 죄송하게도) 좀처럼 흥미가 생기지 않았는데, 이 앨범을 듣고 나선 그분의 선구안에 놀라고 나의 오만에 절망했으니 이 정도면 이 작품이 나에게 있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전달이 되실런지.


보통은 한 줄에 늘어놓지 않는 것들을 조합함으로서, 그는 대중음악이라는 돌처럼 단단한 영역에 균열을 낸다. 재즈와 펑크, 보사노바와 라틴, 힙합과 로큰롤이 마구 뒤섞여 낯선 풍경을 만들며, 이 생소한 광경에 색채를 더하는 그의 보컬은 때로는 과거에 닿아 있으며 어느 때는 날선 랩을, 돌아보면 한편의 일인극을 보는 듯한 나레이션을 곡 분위기에 맞게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첫 곡 ‘坂道(언덕길)’를 보자. 인트로의 클래식한 피아노에 이어 터져 나오는 민요 풍의 창법과 뒤를 받쳐주는 어쿠스틱 기타의 조합은 퓨젼이나 크로스오버라는 말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이어 스윙 리듬과 피아노, 비브라폰의 조화가 요들송과 민요를 오가는 가창과 맞물려 굉장한 흡입력을 자랑하는 '逢引(밀회)' 역시 반전의 연속. 혼 세션을 동반한 라틴 음악의 열기가 이어폰 바깥으로 전해져 오는 듯한 ‘夜学’는 멜로디를 배제한 나레이션을 통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베이스를 타고 미쨩을 부르는 그의 호소력이 한 편의 음악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みーちゃん(미쨩)’ 역시 이 앨범의 테이스트를 맘껏 맛볼 수 있는 트랙. 


이 정도 오면 독특한 음악에 무게중심이 쏠릴법 하지만, 자신의 가창이야말로 독자적인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매개체임을 그는 막바지에 이르러 확실히 각인시킨다. '이윽고 두 사람이 만나 살기로 한 이 마을에 불어주게'라고 노래하는, 관조적이면서도 절실하고 애달프면서도 힘찬 'さびしさ(쓸쓸함)'에서의 그 목소리. 얽매임 없는 바람과 같은 자유로운 음악에의 자세, 어떠한 평가도 지적도 경쟁도 없는 그 곳에서 만들어 내는 시공간의 초월이야말로 2010년에 목격한 가장 경이로운 소리였음을 나는 확신한다. 오리사카 유우타는, 정말 음악 그 자체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 수록곡 - 

1. 坂道

2. 逢引

3. 平成

4. 揺れる

5. 旋毛からつま先

6. みーちゃん

7. 丑の刻ごうごう

8. 夜学

9. take 13

10. さびしさ

11. 光
 

2020/08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애초부터 월드와이드를 지향했던 밴드의 탈일본 록 뮤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