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YUI) < Holidays In The Sun >(2010)
한 템포 쉬어가려던 선택은 확실히 유효했다. 영화 < 태양의 노래 >(タイヨウのうた)의 주제곡 'Good-bye days'로 잘 알려진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유이(Yui)가 2년 반 만에 내놓은 신작 < Holidays In The Sun >은 긴 공백에 걸맞게 알찬 내용물로 채워졌다. 강한 록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유이만의 어쿠스틱한 감성 역시 변하지 않고 오롯이 담겨있다. 내리쬐는 태양과 같이 따뜻하게 온몸을 감싼다.
튀고자 하는 욕심을 접어두고 자신이 해야 할 것을 명민하게 해나가는 모습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피아노, 통기타 등의 언플러그드 악기를 기본으로 한 소박함은 디스토션 사운드를 추가하면서 운신(運身)의 폭이 넓어졌고 질감 또한 풍성해졌다.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듯 했던 송라이팅 능력도 신곡들을 통해 다시금 회복했다. 무엇보다도 앨범 타이틀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사운드 프로듀싱에서의 세심함을 전보다 더 크게 감지해 낼 수 있는 지점이다.
타이틀곡 'Please stay with me'는 팝적이면서도 유려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전작의 'Good-bye days'와 'Namidairo'를 잇는 대표적인 발라드 넘버가 되기에 충분하다. 같은 슬로우 템포 넘버 'To mother'은 피아노를 전면에 내세워 여태까지 해왔던 발라드와 다른 노선을 걷고 있지만, 밋밋한 작곡패턴이 아쉬움을 남긴다.
뮤지션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록 사운드도 한결 강해졌다. 현악 편곡이 힘겨운 듯한 유이의 보컬을 받쳐주고 있는 'es. car'가 돋보인다. 여성 3인조 밴드 스테레오포니(Stereopony)에게 주었던 곡을 직접 노래한 펑크성향의 'I do it', 어쿠스틱 기타가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리듬감이 강조된 프레이즈가 돋보이는 'Summer song'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이 엿보인다. 시류에 영합한 소비적인 음악에서 벗어난 모습이 인상적이다.
퍼커션과 아코디언, 탬버린에 신시사이저의 전자음까지 함께 어우러져 흥겨움을 유발하는 'Parade' 와 브라스 세션이 곡을 주도하며 가스펠을 연상하게 하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Shake my heart'는 새로운 시도의 산물이다. 이국적 색채가 강한 악기사용과 편곡은 록 이외의 장르도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의 범주 안에 있음을 보여준다.
수수한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담백함을 지닌 작품이다. 그 맛을 음미하며 곱씹어야 개운함이 우러나듯, 조용한 실내에서 재킷을 뒤적거리며 두세 번 반복해서 들어야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그 진면목을 접하며 느끼는 자그마한 희열은 기나긴 인내와 설렘의 보상이다. 아날로그적 감성의 동시(同時)적인 공유라고 할만하다. 이러한 때 묻지 않은 감성의 편안함은 타이틀로 내세운 휴일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음악이 가져다주는 아련한 정서적 감흥이 이 음반의 가장 큰 메리트이다. 슬럼프를 극복해낸 그녀가 롱런의 단초(端初)를 마련하기까지는 이제 한 발자국만이 남았다.
-수록곡-
1. To mother
2. Again
3. Parade
4. Es. car 추천
5. Shake my heart 추천
6. Gloria
7. I do it
8. Please stay with me 추천
9. Summer song 추천
10. Cinnamon
11. Driving happy life
12. It's all too much
13. Kiss me
후일담 : 당시만 해도 이 고비만 넘으면 정말 롱런 아티스트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유이. 하지만 타이트한 스케줄에 일찌감치 고갈된 창작력이 얼마남지 않은 시절이라는 것을 이때는 몰랐습니다. 남들은 'CHE.R.RY'나 'Good-bye days'를 그녀의 인생곡으로 치지만, 저에게만큼은 이 앨범에 담겨 있는 'Please stay with me'를 뛰어넘는 곡이 없네요. 결혼과 출산이라는 축복과 이혼이라는 고난을 두루 경험하며 플라워 플라워(flower flower)의 보컬로 꾸준히 음악인생을 이어가고 있는 유이의 앞날을 저는 지금도 예전처럼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