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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20. 2021

[21-03-03] 주간제이팝

[알렉산드로스], 챤미나, 료쿠샤카, 시럽, 요시자와 카요코 등

[Single]


[알렉산드로스]([Alexandros]) ‘風になって’

밴드의 기념비적인 첫 베스트 앨범에 실려 있는 신곡으로, 속도감 있게 찰랑거리는 기타 스트로크가 초창기의 그들을 연상케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메이저 데뷔 전의 느낌이랄까. 시원스러운 사운드와 팝친화적인 선율,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멤버들간의 조화 등 가장 본인들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데뷔 10주년을 기념하기에도 안성맞춤이 아닌가 싶다. 또 다른 시작을 선언하는 이들의 의욕이 충실하게 담겨 있는 노래.


챤미나(ちゃんみな) ‘美人’

빈티지한 키보드 사운드와 타격감 있는 베이스를 중심으로, 랩과 노래를 오가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드러내는 그의 퍼포먼스가 유독 돋보이는 곡이다. 각 verse에 어울리는 음색으로 듣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으며, 촘촘하게 짜여진 플로우가 듣는 이에게 한눈 팔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명확한 선율의 노래로 마무리하는 파격적인 전개까지. 그의 캐릭터에 딱 맞는, 한 번만 들어도 머릿속에 각인될 강렬한 트랙.


그레이프바인(GRAPEVINE) ‘Gifted’

아 이 얼마만에 보는 이름인가. 2019년 앨범 < ALL THE LIGHT > 이후 별다른 작품이나 활동이 없었던 3인조 록밴드의 오랜만의 싱글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은 그들의 관록과 노련미가 엿보이는 탄탄한 결과물로 완성되어 있다. 초반을 장식하는 둔탁한 드럼과 무심한 듯 들려오는 키보드, 잔잔하게 퍼져가는 디스토션의 맞물림은 예상보다 큰 마음 속 울림을 자아낸다. 여기에 어두운 듯 청명한 듯 노래 속으로 쑥 개입하는 다나카 카즈마사의 보컬까지. 꾸준한 그들의 모습을 보자면 모든 것이 변하는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5분여의 노래가 끝난 뒤 지긋이 다가오는 여운을 함께 느껴보도록 하자. 


로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 ‘たとえたとえ’

이번 신곡의 후렴 멜로디가 유난히 좋게 느껴진다. 그들의 상승세를 이어갈 팝적인 센스가 폭발하는 노래로, 제작에는 나가야 하루코가 한발 물러서 코바야시 잇세이가 작사를, 페페가 작곡을 맡았다. 나가야 하루코가 작사/작곡을 맡았던 ‘sabotage’나 ‘shout baby’의 극적인 구성과 비교한다면, 확실히 다른 텐션을 느낄 수 있을 것. 페페가 작곡한 만큼 키보드가 전면에 드러나며, 관악 세션이 곡에 무게감과 완성도를 더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야말로 최근의 기세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노래.


히츠지분가쿠(羊文学) ‘ラッキー’

서치모스가 설립한 레이블 < F.C.L.S >로 이적한 후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3인조 얼터너티브 밴드의 신곡. 공간감 있는 연주 사운드와 보다 선명히 들려오는 시오츠카 모에카의 음색 간의 밸런스가 흥미롭게 들려온다. 일견 나른하면서도 ‘멜로디’라는 포인트는 확실히 잡고 있는 덕분에 곡의 인상 자체는 꽤나 강렬하게 다가오는 편. 지난 앨범 < POWERS >도 수작이었던 만큼, 창작이라는 측면에 있어 상승세를 타고 있음은 분명한 듯. 


3월 24일 공개입니다.

리걸 리리(リーガルリリー) ‘東京’

후반부에 몰아치는 연주를 보고 있자면, 천재들이 많은 음악 신 속에서도 타카하시 호노카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초반부는 뭔가 챠토몬치가 연상되는 듯한 징글쟁글 기타팝의 흐름으로 흘러가지만, 조금씩 대기를 바꾸어가더니 어느 샌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청자를 압도하는 형국. 최근 들은 곡 중 구성적인 측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노래로, 듣는 이가 쉽게 그 변화를 눈치채지 않도록 은근히 그 분위기를 바꾸어가는 뮤지션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노래다. 이미 완성형인데, 어디까지 성장해가려는 것인지. 



[ALBUM]


시럽(SIRUP) < cure >

이번 작품의 테마는 ‘합작’이다. 그것도 글로벌한. 2년만에 선보인 2번째 정규작은, 국경의 한계 없이 많은 조력자들을 맞아들여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모리 젠타로, 신 사키우라, 야플 등 일본에서 주목받는 프로듀서들과 함께 영국의 롬더풀(ROMderful), 한국의 수민과 슬롬도 힘을 보탰다. 덕분에 구사하는 음악의 영역이 훨씬 넓어진 듯한 느낌. 포인트 있는 리드미컬한 구성의 ‘R&W’, 독특한 음율의 기타리프가 단번에 귀를 잡아끄는 ‘Overnight’, 갑자기 들려오는 한국어가 반가운 수민과의 콜라보레이션 ‘Keep In Touch’ 등 본연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것들도 포용하려는 아티스트의 고민과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 


요시자와 카요코(吉澤 嘉代子) < 赤星青星 >

최근 2~3년간 가장 빠져있다 시피한 아티스트의 새앨범. 처음 들었을 땐 생각보다 별로인듯 한 느낌이 들었으나 감상이 반복될수록 깊이 빠져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랑’을 테마로 요시자와 카요코만이 구사할 수 있는 10개의 판타지가 마치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줄 터. 사운드 프로듀서로는 키미시마 오오조라, 곤도 토모히코, sugarbeans 등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이들이 참여해 새로운 색감을 부여했으며, 덕분에 ‘이야기꾼’이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자신의 정체성이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방향으로 구현되어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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