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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14. 2021

[21-03-02] 주간제이팝

우타다 히카루, 널바리치, 오자와 켄지, 후지패브릭 등

[Single]


우타다 히카루(宇多田 ヒカル) ‘One Last Kiss’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 신 에반게리온 다카포 >를 위해 다시 한 번 팔을 걷어붙힌 우타다 히카루의 신곡으로, < 에반게리온 서 >의 주제곡이었던 ‘Beautiful World’가 2007년이었으니 햇수로 장장 15년만에 드디어 그 마무리를 짓는 셈. 간결한 비트와 신시사이저로 진행되는 초반부에선 EDM 스타일의 트렌디함으로 듣는 이를 맞이한 후, 조금씩 사운드의 결과 부피를 키워감과 동시에 자신의 목소리 또한 겹쳐가며 그 몽환적인 세계를 확장해가는 구성에 귀기울여볼만 하다.


널바리치(Nulbarich) ‘Together(feat. BASI) 

타격감 있는 비트에서 듀스나 언타이틀에서 흔히 듣던 뉴잭스윙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도시의 화려하면서도 공허한 밤이 연상되는 멜로우한 무드를 기반으로, 다른 때보다 더욱 저음에 집중한 그의 보컬이 무심하면서도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피처링으로는 인시스트(韻シスト)의 바시(BASI)가 참전, 곡의 정서를 배가시키는 단단한 래핑을 통해 이상적인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느낌. 


우버월드(UVERworld) ‘HOURGLASS’

보다 크로스오버 측면으로 집중하고 있는 밴드의 변화가 응축된 약 1년 만의 신곡. 밴드로서의 정체성은 가급적 감추고, 자신들의 음악을 EDM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대부분의 싱글이 단독 작사작곡이었던 것과 달리 이 곡은 작곡에만 네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편곡에는 소녀시대, 엑소, 원 오크 록, 산다이메 제이 소울 브라더즈 프롬 엑자일 트라이브 등의 작업에도 참여했던 제프 미야하라가 손을 보탰다. 듣다 보면 이매진 드래곤스와 같은 아레나 지향의 대곡의 느낌도 남과 동시에, 케이팝과 같은 치밀한 사운드 구성 또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오자와 켄지(小沢 健二) ‘ウルトラマン·ゼンブ’

아티스트 본인의 둘째 아들이 만들어 낸, 기존의 울트라맨의 장점을 모두 모아 탄생한 가상의 영웅 ‘울트라맨 젬부(전부)’를 모티브로 삼아 완성한 신곡이다. 그만의 재기 넘치고 범상치 않은 사운드 운용은 유지하면서도, 끝끝내 그 대중적인 면모를 놓치지 않는 팝 센스가 여전히 대단하게 느껴지는 노래. 스피디하면서도 가볍고, 그러면서도 경쾌함을 잃지 않는 타이트한 비트 메이킹, 풍성한 코러스 운용을 통해 아카펠라와 같은 보컬 세계를 펼쳐보이는 그의 크리에이티브함은 이 노래에서도 여전히 빛나고 있다. 오자와 켄지가 누군지 모르는 이들에게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자신있게 내미는 듯한 인상의 노래.


다다레이(DADARAY) ‘fake radio’

선 굵은 신시사이저 리프와 그루브한 피킹의 베이스가 만나 흥미로운 풍경을 그려내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카와타니 에논이 주도하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 다다레이의 신곡은, 레이스와 에츠코의 보컬 하모니가 서서히 번져나가는 수묵화와 같은 인상을 준다. 여기에 어느 때보다 그 존재감이 도드라지는 큐지츠카쵸의 느긋하면서도 정교한 베이스 연주까지 어우러져서 그런지 다른 어느 곡들보다 팀으로서의 에너지가 확연하게 들어차 있다. 카와타니 에논이 가진 창작열의 한계는 과연 어디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팝 아트 타운(POP ART TOWN) ‘ファンタジー’

조금씩 자신들의 페이스에 속도를 붙여 나가는 밴드가 봄을 맞아 선사하는 기분 좋은 디스코 리듬. 탄탄한 연주를 타고 청량하게 울려 퍼지는 나루오 사야카의 음색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넘버다. 블랙뮤직 기반이나 그것을 크게 티내지 않고 자신들만의 팝 록에 체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모습에서 밴드의 탄탄한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여러가지 악기를 동반해 5분에 가까운 시간을 텐션 있게 끌고 나가는, 쉽지 않은 설득력을 구현해 낸 그들의 역량 또한 돋보이는 넘버. 


[ALBUM]

후지패브릭(フジファブリック) < I Love You >

15주년을 맞아 오롯이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어 냈던 전작 < F >와 달리, 이번엔 다양한 게스트들을 초빙해 보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자 한 그들의 11번째 정규작. 보다 블랙뮤직을 전면적으로 부각시킨 ‘SHINY DAYS’와 ‘赤い果実(feat. JUJU)’의 초반 두 곡은 자신들의 영역을 보다 넓혀가려는 의욕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음과 동시에 팀을 몰랐던 이들에게도 좋은 자기소개서가 될 법한 노래들이다. 


여기에 펑키한 곡조의 ‘たりないすくない’에선 최근 가장 핫한 아티스트인 요아소비의 이쿠라 리라를 초빙해 보다 대중적인 보컬 운용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타 모토히로가 힘을 보탠 ‘あなたの知らない僕がいる’는 본격적인 발라드 편곡으로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덧 새 체재의 후지패브릭도 10년,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함과 동시에 자신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보다 보편적인 그룹으로 존재하겠다는 그 의지가 명료하고도 확연하게 각인되어 있는 작품. 명 프로듀서 코바야시 타케시가 지휘한 마지막 트랙 ‘光あれ’엔, 더더욱 빛나게 될 그들의 미래가 찬란히 투영되어 있다. 


오리사카 유타(折坂 悠太) < 朝顔 >

대중음악과 민요의 크로스오버를 기반으로 예상치 못한 음악을 선보여왔던 오리사카 유타. 전작들을 생각하고 듣는다면, 훨씬 팝친화적인 사운드와 보컬이 담겨 있는 리드트랙 ‘朝顔’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의 진한 색깔이 아예 없어지진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무리 없을 듯한 보편성이 곡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모습은 < 平成 >로 팬이 된 이들에게는 “뭐지”라는 감상을 가져다 줄 여지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쉽게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는다. ‘朝顔’의 후반부가 주는 반전엔 “역시 오리사카 유타”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힘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현악 세션을 전면으로 내세워 새로운 공식을 구축하는 ‘針の穴’, 어쿠스틱 기타와 키보드, 색소폰이 그야말로 ‘세련된 토속미’를 구현하며 왠지 모를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오키나와 민요 커버 ‘安里屋ユンタ’, 모든 감정을 초월한 듯 툭툭 내던지는 목소리에서 그만의 포용력을 엿보게 하는 ‘鶫’ 등 그만이 할 수 있는 유니크한 노래들로 가득 차 있는 이번 미니 앨범. 이전의 작품들에겐 다소 장벽이 있었다면, 이번만큼은 어느 누구에게 들려줘도 다들 좋아할 것 같은 그만의 대중성을 구축한 느낌. 그야말로 “오리사카 유타 초급반” 개강입니다. 


코레사와(コレサワ) < 純愛クローゼット >

“사랑이 넘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으로부터 탄생한 그의 세번째 앨범. 스토리텔링이 발군인 아티스트인 만큼 가사를 이해하면서 듣는다면, 여러가지 사랑의 모양으로 하여금 더욱더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가 죽으면 너는 어떻게 할거야?”라는 발칙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흥미로우면서도 조금은 슬픈 망상 ‘あたしが死んでも’, 연인이 함께 하는 목욕시간에 대한 이야기 ‘バスタイム’, 연애의 낭만적인 모습 이외에 현실적인 부분을 생생히 그려내는 ‘スーパーでデート’ 등 남녀간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공감대 있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愛を着て’나 ‘いただきます’와 같은 노래처럼 우정이나 가족간의 사랑 또한 포용하며 남기는 여운까지. 어느덧 보편적인 사람들의 일상을 능숙하게 그려내고 있는, 훌쩍 성장한 그의 역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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