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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07. 2021

[21-03-01] 주간제이팝

[Single]


후지이 카제(藤井 風) ‘旅路’

2020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던 거물급 신예의 첫 드라마 주제곡 타이업이다. 음악적인 부분의 욕심은 조금 줄이고, 리드미컬한 반주에 대중적인 선율을 강조해 어느 정도 곡의 쓰임새를 고려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 곡 전체에 걸쳐 낭비되고 있다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포인트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노래를 통해 그의 송라이팅 감각과 보컬리스트의 역량을 새삼 재발견하게 된다. 



크리피 넛츠(Creepy Nuts) ‘バレる!’

초반부터 시종일관 타이트하게 몰아붙이는 알 시테이(R-指定)의 래핑이 팽팽한 텐션을 견인한다. 리얼세션 기반의 역동성을 중심에 두고, 여느 때 처럼 유쾌하게 그리고 활기차게 자신들의 랩 뮤직을 선사하는 듀오의 호흡은 이 곡에서 특히 빛나는 듯하다. 장난스러운 듯 하면서도 그 안에 음악적인 핵을 단단히 유지하고 있는 이들의 행보, 최근 작품들을 통해 조금씩 그 절정으로 나아가는 느낌. 


킹 누(King Gnu) ‘泡’

매 싱글마다 예상 밖의 노래들을 선보이며 어느 한 이미지로 정착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그들의 이번 신곡 역시 이전엔 만나 볼 수 없었던 의외의 모습들로 가득하다. 비트는 최대한 배제하고, 사이키델릭한 신시사이저와 왜곡시킨 보컬 트랙이 러닝타임을 이끄는 곡 스타일에서 이들의 혁신적인 모습이 재발견. 이전의 관습적인 작법에 대한 계승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쌓아가는 대중음악의 문법을 4분이라는 시간동안 압축해 보여주는 듯한 새로운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어떤 의미로 ‘얼터너티브’라는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결과물. 


디그로(DYGL) ‘Sink’

밴드 와이키키 비트(Ykiki Beat)를 병행하기도 했던, 2016년부터 새로이 활동을 시작한 브릿팝 테이스트의 록 밴드 디그로. 이번 노래 역시 전부 영어로 이루어진 가사나, 멜로우한 정서와 공간감 있는 기타사운드, 간결한 멜로디에서 그들의 확고한 음악적 방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노래만 들려주면 일본음악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무드. 국경에 자신들의 음악을 묶어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 차 있는 노래다.


스캔달(Scandal) ‘eternal’

다수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프로듀서 시라이시 사토리의 힘을 오래간만에 빌린 트랙으로, 작사는 리나가, 작곡은 마미가 담당해 완성시킨 노래이다. 인트로부터 치고 들어오는 EDM의 뉘앙스가 본연의 록 사운드와 잘 조화되어 있으며, 특히 후렴구의 선율이 어느 때보다도 귀에 잘 들어오는 느낌이다. 어느 정도의 변화의 지향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내실을 다지는 곡이라고 할까. 버티고 버텨 어느덧 일본을 대표하는 걸밴드로 자리잡은 이들의 그 이름값에 부응하는 노래라고 해도 전혀 이질감 없을 듯 하다. 


사유리(さユり) ‘かみさま’

인트로부터 날카롭게 꽂히는 그의 음색이 강렬한 인상을 동반한다. 공격적인 록 사운드와 같은 멜로디를 구절마다 다른 감정으로 해석하는 후렴의 흐름이 흥미로우며, 특히 속사포처럼 돌격하는 드러밍이 곡의 다이나믹함을 배가한다. 항상 독자적인 세계를 펼쳐보이는 그의 정체성이 어느 정도 보편성과 어우러지는 그 장면의 목격이 가능한 곡으로, 이르게 드라마 타이업으로도 결정.  


사토 치아키(佐藤 千亜紀) ‘声’
 키노코테이코쿠(きのこ帝国) 활동 중지 이후 활발히 솔로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그의 신곡은, 서정성이 물씬 가미되어 있는 슬로우 록 넘버. 조금은 팝 뮤직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던 이전의 방향성과는 달리, 이번엔 밴드 시절의 정서가 아련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라 아마 오래된 팬들은 조금 더 친숙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인트로의 피아노와 고스트 노트를 통해 긴장감을 부여하는 드러밍, 그리고 어느 때 보다 한겨울 찬바람에 가까운 사토 치아키의 목소리까지. 노래 제목처럼 어느 때보다 그의 목소리가 애절하게 다가오는 듯. 



[ALBUM]



아키야마 키이로(秋山 黄色) < FIZZY POP SYNDROME >
크로스오버가 만연하는 시대에, 송곳과 같은 날카로우면서도 직선적인 록 사운드로 청춘의 한가운데를 꿰뚫는 아키야마 키이로의 소포모어작. 자신의 긍정적인 미래를 확신하고 단언하는 스트레이트한 디스토션 넘버 ‘アイデンティティ’, 킥 드럼의 댐핑감이 가슴을 쿵쿵 치는 가운데 의외의 그루브함이 습격하는 ‘月と太陽だけ’, 레게리듬과 한껏 왜곡시킨 기타 톤으로 자신만의 리듬을 구축하는 ‘ゴミステーションブルース’ 등 지금 시대에 점점 자취를 감추어 가는 통쾌하고도 로킹한 트랙들이 많은 이들의 동반자를 자처하고 있다. 앞뒤 안보고 달려나갔던 1집과 달리, 전체적인 구성의 노련함이 돋보인다는 것이 그의 성장을 엿보게 하기도. 


아이코(aiko) < どうしたって伝えられないから >

세월을 뛰어넘는 보편적 팝 보컬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 군림 중인 아이코의 어느덧 14번째 정규작. 코로나 시대를 맞아 좀처럼 낼 수 없었던 음악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음악을 만들며 탈환한,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도 꽤나 의미있는 한 장으로 자리할 앨범이다. 여전히 생활과 밀착되어 있는 여러 표현과 소재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며, ‘ハニーメモリー’와 같이 다소 복잡한 멜로디라인 조차 자신의 파퓰러한 감성으로 체화해내고야 마는 그의 아이덴티티가 가득 담겨 있다. 다만, 전성기 때에 비하면 그 선율의 통쾌함은 다소 무뎌진 것 같기도 하다는 것이 오랜 팬을 자청하고 있는 본인의 감상평이자 아쉬움.  


도쿄스카파라다이스오케스트라(東京スカパラダイスオーケストラ) < SKA = ALMIGHTY >

첫 곡 ‘Salvation Ska’의 경쾌하면서도 친숙한 분위기가 그들의 꾸준함을 증명한다. 좀처럼 쉬는 일 없이 장르무관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매번 다른 스펙트럼을 발하는 밴드의 신작. 보컬 뿐만 아니라 음악 역시 [알렉산드로스]와의 교집합이 느껴지는 카와카미 요헤이 피처링의 ‘ALMIGHTY~仮面の約束’, 하세가와 하쿠시라는 의외의 게스트를 초청해 그들의 음악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드럼 앤 베이스 기반의 ‘会いたいね。゚(゚´ω`゚)゚。’, 요즘 안 끼는 곳이 없는 것 같은 아이나 디 엔드의 참여로 신비스러우면서도 주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JUMON’ 등 우선적으로 눈이 가는 건 콜라보레이션 작품들. 


하지만 관악 세션의 장점이 부각되는 ‘仮面ライダーセイバー’, 보컬 파트를 최소화한 채 중년의 멋을 한가득 담은 연주가 청각을 뒤흔드는 ‘(Everybody is a) SUPERSTAR’와 같은 노래들에서 알 수 있듯, 밴드의 정수는 이러한 게스트가 없는 곡들에서 더욱 면밀히 느낄 수 있다. 그들이 낸 모든 작품들이 준수한 퀄리티를 보여주었듯, 이번 신보 역시 그들의 에너저틱한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지듯 생생히 그려지는 작품. 


스미카(sumika) < AMUSIC >  

16곡이라는 큰 볼륨 안에서 자신들만의 보편성을 여러 갈래의 빛으로 흩뿌리는 작품이다. EP를 통해 조금은 다른  모습의 ‘스미카’를 찾으려 했던 노력과, 기존에 파퓰러한 밴드의 익숙한 모습이 비율 좋게 혼합되어 있는 컬러풀한 앨범으로 완성되어 있다. 특유의 활기를 아이리시 뮤직에 담아낸 ‘Lamp’, 누구나 공감할 만한 긍정적인 온기를 가득 담아낸 팝 트랙 ‘願い’, 키보드를 중심으로 단촐하게 그리고 밀도 있게 자신들의 정수를 담아낸 ‘Happy Birthday’, 선공개된 트랙이나 앨범의 흐름안에서 다시금 하이라이트를 담당하는 ‘本音’, 어느때보다도 로킹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페스티벌 용 트랙으로 딱 어울리는 ‘Late Show’ 등 다채로운 색을 발하고 있음에도 그 중심은 ‘스미카’라는 이름으로 수렴한다. 어느덧 이들도 자신들의 영역을 명확히 갖춘 존재들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중. 


아이나 디 엔드(アイナ・ジ・エンド) < 内緒 >

정말 요즘 쉬는 날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연속적인 릴리즈 행진을 보여주는 아이나 디 엔드. 정규작이 카메다 세이지의 전적인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이번 미니 앨범은 기존 카메다 세이지 외에 Ovall, 칸 사노(Kan Sano) 등이 정규작에선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비명과 같은 코러스와 어그레시브한 록 사운드, 불협화음처럼 들리도록 유도한 키보드 플레이가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誰誰誰’, 시티 팝의 레트로함이 선명하게 묻어나는 가운데 이 또한 자신의 목소리로 멋지게 소화해내는 ‘彼と私の本棚’와 같은 곡들을 듣다보면, 마치 정규작의 확장판처럼 느껴지면서도 그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러닝타임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오오하시 토리오(大橋 トリオ) < NEW WORLD >

다작을 하면서도 한번도 허투루 작품을 내놓은 적이 없는 그의 신보는 여전히 팝과 클래식 그 중간 어딘가에서 새로운 대중음악의 공식을 제언한다. 첫 인트로부터 대중음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피아노 연주 및 곡 전반을 감싸는 클래시컬한 현악/관악세션이 역시 오오하시 토리오 다운, 카미시라이시 모네 피처링의 ‘ミルクとシュガー’, 고상한 플룻연주와 숨소리를 강조한 유려한 보컬이 실내악이나 재즈를 연상케 하는 스윙넘버 ‘Favorite Rendezvous’, 스틸 기타의 소리가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편곡임을 알려주나 전체적인 선율감만큼은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표출하는 ‘LION’ 등 작품이 거듭되며 점점 무르익어가는 그만의 음악세계가 환상적으로 펼쳐져 있는 작품이다. 평범한 팝 앨범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을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 


오오하라 사쿠라코(大原 桜子) < I >

마치 초창기 넘버를 듣는 듯한 명쾌한 보컬과 선율의 ‘STARTLINE’을 듣다보면, 반갑다가도 일견 ‘지난 앨범의 적극적인 변화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그러다 트렌디한 사운드와 이에 맞는 창법을 찰떡같이 구사하는 ‘Long Distance’에서 그간의 여러 시도들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버무린 댄스 트랙 ‘miss you tonight’, 현악세션과 피아노는 거들 뿐 그의 보컬이 가진 호소력은 여전히 유효함을 알 수 있는 ‘同級生’, 료쿠샤카의 나가야 하루코가 제공한 업템포 록 트랙 ‘透ケルトン’ 등 아직도 그 방향성이 조금은 명확히 잡히지 않은 느낌이나 자신의 보컬 역량만으로 그 핵을 관철하고 있는 듯한 그의 가수로서의 힘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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