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OP ALBUM of The Year [2012년]

2012년 12월에 작성하였습니다.

by 황선업

[2021년의 REWIND]

돌아보니 특히나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던 해임과 동시에 넥스트 제네레이션이라고 부를 팀들이 여럿 눈에 띄였던 시기였네요. 세카이 노 오와리가 첫 정규작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백 넘버 역시 자신들만의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할 앨범을 선보였었죠. 다만 백 넘버는 지금만큼 대중적인 파급력이 있진 않던 시기라서, 혼자 속으로 "백넘버 같은 밴드가 왜 안 뜨는 거지?(뭐 록 신에서는 이미 준헤드라이너급이긴 했었습니다만.)"라고 생각하곤 했었죠.


여기에 요네즈 켄시의 데뷔작은 개인적으로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새로운 감각의 음악을 저에게 선사해준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ゴーゴー幽霊船'은 'Lemon'으로 세계적 인지도를 쌓아올리게 된 지금에도 저의 최애곡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세 팀은 지금은 완연히 톱 아티스트로서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록 스타를 꿈꾸는 이들의 롤모델로 자리하고 있죠.


조금 안타까운 것은, 이때만큼의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팀도 여럿 된다는 것이죠. 새로운 시대의 사이키델릭을 세상에 흩뜨렸던 키노코테이코쿠는 2019년 5월을 기점으로 활동을 중단했고, 대형밴드로 성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도쿄카랑코롱은 성적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2020년에 해산하고 말았습니다. 메렝게는 요즘 딱히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시네마 스탭이나 안도로프는 이때 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카이코엔은 츠노 마이사의 부고 이후 지난 5월 마지막 라이브와 함께 해산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지난 10년이 지나는 동안, 몇몇 팀들의 행보가 명확하게 갈린 셈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니시노 카나는 활동을 중단했고, 챠토몬치는 '완결'을 맞이했으며, 이키모노가카리는 2인조가 되었네요. AKB 역시 저 당시의 주요 멤버들은 거의 졸업을 한 상태고요. 참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도 이 때 뽑았던 작품들은 생각날때마다 듣게 되는, 역대급 결산 리스트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사회생활 초년생 시절에 힘든 것이 많았는지, 음악을 정말 열심히 들었던 기억도 나네요. 집에서 나와 제주도에서 홀로 근무하던 시절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2012년의 결산 리스트, 함께 감상해보실까요.



아야카(絢香) < The Beginning >(2012.02.10)

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금 출발선에 선 아야카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三日月(초승달)' 이후 그저 반짝스타에 그칠 것만 같았던 그녀, 절망을 뚫고 나온 목소리는 치유의 힘을 갖는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며 다른 이들에게 뜨거운 생명의 에너지를 전해주었습니다. 여기에 싱어송라이터로의 성장을 완수해내며 단지 한번 쏟아 붓고 끝나는 것이 아닌, 앞으로의 가능성 또한 각인시킨 먹먹한 가슴속 울림과 같은 한 장입니다.

사류(Salyu) < Photogenic >(2012.02.15)

도전 뒤에는 다시금 반가운 재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작년 '다중녹음'을 콘셉트로 했던 < s(o)un(d)beams >(2011)에서의 파격은 뒤로 하고, 가수 본연의 페르소나를 찾기 위해 이뤄낸 것이 바로 코바야시 타케시(小林 武史)와의 5년만의 만남이었는데요. 결과물들은 그가 프로듀서 하고 있는 또 다른 뮤지션인 미스터 칠드런(Mr.children)의 연속선상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사류의 끊어질 듯 다시 한 번 숨을 불어넣는 매력적인 보컬은 순간순간을 이미지화 시키며 이 작품이 특별해 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냅니다. 미스터 칠드런의 보컬 사쿠라이 카즈토시(櫻井 和寿)가 작사, 작곡한 '青空(파란 하늘)'은 올해 가장 설렘 가득한 곡 중에 하나가 아니었나 싶네요.


이키모노가카리(いきものがかり) < NEWTRAL >(2012.02.29)

'New'와 'Neutral'의 공존을 꿈꾸었던 이키모노가카리의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이네요. 어느덧 차세대 국민밴드로 발돋움하며 전세대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이들의 새 발걸음은 기존에 해오던 포크록에 팝적인 색깔을 덧칠하며 무모함을 배제하고 자신들만의 색깔도 잃지 않는 영리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가장 큰 무기인 멜로디의 힘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잠시, 작곡의 중심축을 미즈노 요시키(水野 良樹)에서 야마시타 호타카(山下 穂尊)로 넘기며 'いつだって僕らは(언제나 우리들은)'나 '愛言葉(사랑의 말)'와 같은 좋은 노래들이 빛을 보게 되었지요. 여기에 요시오카 키요에(吉岡 聖恵)의 보컬은 날이 갈수록 완숙해지며 가사와 일상의 밀착감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에이케이비48(AKB48) < 1830m >(2012.08.15)

마침내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아키하바라에서 도쿄돔까지의 거리를 일컫는 앨범 타이틀. 여기에 대미를 장식할만한 부동의 원톱 마에다 아츠코(前田 敦子)의 졸업까지. 소녀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의 제 1장은 이렇게 막을 내렸네요. 이러한 시기에 나온 더블 앨범은 음악 자체로만 보면 기존 노선과 다를바 없지만, 음악마저 마니악함을 내세우며 스스로 팬층을 좁히는 타 아이돌 그룹에 비해 나름 중도 노선을 지키며 '좋은 가요'나 '노래방 애창곡'으로의 역할도 충분히 완수해내는 내용물로 가득차 있습니다.

게다가 각 멤버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센터를 노리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가사로 담아내는 여전한 작법은 각 멤버들간의 성격과 관계를 알면 알수록 더욱 몰입해 들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카하시 미나미(高橋 みなみ)와 마에다 아츠코의 듀엣인 '思い出のほとんど(추억의 전부)', 급푸쉬를 받고 있는 '파루루' 시마자키 하루카(島崎遥香) 가 속한 팀 4가 부른 '走れ!ペンギン(달려라 펭귄)' 등을 정말 오랫동안 듣고 있네요. 말 그대로 머리 비우고 듣기에 최적화된 앨범이 아니었나 싶어요.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Asian Kung-Fu Generation) < ランドマーク(랜드마크) >(2012.09.12)

작년에 있었던 지진과 쓰나미는 표면적인 삶을 뛰어넘어 개인의 가치관까지 뒤흔드는 엄청난 충격파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당시 앨범을 내려고 했던 아티스트들은 계획을 미룬채 다시금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각자 자신들만의 해답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 2011년에 가장 주목받았던 것이 사카낙션의 < DocumentaLy > 였다면, 올해는 이들의 랜드마크에 주목할 만합니다. 조금씩 리더 고토 마사후미(後藤 正文)의 자의식에 침잠당하던 전작과 달리, 아지캉이라는 밴드가 어느 정도 대중의 것임을 인정하고 얽매여 있던 족쇄를 풀며 온연한 펑크록의 기개를 펼쳐냅니다. 또한 각 멤버들의 참여도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 전체적으로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네요. 삶을 살아갈 힘은 역시 옆에 있는 동료로부터 나온다는 것, 새삼 깨닫게 하는 작품입니다.

니시노 카나(西野 カナ) < Love Place >(2012.09.26)

니시노 카나의 음악을 기대하고 들은 적은 없었습니다. '예상 외로 괜찮네.'라고 생각한 적은 많았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는 동시대성에게 어필하는 스탠다드함에 있다고 여겨 예상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곧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좋은 싱글들을 연달아 발표하는 걸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그 꾸준함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치어리더 콘셉트의 'Go for it'을 필두로 'たとえどんなにも(설령 아무리)', 'Sakura, I love you?' 등 공감가는 사랑과 이별이야기, 여기에 대중적인 멜로디는 아이코(aiko)의 뒤를 잇는 10~20대 여성들의 우상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일등 공신이죠.


미스터 칠드런(Mr.Children)

< [an imitation] Blood Orange >(2012.11.28)

어수선한 사회상으로 인해 이들의 앨범도 무거워지진 않을까 싶었지만, 어느 때보다도 경쾌하고 밝은 소리를 들고 우리들에게 돌아왔습니다. 덜 좋고 더 좋고의 차이만 있을 뿐, '믿고 듣는' 미스치루이기에 이제는 습관처럼 그들의 음악을 귀에 흘리게 되지만, 그 관습성에 굴복하지 않고 항상 그때그때에 맞는 감동을 전달해 준다는 사실은 참 어떻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들의 능력이라고 생각되네요. 웅장하게 서두를 장식하는 'Hypnosis', 무겁고 둔탁한 비트를 사용한'過去と未来と交信する男(과거와 미래와 교신하는 남자)' 등 정석을 타파하려는 모습도 보이지만, < SENSE >(2010)에 비해서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은 어려운 세태를 함께 발맞추어 긍정적으로 극복해보자 라는 집념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지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한 장입니다.

샴페인([champagne]) < Schwarzenegger >(2012.04.04)

올해 지산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던 샴페인. 로컬적인 특성이 강한 여타 일본 밴드들과는 달리 울타리를 가뿐히 넘어 세계의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선포하는 그 모습이 세 번째 앨범에서 더욱 구체화되었습니다.


미끄러지다가도 거칠게 포효하는 기타 사운드, 기본을 지키는 듯 하면서도 변칙을 일삼는 그루브한 베이스와 드럼이 몰래 다가와 대중의 시각과 청각을 빼앗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들입니다. 멤버들이 오아시스의 팬인 만큼 브릿팝을 전제로 펑크나 개러지 록 등을 흡수해, 베이스의 진면목과 조우하는 'waitress!waitress!', 점층적인 구성이 엉켜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Spy' 등 양질의 싱글을 발매하며 메이저 밴드로의 입지를 단단히 구축했습니다. 12월에 내한한다고 지산에서 들은 것 같은데,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직접 만나보려면 왠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세카이 노 오와리(SEKAI NO OWARI) < ENTERTAINMENT >(2012.07.18)

여태까지의 싱글로 조금씩 윤곽을 스케치 했다면, 17곡이 담긴 정규작은 그 안에 색깔을 불어넣었습니다. 투 기타+피아노+디제이라는 특이한 편성으로 세상의 절망과 희망을 왕복하는 이들의 소임은 바로 음악을 음악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로 길러내 퍼뜨리는 것임을 본 메이저 데뷔작으로 증명했습니다. 가사에서 느껴지는 강한 자의식이 접근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일렉트로니카 비트와 록적인 기타운용, 클래식 피아노를 유연하게 조화시키는 사운드 프로듀싱의 감각은 이 그룹에 대한 가능성을 신뢰하게 합니다. 싱글 중에서는 'スターライトパレード(Starlight Parade)'가, 앨범 수록곡 중에는 'Fight music'이 그룹의 본령임을 알려줍니다. 활기 가득한 생명력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피어 앤 로딩 인 라스 베가스(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 < All That We Have Now >(2012.08.08)

하드록, 뉴메탈, 펑크, 헤비메탈, 일렉트로니카. 이 모든 장르를 뒤섞으면서도 고유한 질서는 놓지 않고 온전히 자신들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온 이들의 2012년은 음악적으로 큰 결실이 있었던 해였습니다. 여태껏 EP부터 시작해 여러 앨범을 내왔지만, 대중과의 접점을 놓지 않으면서 강성의 사운드를 유감없이 표출해 낸 절묘함과 교묘함은 오리콘 데일리 3위라는 큰 선물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아껴두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리를 쏟아냄으로서 더욱 부유해지는 밴드의 스타일은 여러 사운드가 뒤섞이면서도 전혀 거부감없이, 아니 오히려 더욱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하이브리드 엔진이 되어 듣는 이들의 몸 속에 장착되어 집니다. 여기에 뒷받침되는 연주력은 시대가 이들의 능력을 오도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챠토몬치(チャットモンチ─) < 変身(변신) >(2012.10.10)

드럼을 맡은 멤버가 나갔으면, 다시 새로운 드러머를 찾는 게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2인 체제를 굳이 유지했습니다. 보통 이렇게 빈자리가 생기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침체되기는커녕 한층 더 높아진 음악적 자유도를 누리며 성장의 새 페이지를 써내려갔습니다. 이처럼 본 적 없는 사건들로만 한 해를 채워나간 챠토몬치의 새 앨범은 이 이상의 타이틀이 없을 정도로 정말 '변신'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정된 악기 포지션부터 버리고, 상황에 맞춰 각자 베이스와 키보드, 기타와 드럼을 오고 가며 고민과 노력의 산물을 펼쳐보이는 이들 앞에 편견이라는 괴물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거친 사포와 같은 'ハテナ(물음표)'부터 달콤한 푸딩 같은 'コンビニエンスハネムーン(Covenience honeymoon)', 그리고 아지캉의 고토 마사후미와 밴드 유니콘(Unicorn) 출신의 중견 뮤지션 오쿠다 타미오(奥田 民生)의 협력까지. 어느덧 명실공히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밴드의 하나가 된 이들의 다음 발걸음이 더욱 궁금하기만 합니다.


나카지마 미유키(中島 みゆき) < 常夜灯(상야등) >(2012.10.24)

올해도 역시 노장의 완숙미는 빛을 발했습니다. 쿠와타 케이스케(桑田 佳祐)와 야마시타 타츠로(山下 達郎), 마츠토야 유미(松任谷 由実) 가 약속이나 한 듯 베스트 작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일본의 보스' 야자와 에이키치(矢沢 永吉)는 예순 셋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신작을 내놓으며 여전히 현역임을 재차 강조했죠. 남자들도 감히 짊어지지 못했던 '시대'라는 단어를 몸소 짊어졌던 그녀,

나카지마 미유키도 39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다시금 전설의 연대기를 이어나갑니다. 곡에 따라 바뀌는 팔색조와 같은 음색은 여전한데다가, 포크에 대한 애정과 민요나 오리엔탈 음악의 탐구가 더해지며 그, 밀도가 더욱 깊어진 느낌입니다.


다른 중견 아티스트들이 과거의 스타일을 계속 다듬고 정착시키는 과정으로 신보를 내놓는다면, 그녀는 과거가 아닌 '지금' 자신의 모습을 잘 담아내는 뮤지션이라 할 만합니다. 'ピアニシモ(pianissimo)'로 부드럽게 다가가다가 'オリエンタル・ヴォイス(Oriental voice)로 분위기를 180도 뒤집는 그 의외성과 폭넓음은 그녀에게만 배어나오는 아름다운 향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백 넘버(back number) < Blues >(2012.11.21)

근래 가장 귀에 잘 들어오는 선율로 무장한 작품이었습니다. 노래를 틀어놓고 딴짓을 하고 있다가도 '뭐지'하고 순간 귀기울이게 하는 멜로디 창작력은 백 넘버라는 밴드가 가지고 있는 힘 중 가장 큰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전작의 싱글이었던 '花束(꽃다발)'도 그랬지만, 뭔가 항상 약자거나 겁쟁이인 상황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은 왠지 모르게 어려움과 설레임을 동반하며, 만남의 기쁨과 동시에 헤어짐의 두려움을 함께 가져다주곤 합니다. 보컬 시미즈 이요리의 감성은 이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본작은 이들의 디스코 그라피 중 이러한 면이 가장 잘 매만져 부각된 작품입니다. 'わたがし(솜사탕)'의 '어떻게 봐도 부드러운 그대의 손을 얼마만큼 세게 잡고 / 어떤 얼굴로 바라봐야 되는 걸까'라는 가사는 이들의 정서가 가장 잘 반영되어 있는 한구절이라 느껴집니다.

아카이코엔(赤い公園) < 透明なのか黒なのか(투명한걸까 검은걸까) >(2012.02.15)
< ランドリーで漂白を(세탁소에서 표백을) >(2012.05.19)


3달 간격으로 나온 더블 미니 앨범을 듣고 나서 느낀 것은 '굉장히 새롭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없던 무언가가 툭 튀어나온 느낌이랄까요. 1곡 안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펼쳐 보이려 하는 탓에 난잡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놀랄 만한 센스가 엿보여 듣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즐거웠던 앨범입니다. 난해한 포스트 록의 운영도 보여주다가, 갑자기 피아노 하나에 과격한 가사를 얹어 노래하기도 하고, 다른 곡에서는 변칙적인 리듬에 어울리지 않는 화음을 쌓은 아카펠라를 삽입하기도 하는 등 편곡적인 면에서 굉장히 독특함을 발휘하는 여성 4인조 밴드입니다. 9월에 첫 싱글을 발표하는 등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으니, 조만간 더욱 많은 매체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온소쿠라인(音速ライン) < Alternative >(2012.02.22)

'들키지 않아 들키지 않아 하며 그대가 울고 있던 밤' 후쿠시마 출신인 보컬 후지이 요시유키(藤井 敬之)는 지진에 대한 아픔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써 내놓은 이 앨범이 담담하고 직설적으로 써내려가는 것은 바로 아픔과 새출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Blinday'를 실제 곡에서는 비슷한 발음의 'Brand new day'로 바꿔 부르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재해 앞에서 모두가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비슷한 노선이지만 좀 더 후크를 중시한 'Baby baby!!!!!'.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에 대한 오마쥬인 '1980' 등 8년이라는 긴 경력만큼이나 완숙해진 팝록 사운드에 메시지성을 강조함으로서 일본의 현실과 가장 솔직하게 대면했던 작품입니다.


키노코테이코쿠(きのこ帝国) < 渦になる(소용돌이가 되다) >(2012.05.09)

지독할 정도로 뿌옇게 만들어낸 사이키델릭과 슈게이징의 잔상. 그 안개를 걷고 나니 보이는 것은 조금이라도 건들면 깨져버릴 듯한 여린 감성. 이들의 음악은 초반 한 두곡까지만 들으면 시규어 로스(Sigur Ros)나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의 영향력 안에 있는 밴드로 느껴질 만도 하지만, 배우를 겸하고 있는 사토 치아키(佐藤 千亜妃)의 요염한 음색이 드러나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 서정성이 극대화 되며 정체를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노이즈와 리버브를 크게 한 입 베어문 'WHIRLPOOL', 반면에 투명한 연주소리가 얼어붙은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날카로움을 가져다주는 '夜が明けたら' 등 양 극단의 시소에서 자유로이 무게중심을 옮겨 다니고 있습니다.


요네즈 켄시(米津 玄師) < Diorama >(2012.05.16)

2009년부터 하츠네 미쿠 등의 보컬로이드를 이용한 곡을 만들며 큰 인기를 모았던 하치(ハチ). 그랬던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쳐 보이기 시작합니다. 첫 앨범의 프로모션 곡인 'ゴーゴー幽霊船(Go Go 유령선)'은 굳이 자신의 과거를 숨기지 않아도 지금의 모습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찬 곡입니다. 기타와 비트의 파편으로 디테일하게 쌓아올린 반주, 자신만의 작법이 확실히 있음을 알려주는 멜로디와 편곡. 하나의 이미지나 장면을 구현하는 독특한 가사와 그에 걸맞는 음악은 가히 '올해의 싱글'로 주저 없이 꼽고 싶을 만큼의 흡입력을 보여줍니다. 마칭 밴드가 연상되는 '街(거리)', 독특한 소스의 사용으로 의도한 질감을 잘 살려낸 '駄菓子屋商売(싸구려 과자가게 장사)' 등도 각각의 소리에 입체감을 살려내며 실제 디오라마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입니다.


메렝게(メレンゲ) < ミュージックシーン(Music Scene) >(2012.05.30)

감수성 충만한 리더 쿠보 켄지(久保 賢二)가 일필휘지로 써내려 간 본격 남자도 울게 만들 곡들의 향연. 록 밴드 편성으로 구현한 2012년의 힐링 뮤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섬세함이 연주에 스며들어 있고, 무엇보다 베이스와 드럼의 조합이 굉장히 탄탄한 힘을 발휘합니다. 여기에 금방이라도 꺼져 버릴 듯하면서도 결국 주위를 밝혀내는 촛불 같은 음색과 반짝반짝 장식을 더해주는 키보드까지. 감정선의 고조가 극적으로 이루어지며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곡 하나에 자신의 감성을 이입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일즈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특히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도쿄카랑코롱(東京カランコロン)
< ゆらめき☆ロマンティック(흔들☆로맨틱) >(2012.08.15)
< きらめき☆ドラマティック(반짝☆드라마틱) >(2012.11.21)

올해 메이저에 안착한 남자 넷 여자 하나 구성의 혼성 밴드입니다. 사실 밴드임에도 팝 뮤직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팀으로서, 몇 곡만 들어봐도 인디즈 활동을 하며 구축한 확고한 스타일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매특허와도 같은 신시사이저의 컬러와 평범함에서 한발짝 물러선 코드워크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치로(いちろー)와 센세이(せんせい), 이 혼성 트윈 보컬 체제에서 비롯되는 시너지 효과가 굉장합니다. 둘 다 좋은 음색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그 맞물림이 정말 좋은 하모니를 발산해 내는, 환상의 커플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네요. 키노코테이코쿠와 더불어 올해의 등장으로 꼽고 싶은 팀입니다.


시네마 스탭(Cinema Staff) < 奇跡(기적) >(2012.09.28)

'기적은 필요없어 짐이 되어 버릴거잖아' 마음 한 켠에 기적이 일어나기를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히려 기적은 필요 없다며 대담하게 소리치는 이들의 음악은 메시지만큼이나 예민하고, 직설적입니다. 때로는 감성적인 기류가 흐르다가도 그 기류들이 모여 천둥번개와 같은 포효를 이끌어 내는, 패자도 승자도 아닌 시대의 젊음을 온몸으로 표현해내는 이들의 음악은 한마디로 어덜트가 아닌 유스 컨템포러리라 칭할 만 합니다. 온몸이 부서지더라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긴, 예리한 감각이 세상이라는 줄을 타는 와중에 발현되는 위기의 외침입니다.

안도로프(androp) < One and Zero >(2012.12.05)

정말 궁금하네요. 1년 만에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무엇인지. 데뷔작도 기대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냈던 작품이었지만, 신보는 말 그대로 '포스트 범프'라는 단어가 단번에 떠오르게 할 정도로, 세대교체가 당장이라도 가능할 만큼의 환골탈태를 보여줍니다. 'Mirror dance'나 'Train' 등 일부 곡에서 그 에너지가 감지 가능했다면, 이번에는 그것을 추슬러 겹겹이 쌓아낸 잠재력이 러닝타임 가득 흘러내립니다.


기본적인 사운드는 앞서 언급했듯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이나 래드윔프스(RADWIMPS)의 영향이 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처럼 코러스와 함께 어쿠스틱하게 시작하다가 갑자기 로킹한 분위기로 반전을 꾀한 다음 후렴구와의 접합을 시도하며 구성의 묘미를 일깨우는 'Party', 슬로우 템포에서도 지루함 대신 오히려 선율의 매력을 십분 발휘해내는 'Radio'등 계속해서 도전하는 청춘의 패기가 곳곳에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갑자기 훌쩍 커버린 뮤지션 집단의, 그들이 풀어내는 흥미진진한 성장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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