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OP ALBUM of The Year [2013년]

2013년 12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by 황선업

[2021년의 REWIND]

2013년은 저에게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바로 처음으로 일본의 록 페스티벌을 관람했던 해였기 때문이죠. 그때 이바라키의 공연장에서 느꼈던 공기와 분위기. 그때의 감격... 모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전보다 비교적 정확하게 현지의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게 되기도 했었죠. 이후로 코로나가 본격화 되기 전인 2019년까지 매년 두세번은 일본을 방문해 공연을 보고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때부터는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낮은 아티스트들의 지분이 조금씩 늘어난 느낌도 듭니다. 케라케라는 당시 완전 신인이었고, 카리스마 닷컴이나 코미나미 야스하도 마찬가지로 국내에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안타깝게 세 아티스트 모두 요즘은 해산했거나 주춤한 활동을 보여주는 팀들이네요.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원 오크 록 앨범이 무어냐 물으면 아마 높은 확률로 4집이나 이 리스트에 있는 < 人生×僕=>를 꼽지 않을가 싶습니다. 그 정도로 대중적 파급력이 컸던 작품이고, 저는 'deeper deeper'를 정말 많이 들었었네요.


캬리파뮤파뮤는 사실상 이때가 인기의 절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은 곡들이 쏟아져 나왔었고, 베스트 보다 이 앨범이 좋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만큼 나카타 야스타카의 선구안과 프로듀싱 역량은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알게끔 해줬던 작품이었죠. 사카낙션은... 진짜 공연을 보셔야 됩니다 ㅠㅠ 저도 뭐 단독공연은 아직 보지를 못한 처지긴 하나, 음악을 통해 선보인 확장성을 공연 연출로 구현해내는 그 풍경은 정말.. 이 작품은 '우린 록밴드가 아닌 하이브리드 음악집단'임을 선언한 작품이었고, 완성도 하나 만큼은 정말 특출났던 앨범이었습니다.


호시노 겐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는데, 이 때 즈음에 이제 지주막하출혈로 인해 그야말로 죽다 살아났었죠. 그가 쓴 에세이를 보면 그때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 어두운 내면보다는 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전파하는 쪽으로 음악의 방향성을 전환했고, 그렇게 '恋', 'SUN' 같은 곡들이 탄생하게 되었죠. 사실 < エピソード >와 같은 어쿠스틱 기조의 잔잔한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은 다소 아쉬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 STRANGER > 앨범은 그가 방향을 틀기 전 선보인 마지막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 Yellow Dancer >나 < Pop Virus > 보다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뭔가 삶에 대한 솔직한 그의 태도가 묻어난달까요. 그래서 더 여운이 오래 가는 느낌이고요.


맥시멈 더 호르몬 앨범은 몇년 간격으로 페스티벌에서 수록곡들을 줄기차게 들어서 그런지 전혀 옛날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ㅎㅎ 워낙 페스티벌용 곡들이 많은 명반이다 보니... 여튼 개인적으로 일본음악 라이프에 있어 큰 변곡점이 되었던 2013년. 리스트의 면면은 일본에서의 경험이 은연 중에 많이 반영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역시 경험과 음악이 링크되는 순간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어떤 하나의 지침으로 남는거겠죠?


원 오크 록(ONE OK ROCK) < 人生×僕=(인생을 걸고 나는) >

올 한해 가장 주목할 만한 흐름이었던 제이 록의 인터내셔널화. 그 중심에 있는 작품입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2000년대 초반의 경향에서 한 발짝 물러나, 린킨 파크나 파파로치 류의 이모 코어를 기반으로 동양의 감성을 벗어나지 않은 친숙한 멜로디를 얹어 조금씩 덩치를 불려오던 그들이었는데요. 6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완전체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일반 대중들의 지지 뿐 아니라 세계적인 환호를 받는 팀으로 확실히 안착했습니다.


더 단단해진 내공이 듣는 이들을 밀고 당기는 'The beginning', 보컬 타카 대신 베이스와 드럼을 각각 맡고 있는 토모야와 료타가 처음으로 프로듀싱해 리듬 파트가 다이나믹한 'Deeper deeper'와 같은 곡을 듣고 있자면 확실히 범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한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를 비롯하여, 유럽 투어를 성공리에 마친 4명의 록 괴물들은 비로소 2010년대의 대세가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 느낌입니다.



리파뮤파뮤(きゃりーぱみゅぱみゅ) < なんだこれくしょうん(뭐야 Collection) >

개인적으로 2013년의 추억을 꼽자면 역시 록 인 재팬 관람이었는데요. 그 곳에서 확실히 절감했던 것이 바로 캬리파뮤파뮤의 입지였습니다. 'にんじゃりばんばん(닌쟈리방방)'에 맞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박수를 치는 그 광경은 이제 국지적인 팬층에 머무는 나카타 야스타카(中田 ヤスタカ)의 아바타가 아니라, 자신의 무대를 보는 누구든 끌어들여 함께 참여하게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형 가수로 거듭났다는 것에 대한 증거였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にんじゃりばんばん(닌쟈리방방)'은 일본 아이튠즈 차트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작년 한해 대표적인 롱셀러 곡 중 하나였고, 전 파트가 후크와 같은 중독성을 발현하는 'インベ-ダ-インベ-ダ-(Invader invader)', 기타를 이용해 약간의 변화를 도모한 'ファッションモンスタ-(Fashion monster)' 등 양질의 싱글 곡 역시 큰 사랑을 받았죠. 인지도와 영향력 측면에서는 누구도 따라 잡기 힘든 작년 한해 최고의 트렌드 세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집이 캐릭터 구축의 반석이었다면, 2집을 통해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했고, 더군다나 확실한 앤섬을 만들었으니 이 정도면 올해의 앨범으로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창력이야 어떻든 간에 완성도 측면에서는 나카타 야스타카의 장인정신이 스며있으니 흠잡을 데가 없지요. 듣고 보고 있자면 즐겁고, 즐겁고, 또 즐거워지는 캬리의 유혹, 그 덕분에 조금은 더 기분 좋은 2013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케라케라(ケラケラ) < ケラケライフ(케라케라이프) >

이들을 처음 본 건 매주 챙겨보던 한 제이팝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엔딩 곡으로 나오던 'さよなら大好きだったよね(안녕 좋아했었어)'를 통해 들려오던 음색과 멜로디가 맘에 들어 체크해두고 있던 차에, 드라마 < ラストシンデレラ(라스트 신데렐라) >의 주제가로 타이업 된 'スターラブレイション(Star loveration)'이 히트하며 단번에 올해의 신인으로 주목받게 되었죠. 그 기세가 무뎌질 새라 내놓은 메이저 데뷔앨범은 싱글에서 보여준 그 이상의 보편성을 촘촘히 담아내며 새로운 스타 기근에 시달리던 일본 대중음악계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 주었습니다.


사실 냉정히 말해 이키모노가카리(いきものがかり)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포크록 스타일의 팀이긴 합니다. 홍일점 보컬에 남자멤버 둘이라는 점도 같고요. 하지만 좀 더 록적인 운영의 편곡, 진중함과 발랄함을 오가는 멤버 메메(Meme)의 목소리가 제가 좋아하던 이키모노가카리의 2집 시절, 특히 '夏空グラフィティ(여름하늘 그래피티)'를 떠오르게 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직계선배의 최신작 < I >보다 이쪽이 훨씬 신선하고 좋게 들려왔습니다. 베스트 트랙으로 꼽고 싶은 청명한 첫사랑의 색깔을 설렘 가득 표현한 '虹色ハートビート(무지개색 하트비트)'(앞서 이야기한 여름하늘 그래피티의 오마쥬 같기도 하네요), 오사카 출신이라는 점을 이용해 타코야키를 주제로 만든 재미있는 푸드 송 'たこ焼きソング~大阪で生まれたからって~(타코야키송~오사카에서 태어났으니까)' 등을 통해 이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보시길 바랍니다.


코미나미 야스하(小南 泰葉) < キメラ(키메라) >

노래를 듣고 단번에 시이나 링고(椎名 林檎)를 떠올리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파격적인 비주얼, 날선 음악,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제어를 놓아버린 위험천만한 자유로움의 향연은 당연 선대의 그것을 어느 정도 물려받았겠지요. 거기에서 그쳤다면 이 앨범을 리스트에 올려놓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만큼 사운드든, 창법이든, 한 번 들으면 '코미나미 야스하'라는 특이한 이름을 잊을 수 없게끔 만드는 묘한 느낌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장점입니다.


제일 본인답지 않은 스타일로 맨얼굴의 자신을 드러낸 타이틀 'やさしい嘘(상냥한 거짓말)'을 필두로, 특유의 음색이 다변하는 편곡과 맞물려 매력을 발산하는 'パロディス', 건반의 터치감이 그만의 그루브한 세계를 만들어주는 'Soupy world'까지. 본인으로서는 10대에 음악을 시작해 잠시 활동을 중단한 뒤 다시 돌아와 몇 개의 EP 이후 내놓는, 근 데뷔 10년만의 첫 정규앨범입니다. 먼 길을 돌고 돌아온 만큼, 성취감 보다는 '겨우 잘 정리해서 냈구나'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는 그.(성격 자체가 워낙 어질러놓고 수습을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던 기억이 나네요,) 이 한 장에 담겨 있는 것은 단순한 음악이 아닌 강산이 한 번 바뀔 동안 느낀 슬픔과 절망, 기쁨과 즐거움이 함께 뒤섞여 있는 거대한 삶의 캔버스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카낙션(サカナクション) < sakanaction >

원 오크 록과 정반대의 느낌으로 신을 지배해 가고 있는 이들 역시 6이라는 숫자와 함께 만개했습니다. 전작에서 히트한 'アイデンティティー(Identity)'를 기점으로 불붙은 상승세에 힘입어 내놓은 셀프 타이틀 앨범은 그야말로 밴드라는 형태를 해체하고 개념만을 취해 극대화시킨, 하나가 아닌 다섯 개의 자아로 빚어낸 소리미학의 결정판입니다. 본인들이 맡고 있는 악기 자체의 포지션으로부터 탈피하며 이전과는 다른 입체감을 러닝타임 전반에 부여했습니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표현이 아닌가 싶네요.


이처럼 커리어 초반부터 일렉트로니카의 접목으로 독자적인 길을 종용했던 야마구치 이치로의 야망은 그런 음악은 절대 뜰 수 없을 거라던 주위의 수군거림을 차근차근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아 평단의 박수와 사람들의 지지를 최고치로 끌어올렸습니다. 오밀조밀한 비트로 밀어붙이는 'Inori'와 공간감 있는 신스 음이 전반을 지배하는 와중에 후반부에 절정을 이루는 후렴이 완성도 있게 배열된 사카나식 EDM 'ミュージック(Music)' 등이 사카낙션표 음악의 스탠다드를 보여줍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이제야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완성시킨, 단언컨대 밴드가 내놓은 작품 중 최고작으로 손꼽을 만합니다.




소녀시대(Girl's Generation) < Love & Peace >

첫 곡 'Gossip girl'이 플레이됨과 동시에 초반부터 절정을 향해 치솟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몰아치는 전자음의 향연 속 묘한 화음이 귀를 감싸는 순간 품질 좋은 팝 앨범을 만났다는 확신을 직감하게 되지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렇게 한번 치솟은 그래프가 러닝타임 중반이 될 때 까지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군살을 뺀 가벼운 덥스텝 스타일의 댄스튠 'Motorcycle', 신스 라인이 밤하늘을 수놓는 듯한 화려함의 'Galaxy supernova', 호루라기 소리로 소녀들의 발랄함을 반영한 'Love & girls' 등 딱히 타이틀 곡을 꼽을 수 없을 정도의 균질한 트랙들이 일본 세 번째 작품의 전반을 관통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태연을 메인으로 내세우는 국내와 달리 제시카와 티파니 투톱 체제로 가는 듯한 보컬 운용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역시 좀 장르상으로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소녀시대의 일본 노래들에게서 태연의 목소리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류의 거품이 빠져버린 위기상황을 퀄리티 자체로 극복해내며 동시에 팬덤까지 지켜낸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사실 꼭 '여기서까지 SM앨범을 뽑아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뭐 좋은 음반인 것을 어떡하겠습니까.


맥시멈 더 호르몬(Maximum the Hormone) < 予襲復讐(예습복수) >

무려 6년만의 신작. 싱글 발매와 라이브 활동은 간간히 이어오면서도 정규작 소식은 오랫동안 들려오지 않았던 만큼 그 환호성이 어느 때보다 대단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차트의 주인이 바뀌는 오리콘에서 3주 연속 위클리 1위를 지켜낸 올해 유일한 아티스트임과 동시에, 27만장 가까이 팔며 연간 순위의 15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등, 단언컨대 2013년은 단연 호르몬의 해였습니다.


딱히 레퍼런스를 잡을 수 없는 펑크와 메탈 중심의 믹스쳐 사운드, 그로울링과 샤우팅을 오고 가면서도 그 안에 빼곡이 들어차있는 대중적인 멜로디, 무엇보다도 멤버 맥시멈 더 료쿤이 풀어 놓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하면서도 솔직한 '중2' 시절의 파편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대작'의 스멜을 솔솔 풍겨옵니다. 여기에 앨범 재킷은 해설과 만화가 덧붙여진 약 150P의 부클릿으로 이루어져 있어 소장욕구 또한 샘솟게 하더군요. 전작에 비해 다양성이나 규모면에서 훨씬 방대한 모습을 보이는 메가톤급 작품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팀이 환영받을 수 있는 나라라니, 이럴 때는 확실히 열도의 신이 살짝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이때 료쿤과 지금의 료쿤을 비교해 보니 진짜 다른 사람 같네



킨키 키즈(Kinki Kids) < L Album >

'ボクの背中には羽根がある(나의 등에는 날개가 있어)'나 'Anniversary'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설레셨을 것 같네요. 바로 작곡가 오다 테츠로(織田 哲郎)와의 간만의 만남을 말입니다. 조금 멀리는 자드를 비롯, 튜브, 아이카와 나나세를, 가까이로는 에이케이비48 등 수많은 가수의 히트곡을 만들어 온 그와의 시너지 효과는 역시 대단했습니다. 'まだ涙にならない悲しみが(아직 눈물이 되지 않은 슬픔이)'는 조금씩 성인 지향의 트랙들을 발표하는 이들에게 있어 최적의 밸런스를 보여주는, 이벤트가 너무 없어 팬이나 가수나 허망했을 15주년의 악몽을 깨끗하게 지워주는 곡으로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를 빛내주고 있습니다.


이 뿐 아니라 타마키 코지, 카메다 세이지, 마츠이 고로, 오쿠다 타미오 등 연륜 있는 뮤지션 등이 총출동하며 2CD로 이루어진 앨범의 음악적 근간을 탄탄히 하고 있습니다. 사실 도모토 코이치, 도모토 츠요시 두 사람은 여러 솔로 작품을 통해 이미 아티스트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위치에 가 있긴 하죠. 쟈니즈도 그 점을 인정했는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오랜 시간 울려 퍼질 보편성 가득한 음악집을 만들어 내는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네요.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의 지향점이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팬들에 대한 배려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특히나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Summer Snow >를 보며 '요~ 타이요오노 시타데~' 할 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말이에요.


래드윔프스(RADWIMPS) < Xと○と罪と(X와 O와 죄와) >

사실 앨범이 나올 때 마다 뽑게 되는 이들이죠. 뭐 흠을 잡으려고도 해봤지만,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내치려고 했지만, 이쯤 되면 저도 별 수가 없습니다. 6집 < 絶体絶命(절체절명) >에 이어, 다시 한 번 경력에 밑줄을 그을 걸작의 재탄생은 듣는 순간 이미 기정사실화되었으니까요. 헤어진 연인(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 그렇다는 거죠.)에 대한 증오를 잔인하고 끔찍한 언어로 풀어낸 '五月の蝿(오월의 파리)'를 싱글로 내놓을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결정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다각적 운용의 록 사운드가 보여주는 화려함, 여전히 유려한 보컬 노다 요지로의 워딩, 곡에 딱 맞는 가사를 씀으로서 기가 막힐 정도의 일관성을 부여하는 작가주의적 모습은 더욱 파워업 되어 재차 우리들 곁을 찾아주었습니다.


평소 무신론자로서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냄과 동시에 전작의 수록곡 'DADA'와 'G行爲'의 접점을 잡아낸 하이브리드 스타일의 '実況中継(실황중계)',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사과나무를 심는 대신 내일 모레 시작될 세상을 위해 모든 걸 글로 남겨 놓겠다는 내용이 인상적인 'アイアンバイブル(Iron Bible)', 16비트의 피킹으로 비이성적인 세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会心の一撃(회심의 일격)' 등 '믿고 듣는' 팀으로 어느덧 자리를 굳혔네요. 더군다나 5월에 내한까지 잡혀 있으니, 그때까지는 즐겨 들어야겠습니다. 그래도 전혀 질리지 않을 것 같아요.

가사가 특히 좋았던 노래

호시노 겐(星野 源) < Stranger >

예전부터 제이팝을 들어오신 분이라면 인스트루멘탈 밴드 사케록(Sakerock)의 리더로 기억하실 테고, 드라마나 영화를 봐오신 분이라면 < Water Boys >이나 < 69 >에 나온 그를 확인하실 수 있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 평범한 듯 보이는 남자의 음색이 이렇게 매력적일 줄은 이 두 부류의 분들 모두 잘 알지 못하셨을 것 같네요. 전작 < Episode >부터 조금씩 주목받아 2013년 가장 기대되는 아티스트 중 하나로 뽑힌 그의 매력은 3집을 통해 만개했습니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다가가고자 한 의도가 러닝타임 전체에 걸쳐 있어서 그런지, 모든 것이 맞춤복을 입은 듯 모자라지도 않게, 지나치지도 않게 적적히 마음을 울립니다. 이전에 비해 좀 더 활력을 갖춘 밴드 사운드, 좀 더 잘 들리는 멜로디로의 움직임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그의 또 다른 모습을 체감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피아노와 스트링, 16비트의 드럼이 퇴근 후의 고요하고도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ワークソング(Work song)', 절제된 기타의 울림이 마음 속 한 켠에 쌓아두었던 추억을 꺼내보게 하는 'フィルム(Film)'도 추천곡이지만, 역시 절정은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는 듯한 절창이 가슴을 찌르는 '知らない(모르겠어)'입니다. 영상이 소리를 압도하는 시대에 어떤 시각적 자극 없이 온기를 무사배달하는 호시노 겐, 어느 작품과도 비교 불가한 2013년의 목소리입니다.

아 젊다 젊어

카리스마닷컴(Charisma.com) < アイ アイ シンドローム(Ai Ai Syndrome) >

작년은 세계적으로 EDM 열풍이 불어 닥친 한해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페스티벌이 열렸고 아비치, 제드, 디스클로저 등의 음악들이 많은 반응을 얻었었죠. 여기에 힘입어 글렌체크, 이디오테잎 같은 국내 뮤지션들도 좋은 작품들로 화답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좀처럼 그러한 흐름을 만나보기가 힘들었는데요. 그래도 이 앨범이 그 역할을 어느 정도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1MC에 1DJ 구성 및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의 중간점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완벽히 EDM으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워낙 양 장르의 움직임이 주춤했던지라 이러한 재능 있는 신인의 출현이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리드곡으로 자리잡은 'Hate'에 일괄적으로 이들의 지향점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둔탁한 비트에 얹혀지는 심플한 신스 라인, 무엇보다 제법 괜찮은 플로우를 보여주는 MC 이츠카의 랩이 지금 이 글을 쓰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욱 템포를 올리고 EDM의 소스를 적극 활용한 'George', 드래곤 애쉬(Dragon Ash)나 립 슬라임(Rip Slyme), 엠플로(M-flo) 등이 보여주었던 힙합튠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Lifefull' 등 양쪽이 접합 점을 잘 찾아내 구현해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제가 이들을 처음 접할 때만 해도 전업 뮤지션은 아니었던 듯싶은데, 이 정도면 적을 옮기고 좀 더 활발한 활동을 해줘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사이토 카즈요시(斉藤 和義) < 斉藤 > / < Saito >

그새 데뷔 20주년을 맞아 동시에 앨범 두 장을 발매했던 그의 작년 한해는 그야말로 대박이었습니다. 일단 그 열풍의 시작은 2012년 발매했던 'やさしくなりたい(상냥해지고 싶어)'부터였습니다. 우리나라에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 수상한 가정부 >의 원작드라마 < 가정부 미타 >의 주제곡으로 쓰이며 대히트를 기록한거죠. 잠시 주춤하던 그에겐 확실한 전환점이자 의욕적으로 20주년을 활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묵직한 베이스라인, 곡 전체를 휘감는 솔로 프레이즈, 끝으로 치달을수록 점점 무게를 불려나가는 환상적인 구성력까지. 이 2012년의 싱글을 수록해 발매한 이 2013년의 앨범은 어디에 있는 그 누가 들어도 '좋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힘 있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블루스를 가미해 자신만의 색채를 발현한 'Hello! everybody!', 피아노 세션으로 한층 풍성한 질감을 선사하는 'One more time', 한겨울에 어울리는 따뜻한 발라드트랙 'かげろう(아지랑이)' 등을 대표곡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오랜 기간 커리어를 이어 오면서도 여전히 기존의 팬들과 새로운 대중들을 동시에 포섭하는 음악적 능력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꾸준함에 대한 자축 세레모니이자 오랜 지지에 대해 건네는 감사의 선물, 이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의미 있는 기념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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