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OP ALBUM of The Year [2015년]

by 황선업

[2021년의 REWIND]

어느덧 2015년이군요. 2015년은 기억나는 공연이 여럿 됩니다. 연초부터 란티스 페스티벌이 열려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그 열광적인 기를 한껏 받을 수 있었고, 스파이에어도 예매 오픈 당일에 매진되는 등 한국에서 완연한 팬덤을 구축하기에 이르렀죠. 처음으로 섬머소닉을 방문해 일본의 페스티벌 인프라에 다시 한번 놀랐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때 방탄소년단이 2일차 레인보우 스테이지에 출연했었는데, 그땐 뭐 1도 관심이 없었죠 ㅎㅎ.


그래도 하이라이트는 역시 7만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환상적인 연출을 보여준 세카이 노 오와리의 < Twilight City > 투어였습니다. 나무와 각종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무대라던가, 중간중간 보여주는 정말 상상도 못할 거대한 규모의 연출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더불어 공연장이었던 닛산 스타디움 주변을 여러 아기자기한 노점으로 꾸며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장소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참 경이롭다 싶기 까지 했어요. 한참 페스티벌을 졸업하고 투어에 집중하던 이들의 의욕이 한껏 드러났던 투어였지요.


그래서 그런지 2015년은 저에게 '세카이 노 오와리'의 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습니다. 그 해에 서면인터뷰도 진행했었던 지라 더 그런거 같아요. 그리고 이듬해에는 실제로 대면 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 몇년 전 투어 DVD 상영회의 진행을 맡기도 하는 등 유독 세카오와와는 인연이 지속되었었죠. 이 해에 발매된 < Tree >는 그들만이 구축한 '판타지'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대중성과 작품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작이었습니다. 이후 작품들은 좀 더 트렌디한 사운드로 변모해 갔죠.


슈가스 캠페인은 멋진 레트로 뮤직을 들려주던 팀이었는데, 2016년 두번째 작품 발매 이후 소식이 없네요. 그러고 보면 이쯤 시작된 시티팝 리바이벌도 어느덧 그 생명력을 다해간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아, 그리고 특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작품이 시리츠에비스츄가쿠 입니다. 참 재미있으면서도 신나고, 짠하면서도 유쾌한 트랙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펼쳐져 있는 아이돌 앨범이었어요. 어느 국한된 이미지에 가둬두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고 할까요.


미스치루의 < REFLECTION >은 지금도 참 즐겨 듣습니다. 저는 초창기 작품보다 2000년대 들어와서 낸 작품들이 훨씬 취향인거 같아요. < Versus >나 < Atomic Heart >보다 < HOME >이나 < SUPERMARKET FANTASY >를 즐겨듣는 편이니 말이죠. 그래도 < 深海 > 만큼은 예외입니다. ㅎㅎ


시무라 마사히코가 어느덧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넘었습니다만, 완전히 음악적으로 결별을 완수한 것은 아마 이때의 작품들이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요즘도 무대에서 '若者のすべて'를 부르기는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의 후지패브릭은 엄연히 말해 다른 그룹이죠. 그래도 '이름'을 이어 지금에 온 것만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만해도 아직 진화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멋진 곡들을 선보여주고 있으니 말이죠. 더불어 얼마전 오와카를 떠나 보낸 후 활동을 이어 나가는 히토리에도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가네요.


하루카토미유키, 키노코테이코쿠는 거의 단골이네요. 키노코테이코쿠의 < 猫とアレルギー >는 밴드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만, 갑작스레 대중적인 일면을 드러낸 이들에게 반감을 드러낸 이들도 꽤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키노코테이코쿠는 이런 게 아냐'라는 느낌이었달까요. 이들로부터 분명 파생될 수 있는 감성이라 생각했기에 저는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만, 이래저래 많은 이야기를 낳았던 앨범이었습니다.


쓰다보니 또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6년 전이라... 이 때만 해도 뭔가 굉장히 의욕적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책 쓴다고 퇴근하고 카페에 들러서 10시 11시까지 글 쓰고 수정하고 집에 들어가던 그런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그땐 책이 나오면 뭔가 바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책이 나오고 5년이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재고가 한참 남아있는 현실이란 ㅠㅠ 그래도 뭔가 세상에 내 작품을 하나 남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내년, 내후년에는 가볍게 에세이 같은 걸 써보고 싶긴 한데... 조금씩 준비해서 브런치 북 같은 걸로 한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뭔가 넋두리가 길어졌는데, 이때의 음악 들으시면서 그때의 자신을 한번 돌아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그때 나는 뭐하고 있었지, 무슨 마음가짐이었지... 잠깐 생각해 보신다면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얻으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세카이 노 오와리(SEKAI NO OWARI) < Tree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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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는 그야말로 '그사세', 그들만 사는 세상이었죠. 작년 'Dragon night'의 기세를 이어받아 발매한 소포모어 작은, 자신들의 세계관을 완성함과 동시에 음악적으로도 완벽히 진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眠り姫(잠자는 공주)'부터 시작된 사운드 실험은 더욱 과감해져, '炎と森のカ-ニバル(불꽃과 숲의 카니발)'에선 불꽃놀이 소리를 킥 드럼으로 사용하고, 'スノ-マジックファンタジ-(Snow magic fantasy)'에서는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클래식 홀을 대관해 녹음하는 등 '지금의 위치에 있기에' 가능한 시도들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더욱 다채로운 이미지들이 완성되었죠. 여기에 밴드의 서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노랫말은 이야기와 음악의 완벽한 동기화를 이뤄내는 매개체로 한 치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들이 단순한 중2병 전파자가 아니라는 것은 하프밀리언에 육박하는 판매량이 입증하고 있죠. '세카오와 월드'의 완성형이라고 해도 무방한 걸작입니다. (황선업)


두말할것 없는 이들의 시그니처 송이죠.
저는 토요일 공연을 갔었는데 일요일 공연만 기차를 공중으로 띄우는데 성공했었습니다 ㅠ


슈가스 캠페인(Sugar's Campaign) < Friends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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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열풍이란 것이 비단 국내에서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21세기형 시티 팝을 목표로 하는 이들의 캐치프라이즈는 '신세대도시형 팝 듀오'! 음악의 정서 및 악기의 운용은 1970~80년대를 관통하는 뉴 뮤직과 신스 팝에 맞닿아 있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야마시타 타츠로나 쿠보타 토시노부의 블랙뮤직, 여기에 1990년대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한데 섞여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보컬이 없는 유닛인데, 게스트로 맞아들인 아키오(AKIO)와 이즈미(IZUMI) 모두 제몫을 훌륭히 해주며 완성도를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네요. 'ホリデイ(Holiday)'나 'ネトカノ(온라인여친)'와 같은 과거 지향의 신스 팝 트랙도 있지만, 풍성한 코러스의 알앤비 'Big wave'도, 초창기의 플리퍼즈 기타가 떠오르는 뉴웨이브/시부야계 스타일의 'カレイドスコプ(Kaleidoscope)'도 주목할 만한 결과물입니다. 익숙한 요소들이 슈가즈 캠페인이라는 필터를 거치며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받았다고 할까요. 일본의 레트로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작품!


촌스러운데 세련됐어!


시리츠에비스츄가쿠(私立恵比寿中学) < 金八(Golden Eight) > (20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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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매된 한일 양국의 모든 아이돌 앨범을 통틀어 한 장만 꼽으라 하면, 저는 이 작품을 들겠습니다. 1차원적인 '소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학교라는 무대와 학생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한 뒤 그 안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현실성과 생동감. 여기에 훌륭한 송라이팅이 가세하며 판타지와 일상성의 한 판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 뮤직 스테이션 >에 나가고 말겠다는 포부를 티알에프(TRF) 식 레이브 리듬에 실어버린 '金八(Golden Eight)', 아이돌의 단골 소재인 꿈 찬양가 'テブラデスキ― ∼靑春リバティ∼(테부라데스키 ~청춘 Libertine~)', 졸업이 곧 헤어짐을 의미하는 학창시절이 안타까운 짝사랑 이야기 'フユコイ(겨울사랑)' 등에 담겨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정들이 '소녀'의 이미지가 수동적인 여성상에 머무는 것을 거부하고 있죠.


아이돌 시장 포화로 인해 국내에서도 '이제 할만한 콘셉트는 다 해봤다'라는 얘기가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만, 중요한 건 같은 콘셉트라도 어떤 시각으로, 얼마만큼의 깊이로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하나의 인간으로서 마주하는 아이돌, 완성도가 탄탄한 트랙들을 무기로 자신들만의 족적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뮤직 스테이션 나가고 싶어! 라는 말을 5분 30여초에 걸쳐서 하는 노래입니다.
이 또한 명곡.


오오하시 트리오(大橋 トリオ) < PARODY >(20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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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을 하면서도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앨범들만을 발표하는 훈남 뮤지션 오오하시 트리오. 올해도 역시 대중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サリ-(Sally)' 한 곡만으로도 사실 베스트 레코드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키보드와 기타, 실로폰, 비트의 정갈한 짜임새가 코러스 워크를 동반한 보컬과 함께 '오오하시 트리오 팝'의 최정점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죠. 이와 더불어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함이 무게감을 더하는 블루스 트랙 'Cherry pie', 현악 세션과 무그 신시사이저의 동거가 잘 어울리는 소울 넘버 'game over' 등 루츠 뮤직 탐구에도 여전히 열정을 쏟는 그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장르 특유의 매력과 팝으로서의 소구력. 둘 간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조율한 그의 음악적 역량은, 작품의 수와 비례해 만개하고 있음에 확실합니다.

세 곡을 합친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뮤비.
그래도 저는 サリー 단독 버전이 더 좋습니다. 조회수도 이게 더 높네요. 저의 최애곡.

오오하라 사쿠라코(大原 桜子) < Happy >(20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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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올해의 신인입니다. 영화배우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 밴드 보컬 역할을 계기로 노래를 부르게 되면서 본인의 또 다른 능력에 눈을 뜬 케이스죠. 카메다 세이지(亀田 誠治)라는 거물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좋은 멜로디와 탄탄한 밴드 사운드가 작품의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주목해야할 것은 역시 그녀의 가창입니다. 큰 기교 없이 곧게 뻗어나가는 생기 어린 목소리. 생각 없이 그냥 열심히 부르는 것만 같은 느낌인데도, 어느 샌가 가사에 담긴 감정이 티끌 하나 없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그 음색의 매력이 대단함을 실감하게 됩니다. 꿈을 찾아 떠나자는 메시지를 담은 업템포 넘버 'Over the rainbow', 지나온 삶에 대한 응원가 '瞳(눈동자)' 등. 귀여운 외모만큼이나 생기발랄한 에너지를 전파하는 신인의 출사표. 많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부끄럽지 않을 멋진 데뷔작입니다.


이 때가 최고로 좋았습니다. 이후론 음악적인 방향성 자체가 계속 삐걱거리는 느낌이라..
이 노래를 들으면 나중에 엔카를 해도 잘하겠다라는 생각이.

사잔 올 스타즈(サザンオールスターズ) < 葡萄(포도)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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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에 속박되지 않은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시대가 변하면 대중들의 니즈에도 변화가 오고, 더군다나 뮤지션의 감각 또한 늙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그런 점에서 이들이 더욱 위대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무려 9년 만에 발매한 15번째 스튜디오 앨범. 그들의 내뿜는 '스탠다드'의 위력은 성별과 나이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전자사운드의 적극적 도입으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유도한 'アロエ(알로에)', SNS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의 애환을 그린 'バラ色の人生(장밋빛 인생)', 지금의 사잔을 명확히 보여주는 고향찬가 '東京 VICTORY' 등 긴 공백이 무색한 노래들의 연속입니다. 무엇보다 평화를 테마로 한미중일의 대통령을 등장시킨 뮤직 비디오가 화제였던 'ピースとハイライト(피스와 하이라이트)'를 비롯해 '平和の鐘が鳴る(평화의 종이 울려)', '蛍(반딧불)'와 같은 트랙을 통해 평화와 반전의 이념을 전파하는 등 뮤지션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도 놓치지 않는 작품입니다. 역시 사잔 올 스타즈는 제이팝의 올 스타즈!


정부에 쓴소리도 마지 않는 사잔의 소신과 위대함이 담겨 있는 노래. 오바마/시진핑/박근혜/아베를 한 뮤직비디오에서 보고 싶다면.
정말 사잔 노래는 시대를 안타는 듯. 신기하다.


긱 슬립 쉽(geek sleep sheep) < Candy >(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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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썸 톤벤더(MO'SOME TONEBENDER)의 모모 카즈히로(百々 和宏), 린토시테시구레(凛として時雨)의 345, 그리고 라르크앙시엘(L'arc~en~ciel)의 유키히로(yukihiro). 세 명의 이름만 들으선 어떤 음악이 나올지 상상이 가질 않는데요. 기본적으로 슈게이징과 사이키델릭을 기반으로 한 공간계 사운드가 중심이 되는 밴드입니다. 통산 두번째 앨범이 되는 < Candy >를 통해 '이 세 명이 모여야만이 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향점 없이 너르게 퍼져가는 소리들에 대비되는 모모와 345의 또렷한 보이스 컬러가 여느 팀들과는 다른 밑그림을 그려가는 느낌입니다. 그 와중에 팝적인 선율도 놓치고 있지 않죠. 'Kaleidoscope'나 'Night crusing' 등이 그 경향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주만 들었을 때는 약간 접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가면 갈수록 의외의 대중성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러닝타임 내내 허투루 흘려보내는 시간이 없는, 밀도 있는 소리들로 꽉 짜여진 작품. 그 촘촘한 그물망을 아무 일 없이 통과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언제 또 같이 밴드 안하시려나요

미스터 칠드런(Mr.Children) < Reflection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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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시장 환경의 급변화는 22년차 대밴드에게도 위기로 다가왔나 봅니다. “언제 또 노래할 수 있을지 모르기에 그간 사용해 왔던 모든 구질의 공을 던졌다”라 했던 사쿠라이 카즈토시(桜井 和寿)의 말처럼, 평소의 2배에 가까운 23개의 트랙엔 여태껏 미스터 칠드런이 보여주었던 모든 표정이 빼곡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뒤를 생각하지 않은 듯한 전력투구는 앨범보다 단독공연의 흐름에 더욱 맞닿아 있으며, 덕분에 그들의 음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거의 최대치의 감흥을 본작을 통해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기타를 전면으로 내세운 로킹한 사운드의 'fantasy', 3연음의 드럼비트가 황야의 BGM으로도 어울릴 법한 '斜陽(석양)', 라틴 리듬이 농염한 무드를 연출하는 'Jewelry'를 거쳐 '무언가가 끝나고 다시 무언가가 시작된다'라는 가사가 지금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곡 'Starting over'까지. 위기의식이란 것은 어떨 때 가져야 하며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하는가. 그 정답이 바로 그들 커리어의 최고걸작인 이 < Reflection >에 담겨 있습니다.


당시 앨범 발매 전 앨범 투어를 하는 초유의 기획을 감행했던 미스치루. 그리고 투어 파이널에 선보인 대곡.


후지패브릭(フジファブリック) < Boys >(2015.06.24) < Girls >(20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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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의 핵이었던 시무라 마사히코(志村 正彦)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지도 벌서 6년. 남은 멤버들은 '후지패브릭'이라는 이름을 포기하지 않고, 그 무게감을 그대로 떠안은 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워낙 시무라 마사히코라는 이의 존재감이 엄청났기에, 처음에는 어색한 부분도,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있었죠. '이럴 거면 굳이 후지패브릭이라는 이름을 유지할 이유가 있는가'. 많은 이들도 이 질문에 수긍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2015년, 더 이상 이들의 음악에서 시무라의 흔적을 찾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약 5개월 간격으로 나온 두 장의 EP. 그것은 남겨진 이들이 과거의 자신과 혈투를 벌인 후 비로소 발견한 '지금의 후지패브릭'이라는 개념의 정의이며, 음악적 아이덴티티의 완성을 알리는 승전보임을 직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오케스트라가 웅장함을 더하는 미디엄 템포의 'Green bird', 신시사이저의 활용으로 분위기를 한층 업시키는 디스코 트랙 '夏の大三角形(여름의 대삼각형)', 좋은 선율과 함께 이젠 야마우치 소이치로(山内 総一郎)가 제법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夜明け前(새벽)', 필리 소울을 기가 막히게 차용한 'Girl!girl!girl!'과 같은 노래를 듣고 있자면, 완벽하게 자신들의 음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서야 과거와 완전한 이별을 고했다고나 할까요. 홀로 고뇌하며 앨범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던 시무라 마사하코의 고뇌와 우울함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공동체라는 이름 안에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이 세 명의 웃는 얼굴이겠죠. 제가 생각하는 '뉴 후지패브릭'의 시작은, 바로 올해입니다!

추억돋네 ㅋㅋ
야마우치 소이치로가 훌륭한 송라이터라는 것을 증명하는 트랙.

하루카토미유키(ハルカトミユキ) < LIFE >(20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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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 약속할게/ 너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게/ 홀로 살아갈 용기를 그대에게'


앨범을 플레이하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춰야 했습니다. 그리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우울할 때마다 이 노래를 들었던 것 같네요. 이전과는 다른, 너무도 스트레이트한 표현과 메시지에 잠시 멈칫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직접 내미는 그들의 손은 상상 이상으로 따뜻하구나 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던 곡이었습니다. '肯定する(긍정할게)'에 이어,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하루카의 가성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宇宙を泳ぐ船(우주를 헤엄치는 배)', 키보드의 고색창연한 음색이 펼쳐놓는 이색적 풍경 'COPY', 뉴웨이브 신스팝의 기조를 이어받은 'All I want' 등을 보면 전작들보다 훨씬 직관적인 매력이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본 리스트 중 정서적으로 가장 감화되어 들었던 작품이기도 하네요. 2년 연속으로 제 맘에 들어온 것을 보니, 최근 데뷔한 뮤지션 중 음악적으로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거 라이브로 들으면 울 듯 ㅠㅠ


키노코테이코쿠(きのこ帝国) < 猫とアレルギー(고양이와 알레르기) >(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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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디스토션, 모호한 멜로디, 눈앞에 안개가 드리운 듯한 느낌을 주는 리버브가 주특기인, 슈게이징/사이키델릭 록의 신성이었던 그들이 달라졌어요! 메이저 데뷔작의 첫 곡을 듣고는 사실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물론 '東京(도쿄)'와 같은 곡들에서 대중과의 접점을 마련했음을 확인했지만, 이런 뜻밖의 온화함이라뇨. 오프닝 트랙 '猫とアレルギー' 에는 그리움이라는 정서가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부유감을 배제한 사운드와 명확한 선율, 곡 전반을 휘감는 현악 세션 등 메이저 데뷔와 함께 좀 더 접근성을 높이려 한 의도가 엿보이는 곡이죠.


신스 사운드로 포인트를 준 '怪獣の腕の中(괴수의 품 안)'과 기타의 메인리프가 지난 사랑의 흔적을 복기하는 '夏の夜の街(여름의 밤거리)' 등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긍정적으로 발현되고 있는데요. 'ドライブ(Drive)'나 'Youthful anger', 'ひとひら(한 조각)'와 같은 후반부 트랙에는 이전의 사나운 모습도 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메인스트림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상대로 패기 있게 몰아붙여 따낸 의미 있는 1승. 앞으로의 승승장구 또한 예견할 수 있는 한 장입니다.


이때 키노코 투어를 갔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페스티벌 때 잠깐 본게 다라서 ㅠ
으 특유의 건조한 기타소리 ㅎㅎ


호시노 겐(星野 源) < Yellow Dancer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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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소리를 콤플렉스라 생각해 괴로워했던 그가, 갑작스런 병으로 인해 죽음의 목전까지 갔다 오기도 했던 그가, 비로소 받아들인 '지금'은 이렇게나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가 존경하는 'Sun'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영향으로 인한 블랙뮤직의 테이스트가 짙게 깔려있는 와중에, 브로드웨이 튠 '地獄でなぜ悪い(지옥이 뭐가 나빠)', 키보드와 드럼의 편성만으로도 꽉 찬 사운드 스케이프를 연출하는 'Crazy crazy', 단단한 발성 속 섬세한 감정선을 100% 활용한 발라드 'ミスユ-(Miss you)'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준수한 수록곡들이 러닝타임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통기타를 치며 내면의 우울함을 전파하던 < エピソード(Episode) >(2011) 시절의 그가 그리운 분들도 있겠지만, 이제 그에게 있어 그런 어두운 감정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것 같습니다. 나만의 호시노 겐 대신 자리한 것은, 바로 모두를 위한 호시노 겐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코이 보다 이쪽이 훨씬 좋다.
이 곡에서의 인생무의미론이 '恋'로 이어지는 것.


와니마(WANIMA) < Are You Coming? >(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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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인 켄 요코야마(Ken Yokoyama)를 필두로, 하이 스탠다드(Hi-STANDARD), 하와이안식스(HAWAIIAN6)와 같은 록스타를 배출하며 '믿고 듣는' 인디즈 레이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피자 오브 데스 레코드(PIZZA OF DEATH RECORDS). 이곳에서 또 하나의 유망주가 탄생했습니다. 쿠마모토 출신의 쓰리피스 밴드인 이들의 첫 작품은, 완급 조절 없이 계속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릴 뿐입니다. 속도감 넘치는 반주 위에 캐치한 멜로디를 얹은 '夏の面影(여름의 모습)', 랩 메틀의 구성으로 그루브를 살린 'Japanese pride', 숨쉴 틈 주지 않는 스카펑크의 리듬이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1 chance' 같은 곡들에서 시선이 특히 멈춥니다. 언뜻 들으면 단순한 펑크앨범 같지만, 놀랍도록 대중적인 선율과 치밀하게 짜인 화성, 곡마다 변화를 준 리듬패턴 등으로 장르적 한계를 단숨에 돌파해버리고 있습니다. 아마 곧 여러 유수 록페스티벌에서 만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역시 Punk is not dead!

이별이 가르쳐줬어. 멀어지는 건 거리뿐이라고... 라는 가사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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