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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Dec 09. 2021

드디어 쟁취해 낸 감격적인 순간

요아소비 첫 유관객 투어 < NICE TO MEET YOU > 관람기

* 해당 글 내 일부 사진은 일본 매체의 것을 인용하였습니다. (촬영 : Kato Shumpei)


최근 일본음악 신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신진 아티스트. 언제까지나 피지컬 시장이 대세일 것 같던 곳에서 실물음반 릴리즈 없이 빌보드 재팬의 연간결산에서 가장 높은 곳을 점령한 이들. 소설&일러스트를 음악으로 만든다는 원작 기반의 ‘소설음악’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새로운 지향점의 음악을 선보인 듀오. 이 모두가 2019년 말 ‘夜に駆ける’로 데뷔한 이래 1년이 남짓 넘는 기간 동안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룹 요아소비를 지칭하고 있는 수식어구다.


짧은 기간 동안 차곡차곡 곡을 모아 어느덧 두번째 미니앨범 < THE BOOK 2 >을 선보인 그들이지만, 애석하게도 팬데믹을 정통으로 맞은 시국이었기에 관객들과 함께 하는 라이브가 요원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올 한해 두 번의 온라인 라이브가 있었지만, 직접 만나지 못하는 팬과 아티스트의 아쉬움을 메우기에는 부족했을 터. 그 기다림을 보상해 줄 최초의 대면 라이브 투어 < NICE TO MEET YOU >가 드디어 12월 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부도칸에서 개최되었다. 금번 라이브는 온라인으로 전세계 동시 송출되었으며, 본인 역시 관계자 분들 덕분에 그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된 바, 직접 관람했던 2일차 공연을 글로 남겨보려 한다. 미처 관람하지 못했다면, 그 아쉬움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를 바란다.


그들의 공연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놀랐던 것은, 첫 라이브 투어 장소가 부도칸으로 결저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기세가 거센만큼 매진에 대한 우려는 없었지만, 아직은 경험이 일천한 두 멤버가 감당할 수 있을 캐퍼일지에 대한 의구심은 지워지지 않았다. 360도로 개방되어 있는 중앙무대에 조명이 켜지며 어느덧 공연은 준비할 채비를 마쳤다. 두 멤버는 무지개와 같은 갖가지 색으로 장식된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 이윽고 이쿠라가 반주 없이 첫 소절을 부른 뒤 "처음 뵙겠습니다. 요아소비입니다!”라고 외침과 동시에 울려퍼진 첫 곡 ‘あの夢をなぞって’가 인트로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직접 캡처한 사진입니다. 캡처사진은 화질이 영 좋지 않으니 양해를...

분위기를 단번에 고조시키겠다는 듯 ‘ハルジオン’, ‘三原色’ 등 업템포 넘버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려한 조명과 무대 바닥에 설치된 대형 브라운관이 곡마다 상이한 콘셉트의 시각효과를 펼치며 보는 이를 즐겁게 했다. 화려하게 화면을 수놓는 불꽃놀이 영상은 초반부터 장관을 연출. 스테이지의 중앙부가 한번 더 상승함과 동시에 주위를 감싸는 듯한 조명을 쏘아올려 마치 빛의 장벽을 만드는 장면 등 현장 관객들을 타깃으로 한 무대 전체 효과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마주본 채 퍼포먼스를 펼치는 동안 초마다 바뀌는 앵글로 화려함을 극대화 한 컷 전환을 통해 비대면 관객을 위한 충분한 고민이 담겨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 사진은 일본 매체에서 인용한 사진입니다.(촬영 : Kato Shumpei)

숨가쁜 서두가 끝나고, 잠시 숨을 고르며 온/오프라인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공연 전날 고등학생일 당시 부도칸에 공연을 보러와서 샀던 굿즈와 사진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었다는 이쿠라. 예전에 함께 밴드를 했던 멤버들이 꿈에 나타나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는 아야세. 특히 아야세는 부도칸에 서는 꿈과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 꿈이 동시에 이루어져 꿈만 같은 시간이라는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있는 힘껏 즐겨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もう少しだけ’로 살짝 텐션을 낮춤과 동시에 이쿠라의 보컬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유사한 무드의 ‘ハルカ’와 ‘たぶん’이 배턴을 이어 받으며 감성적인 면모를 어필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특히 음절에 맞춘 리드미컬한 워딩이 강점인 이쿠라의 가창이 어느 때보다도 돋보인 대목이었으며, 전체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보컬리스트로서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은 ‘ハルカ’가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암전이 된 후 푸르스름한 조명이 깔리고, 의자에 앉은 이쿠라가 연극 < もしも命が描けたら >의 줄거리를 나즈막히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미니앨범 < THE BOOK 2 >에 수록된 신곡 ‘もしも命が描けたら’을 피로, 과거와 현재의 감각이 절묘하게 섞여 만들어 내는 색다른 대기가 또 다른 페이즈로 관객들을 유혹하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하이노트가 숨쉴 틈 없이 이어지는 어려운 노래임에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이쿠라에 가창력은 그야말로 발군.

역시 직접 캡처한 사진

“모두들 즐거우신가요? 저희는 소설음악을 하는 유닛입니다. 모든 곡에 원작 소설이 있죠. 물론 지금 부른 곡에도 모든 곡에도 이야기가 있으니 전부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원점을 다시 한번 짚는 이쿠라의 MC에 이어 서포트 멤버의 소개가 이어졌다. 이 날 특이했던 점은, 일요일 공연에 한해 사진 촬영 및 SNS 업로드가 가능했다는 점.(온라인 관객도 캡처가 가능) 저작권 관리가 특히나 엄격한 곳임을 생각했을 때, 그만큼 많은 이들이 오늘의 기억을 남기고 공유했으면 하는 멤버들의 배려가 담겨 있는 조치이기도 했다.

온라인 관객을 위해 포즈를 지어준 순간을 캡처

이들을 단숨에 스타덤에 올린 ‘夜に駆ける’가 공연의 후반부이자 하이라이트를 고지하며 시작. 뮤직비디오를 동반한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이 잠시 열기가 식은 관중들을 단숨에 요아소비 월드로 재진입 시켰다. 뒤이어 분위기를 반전시켜 음울한 분위기의 ‘怪物’로 초대. 이 즈음부터 정말 컷이 빠르게 전환되며 압도적인 영상미를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정말 이것이 실시간으로 송출한 화면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치밀한 계산으로 빚어낸 하나의 ‘영상 작품’으로서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대목이었다.
 

캡처본. 흔들리는거 어쩔..
본 사진은 일본 매체에서 인용한 사진입니다.(촬영 : Kato Shumpei)


이제 공연의 막바지로 달려갈 시간. 스마트폰의 불빛으로 만든 관객석이 마치 우주를 형상화 한 듯한 영상과 맞물려 끝없이 펼쳐진 은하수를 연상케 하는 듯한 감상을 가져다 준 ‘優しい彗星’의 장관이 몰입을 더욱 배가시켰다. 이 때 다시 한 번 느꼈지만, 역시 이쿠라의 보컬은 하이노트의 스피디한 노래보다 슬로우 템포의 중저음이 가미되어 있는 곡들에서 극대화되지 않나 싶다. ‘Epilogue’에 이은 ‘アンコール’는 무대 위의 멤버들간의 유대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한 시간. 키보드를 맡은 미소하기 자쿠로와의 눈맞춤으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시작하는, ‘앞으로도 음악이 계속 울려퍼졌으면’하는 마음을 담아 부른 노래가 감동을 자아내기도.


앞으로 두 곡이 남았다는 아야세의 말에 이어 울려퍼진 ‘ツバメ’와 ‘群青’은 어느 때 보다도 관객들과의 일체감이 묻어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더불어 조금씩 눈가가 붉어지는 이쿠라의 모습에서 이 라이브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무대에서 사라진 후, 앵콜을 요청하는 관객들의 박수소리에 다시금 등장한 두 사람은, 오늘의 박수소리를 녹음해서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기쁘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상상도 못할 날들을 거쳐 마침내 처음으로 관객들을 맞아들여 라이브를 선사할 수 있어 굉장히 행복하다는 멘트를, 눈물과 함께 남기기도 했다.


음악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ラブレター’는 피날레로 너무나도 어울리는 곡이었다. 자신들의 솔직한 마음을 담아낸 가사와 왠지 가슴 뭉클해지는 멜로디,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듯한 느낌의 장대한 반주. 이 곡이 아니면 과연 어떤 노래가 대신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과 여운,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는 메시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이틀간 진행된 이들의 첫 라이브 투어는 서서히 막을 내려갔다.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좀처럼 무대를 떠나지 못하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들은, 이제 막 라이브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한, 영락없는 개구장이 같은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공연 내용 측면에서 보자면,  스타일의 바리에이션이 넓지 않아 ‘업템포 - 슬로우 - 업템포 - 슬로우 단순한 흐름을 띄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여기에 대면 라이브 경험이 많지 않아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있어 아직은 어색한  사람의 모습이 살짝살짝 엿보이기도. 그럼에도  대규모 공연에서 안정적인 보컬을 들려준 이쿠라의 가창은 흠잡을  없었으며, 아야세를 필두로  서포트 멤버들의 연주는 완성도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며 라이브에서도 요아소비의 음악이 들어왔던 그대로의 매력을 발현할  있음을 증명하는데 일조했다.

본 사진은 일본 매체에서 인용한 사진입니다.(촬영 : Kato Shumpei)

놀라웠던 것은 역시나 영상미. 워낙 라이브 영상작품의 노하우가 쌓여 있는 일본임을 고려하더라도, 실시간으로 송출된 라이브에서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줌과 동시에 아티스트와 연주자들의 동선과 표정, 하이라이트를 정확히 잡아내는 연출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오프라인의 강점이 현장감이라면, 온라인의 강점은 무대 위의 있는 이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자세히   있다는 ,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공연을 즐길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의 송출은 완벽했다.   고화질로 제공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 대규모 장비 기반의 치밀한 계산이 빚어  화려한 영상은 비대면 라이브만의 매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직접 캡쳐한 사진. 초반의 불꽃놀이 연출이 좋았다.

여기에 추가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서사’다. 부도칸은 본래가 상징적인 공연장이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언젠간 부도칸에서 공연하겠다는 꿈 하나로 활동을 이어간다. 그렇게 이 곳에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목격하는 관객은, 다른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아티스트와 공유한다. 공연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이번 라이브는 그러한 서사에서 오는 감격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우연한 기획으로 만나 드라마틱하게 거머쥔 스타덤. 그럼에도 코로나라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직접 대중들을 만나지 못했던 안타까움. 그 시간을 거쳐 켜켜이 쌓인 열망이, 불가능해보였던 상황에서 쟁취해 낸 쾌거 안에서 일거에 불꽃놀이처럼 터지는, 그런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이번으로 단순히 ‘라이브를 봤다’라는 종결의 느낌보다는 ‘앞으로의 요아소비를 계속 보고 싶다’는 지속의 마음을 먹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이들은 아직 증명해야  것이 많은 팀이다. 다소 빠른 릴리즈 주기와 유사한 스타일의 반복, 그리고 아직 많지 않은 라이브 경험 등등.  때문인지 < THE BOOK 2 > 들을 때만 해도 빠르게  생명력을 소진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도 이번 라이브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온라인 라이브의 즐거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아티스트에 대한 기대를 다시금 끌어 올렸다는 의미로 하여금 굉장히 뜻깊게 마음  켠에 남을  같다. 이제야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이번 라이브,  때문에 < NICE TO MEET YOU >라는 타이틀이 관람 후에 더욱 와닿는지도.

직접 캡처한 사진. 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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