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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24. 2022

"내가 나답게 있을 수 있는 곳, 그것이 중요"

아사키(4s4ki) 서면 인터뷰

현 시점에서 일본의 202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아사키(4s4ki)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다소 이질적인 존재감이지만 결국 그것이 이 시대에 스탠다드라 명확히 주장하는 이 아티스트의 행보엔, 앞으로 어떻게 뻗어나갈지 예측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내포되어 있으니. 어제 21세기 아티스트에서의 소개에 이어, 메이저 두번째 앨범인 < Killer in Neverland >의 릴리즈에 맞춰 진행한 그와의 서면 인터뷰를 게재하고자 한다.


음악을 시작한 계기와 지금까지의 커리어, 그리고 신보에 대한 생각과 스월비를 섭외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지. 막 세계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아직은 수수께끼에 쌓여 있는 이 미스터리한 아티스트의 진면목이 조금이나마 읽는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 본 인터뷰는 벅스와 지니에 나누어 실린 내용을 당초 의도했던 순서대로 배열하여 게재한 '완전판'입니다. 참고 부탁드리며, 반드시 그의 음악과 함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이렇게 서면으로나마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한국 팬들께 인사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작사/작곡/편곡/트랙 메이킹을 하는 일본 아티스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 우선 뮤지션이 된 계기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공식 데뷔는 2018년으로 알고 있는데, 17살 때부터 스스로 DTM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컴퓨터를 써서 DTM으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건 17살쯤인데, 누군가에게 배운 건 아니었어요. 당시 온라인 게임이랑 인터넷에 빠져 있었는데, 니코니코 동화(니코니코 도가) 등에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멋있는 음악을 올리는 것을 보고, 저도 해보려고 DTM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나아가 자신이 프로 뮤지션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때는 언제인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프로가 되신 후 지금의 표기법으로 아티스트명을 변경하였는데, 이 “4s4ki”와 같은 독특한 표기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A. DTM을 시작하면서 바로 ‘나 정도면 뭔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곡을 만들어 여러 기획사에 데모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어떠한 기획사에 캐스팅 된 것은 아니지만, 음악 전문 학교에 스카우트 되고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 음악 등을 제작하는 송라이터로서의 일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프로로서 음악 일에 종사하게 되었습니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는 송라이터 시절에 제 목소리로 데모 녹음을 했더니 음색이 무척 좋다고 칭찬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걸 계기로 ‘내가 직접 노래를 불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티스트명을 “4s4ki”로 지은 이유는 단순하게 에고서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웃음)



Q. 아사키의 작품을 들으며 느낀 것은, 전반적인 정서가 굉장히 어둡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僕らは果たして何を信じれば良いんだろう(우리는 과연 무엇을 믿어야 하는 걸까)"('おまえのドリームランド' 중), "人が怖いまじで怖い(사람이 무서워 정말로 무서워)"('I LOVE ME' 중), "枯れるほど叫んでも叶わない(말라버릴 만큼 부르짖어도 이루어지지 않아)"('欠けるもの' 중), "意味はないの 生きてるだけ(의미는 없어 그저 살아갈 뿐)"('escape from' 중) 와 같은 가사를 보면, 자기 비하와 혐오라던가 삶에 대한 분노, 허무함, 공허함 등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는데요. 이러한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제 곡은 일기예요.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을 일기를 쓰듯이 쓰는 것일 뿐, 특히 새 앨범은 제 안에 있는 감각을 구체적인 언어로 노래하고 있어요. 바로 그것이 스스로 노래하면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고, 듣는 사람에게도 어떠한 형태로써 꽂히는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만드는 것이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을 가장 드러내는 음악이 되는구나' 하고요.


Q. 넷 컬처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저 역시 최근 현 일본 음악 신에 있어 보카로P나 우타이테, 니코니코 동화(니코니코 도가)로 대표되는 넷 컬처의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넷 컬처의 활동을 통해 데뷔한 아티스트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본 모습을 미디어에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비교적 많은 것 같습니다. 4s4ki(아사키)님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비주얼적인 측면을 확연히 강조하고 계신데요. 이러한 노선으로 나아가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인터넷 문화나 게임에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결코 그곳에 음원을 올리거나 하진 않기 때문에 출신이라고 할 순 없겠죠. 굳이 말하자면 이런 시대에, 곡이 만들어지면 시부야에서 버스킹을 하는 등, 그것을 계기로 지금의 매니지먼트인 SUBENOANA /SASAKRECT의 눈에 띄게 된 거라서, 넷 컬처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는 저에게는 조금 어울리지 않겠네요.


Q. 아사키의 음악은 다양한 요소들이 섞여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마니악 하다 싶다가도 대중적인 선율이 이를 중화시켜주기도 하고요. 때문에 어떤 장르라고 일컫거나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곡을 작업할 때 보통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있어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있으시다면요?


A. 곡 제작은 작사/작곡/트랙 메이킹을 한꺼번에 합니다. 흔히 "(영감이) 내려온다"라고 표현하는데,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에 단번에 만들어내고는 합니다. 어떠한 장르를 의식하는 게 아니라 영감에 따라 만드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영향을 받은 뮤지션도 사실은 없는데요, 굳이 말하자면 저는 최근에 게임이 제 음악적 뿌리라고 재인식했습니다. 10대 때 하던 게임을 통해, 게임 음악으로 여러 가지 감각을 배운 것이 지금에 와서 활용되고 있어요.


Q. 일전에 제가 인터뷰했던 아티스트들은, 평단에서 규정하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본인의 음악도 흔히 하이퍼 팝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본인의 음악이 하이퍼 팝으로 규정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제 음악도 기본적으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얘길 듣습니다. 하이퍼 팝으로 규정되더라도 리스너들의 해석에 맡기겠지만, “4s4ki의 음악은 '4s4ki'라는 장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라는 얘길 듣는 것이 가장 기쁩니다.



Q. 활동 초기인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스타일이 지금과 같은 자극적이고 익스트림한 기조는 아니었다고 느껴집니다. 활동 초기 작품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음악은 지속적인 변화해 왔다고 생각합니다만, 본인이 생각했을 때 그 변화의 원인 혹은 계기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제 생각에는 단순하게 트랙 메이킹이나 노래 실력이 올라가서,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


Q. 적극적인 보컬 이펙터 사용, 강한 어프로치의 사운드 등 지금의 작풍에 가까워진 것은 아무래도 MASAYOSHI IIMORI와 함께 했던 < 遺影にイェーイ >(2020)부터인 것 같은데, 이 앨범을 작업할 당시 이전의 방식과 다르게 접근한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생각하기에는 < おまえのドリームランド >부터 인 것 같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에게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여러 트랙 메이커와 컬래버레이션 한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을 만들며 다시 한번, 어떤 트랙이든 내가 부르면 내 음악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그 무렵부터 도입한 보컬 이펙터도 지금의 제 스타일을 정립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커리어 초반부터 여러 뮤지션과 굉장히 활발하게 협업을 해오신 것 같은데요. < NEMNEM >(2019)은 애니멀 핵(ANIMAL HACK)과 모든 곡을 공동작업하기도 했고, < おまえのドリームランド >(2020)에서는 다양한 아티스트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요. 이와 같이 게스트를 맞아들였을 때는 어떤 식으로 소통하시는지, 그리도 프로듀싱은 혼자 할 때와 어떻게 달라지는지요.


A.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전하고 상대가 트랙을 만들어 주면, 그것에 대해 제가 멜로디와 가사를 얹는 흐름으로 프로듀싱합니다. 혼자서 만드는 트랙과는 다른 질감이 만들어지거나 새로운 측면을 이끌어내게 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어요.



Q. 드디어 2021년 < Castle in Madness >으로 메이저 데뷔를 하셨는데, 이전과는 또 다른 무게감을 감지하고 계시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메이저 데뷔 이전과 이후의, 그리고 좀 더 범위를 넓혀 과거와 비교해 지금 음악을 대하는 애티튜드나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메이저 데뷔를 하고 나서 더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메이저 데뷔를 했으니까 '잘 팔릴만한 걸 만들어야만 해!' 이런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다행히도 스태프들이 계속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줘서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면 되는구나'하고, 음악의 폭이 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Q. 메이저 데뷔 후 두 번째 정규작인 < Killer in Neverland >가 곧 선을 보이는데요. 그간 축적된 경험이 지금의 기세와 맞물려 높은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떤 생각, 혹은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만든 앨범인지가 궁금합니다.


A. 이번 작품은 제 음악적 뿌리인 게임을 의식해서 “가상현실”과 “자신다움”을 테마로 만들었습니다.



Q. 전반적으로 모티브를 얻은 소재, 혹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음악과 동기화시키려는 시도가 강하게 느껴진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先制の剣 / Sword of preemptive attack'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가사를 미루어 봤을 때 언제든지 마스터 소드를 뽑으러 갈 수 있는 <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에서 모티브를 따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시지 상으로는 한발 앞서 자신의 불안요소를 없애나가기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고요. 이를 기반으로 칩튠의 요소를 반영한, 스피디한 드럼 앤 베이스 기반의 곡이 탄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소재와 메시지성, 음악과의 연결고리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쓰신 점은 있는지, 혹시 그런 것들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말씀하신 대로 '先制の剣 / Sword of preemptive attack'은 <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입니다. (웃음) 이번 앨범은 특히 여러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 많고, 그런 의미에서도 저의 음악적 뿌리인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을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Q. ‘Cross out’은 처음으로 DTM으로 만든 곡을 기반으로 제작했고, 그 다음 트랙인 ‘paranoia’는 메이저 데뷔 이후 작업한 곡이라고 들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두 곡을 연달아 들으며 음악이나 가사 측면에서 변화한 부분이나 계승되는 부분이 즉각적으로 와닿아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작업 당시 두 곡을 비교하며 자신의 음악이 이렇게 바뀌었구나 하고 느꼈던 점이 있으시다면요.


A. 'Crossout'은 DTM으로 처음 만든 곡인데요, 정말 아끼고 있던 곡이어서 언젠가는 선보이고 싶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내면서 2022년 사운드로 브러시 업하고 가사도 지금의 저에게 링크되도록 일부를 바꿔서 만들었습니다. 'paranoia'에 관해서는 특별히 메이저 데뷔하고 나서 만든 곡이라고 할 건 없고, (이번 앨범 수록곡 대부분이 메이저 데뷔 후 최근에 만든 곡이기 때문에) 작사/작곡/트랙 메이킹까지 혼자 만든 곡이긴 합니다. 이 곡은 제가 DTM하며 곡을 만드는 꿈을 꾸고 나서 일어나자마자 작업을 해서 꿈을 재현한 곡이에요.


Q. 'Freedom Kingdom feat. Swervy'에 한국의 래퍼인 스월비(Swervy)가 참여하였는데, 어떻게 섭외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두 아티스트의 지향점은 조금 차이가 있으나, 자신이 말하는 바를 전달하고자 하는 방식이 유사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이번 협업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작품 역시 좋은 시너지가 일어났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곡의 탄생 과정에 대해 알려주신다면요.


A. 스월비의 비주얼을 좋아해서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곡을 들어보니 엄청나게 랩을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섭외를 했어요. 트랙은 90년대 고어 트랜스를 요청했고 스월비도 흔쾌히 동의해 줘서, 꽤 마음에 드는 곡이 완성되었습니다. 가사에 관해서는 당시에는 주변에서 내가 음악 하는 것을 반대하거나 주변으로부터 지배받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그런 것들로부터의 해방"이라는 테마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있어 이건 의기양양한 곡, 강한 마음을 갖기 위한 곡이죠.



Q. 마지막 트랙으로는 이미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인 바 있는 곡을 재구축해 수록한 ‘SUCK MY LIFE3’이 실려 있습니다. 이 곡을 관통하는 프레이즈는 역시 “私が好きな私を続けられるならいいのにな(내가 좋아하는 나로 계속 있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가 아닐까 싶은데요. 데뷔했을 때와 비교하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라는 마음만큼은 이전과 그대로임을 강조하고 싶어서 이 곡을 수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해 이 곡을 다시 수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과 같이 많은 이들이 아사키의 존재를 알게 된 상황에서도 아직 “내가 나로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이건 이미 발매된 두 버전의 곡을 재구축했다기보다는, 제일 처음에 'SUCK MY LIFE'의 데모가 이런 히키가타리(노래하며 연주하는) 버전이었어요. 그게 너무 좋아서 언젠가는 내고 싶다는 얘기를 스태프와 하다가 이번에 발매하게 됐습니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없습니다. 항상 저는 저임을 노래하고 있고, 또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존재할 것입니다.


Q. 이전의 작품들이 개인의 감정을 표출하는 데 중점을 둔 '독백'에 가까웠다면, 이번 작품은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담아낸 메신저로서의 역할이 보다 두드러진다는 인상입니다. 메시지 역시 '지키고픈 것만큼은 지키고 싶다'라는 의지가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은데요. 제가 느끼는 이러한 메시지성의 변화에 대해서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지금까지의 곡들은 어쩐지 추상적인 가사가 많았던 것 같아요.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얼버무려서 그럴듯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듣는 이들 각자의 해석에 맡겼죠. 하지만 이번에는 제 안에 있는 감각을 구체적인 말로 노래하고 있잖아요. 그거야말로 자신이 노래하면서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듣는 이들에게도 어떠한 형태로서 꽂히는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만드는 것이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을 가장 드러내는 음악이 되는구나’ 하고, 이 작품을 만들어 보고 나서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새 앨범은 변화에 대한 의지가 조금씩 강해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미래를 부정하고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은 줄곧 유지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아티스트 아사키에게 있어 지금 시대의 희망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미래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가상현실을 긍정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정말 현실일까? 사실은 가상현실이 아닐까? 어쨌든, 어디가 됐든지 내가 나답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Q. 작년 후지 록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점점 큰 무대에서 관객을 상대하는 일이 많아지셨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레코딩과 라이브는 완전히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라이브가 스튜디오 레코딩과 가장 다르다고 생각되는 점, 그리고 라이브에서 특히 중점에 두는 부분이 있으시다면요?


A. 라이브 공연에서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셨던 것은 저에게 도움이 되었고, 그 덕분에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곡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나만이 알 수 있는 내면을 나만이 알 수 있는 곡으로 만들었을 뿐이잖아요. 그걸 발표하거나 라이브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과 비슷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거든요. 그로 인해 자신감이 생겼고, 이렇게 주저 없이 제한을 두지 않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제 음악을 들어 주시는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에서 제 노래를 듣고 우는 관객도 있고, 그저 음악 속에 빠져 들어가 듣고 계시는 분도 있고, 기뻐서 우는 건지 슬퍼서 우는 건지 그것조차 모를 정도로 제 음악이 울려 퍼진 게 그 무엇보다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나의 음악이, 나의 음악을 들어준 사람들의 곁에 있다는 사실이 음악 활동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그 자신감이 이번에 제한을 두지 않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Q. 앞 질문과 연계해 작년에 경험하셨던 단독 공연과 록 페스티벌, 그리고 비록 온라인이긴 했지만 SXSW은 모두 다른 환경에서 펼쳐졌던 공연이었는데요. 각기 어떻게 달랐는지, 그리고 라이브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큰 차이는 없지만 후지 록 페스티벌은 정말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긴장하고 있었고, 무대에 오르면 제 안의 리미터가 고장 나 버려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웃음) 그 덕분인지 본능에 맡긴 퍼포먼스를 할 수 있었던 건 매우 큰 수확이었습니다.


Punish | 4s4ki at 2022 SXSW


Q. 아사키의 메시지에 많은 10~20대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은 전체 인구로 봤을 대 상대적으로 마이너리티가 되었고, 기성세대 중심의 세상에서 수많은 경쟁과 좌절을 겪으며 살아왔기에 그러한 정서를 보다 강하게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본인의 음악 속 화자는 “지금의 청년세대”라고 봐도 무방할까요? 그렇지 않다면, 10~20대가 아사키의 음악에 특히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제 음악 화자는 어디까지나 저예요. 세대나 젊은이를 대표해서 노래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제 음악을 듣고 조금이나마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고, 그로 인해 힘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새 앨범 투어를 비롯한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며,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이번 앨범으로 10월부터 일본 전국 투어를 펼칩니다. 언젠가 한국에서 공연도 해보고 싶고, 공연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일본에서 만이 아닌 세계에서 활약하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터뷰 : 황선업

진행 및 번역 : 제이박스 엔터테인먼트(J-BOX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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