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3년.
2023년이 밝았습니다. 그저 매주 신곡 소개 정도 올리고 있을 뿐인데, 야금야금 구독자가 계속 늘고 있어서 도대체 어디서 보시고 찾아와주시나 조금 궁금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금주 중에 2022년의 앨범이 업로드 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요. 기타 마이 베스트나 일본 음악계 2022 결산 정도 추가로 올려보자 하는 생각이네요.
그럼 본론으로. 드디어 3년만에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정말 그동안 보고 싶은 공연도 많았고, 먹고 마시고 싶었던 것도 많았는데 이렇게 재방문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2019년 11월에 페기즈의 공연을 봤을 때만 해도 2022년까지 기다려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 또 아쉬운 건 3년만에 페기즈가 무기한 활동 중단에 들어갔다는 사실이겠죠. ㅠㅠ
계획은 6박 7일로 확정한 후 총 3개의 공연을 보는 것으로 확정한 후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한주 미루는 것이 이래저래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너무 성급하게 빨리 일정을 픽스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오히려 독이 되고 만 느낌이네요. 표를 다 구매한 다음에야 좀 더 보고 싶었던 아티스트의 공연 예매가 개시되는 경우가 많았어서요. 그래도 뭐 이제 앞으로는 계속 갈 수 있으니 미련은 빠르게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렵니다.
사실 이번 일본 여행동안엔 공연 본 것 외에는 음악도 거의 듣지 않았고, 꼭 일정 중 하루 전체를 빼서 방문하던 타워 레코드 시부야 점도 마지막날 한시간 정도만 쓱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더 이상 일본에 있지 않아도 누가 유명한지, 어떤 이들이 대세인지 아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항상 제가 미처 체크하지 못한 뉴커머로 가득했던 추천 코너 < 타워레코맨 >에도 이젠 제가 아는 이들로 전부 채워져 있더라고요. 나름 열심히 듣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지금이기에 느낄수 있는 무력함도 몰려왔던 것 같아요.
사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점점 삶에 대한 흥미, 나에 대한 흥미가 사라져 가는 것은 꿈이나, 혹은 그에 대한 열정이 사라져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꿈이나 열정이 사라져 간다는 건, 자신을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나는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 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동반되는 것이겠죠. 물론 꾸준히 해나간다면 언젠가는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나는 안되는구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참 힘든 일입니다. 거기에 자신에 대한 기준이 너무 엄격한 나머지 분명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이 정도 해서는 안돼, 더 힘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턱도 없지’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거든요. 근데 사실은… 뭐 죽어라 열심히 하지는 않습니다. ㅎㅎ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회사일과 음악일을 병행한다는 변명 속에서 적당히 적당히. 결국 어느 쪽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 이 쳇바퀴 속에서 저도 조금은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본업을 하면서 이 일을 하다보니 어느 쪽도 조금은 애매한 것 같고, 점점 저에게 오는 의뢰도 줄어들고 이대로 제 한 쪽 자아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그럼에도 현실에 안주하며 좀처럼 그 밖으로 과감하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제 자신의 모습. 과연 이 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던거 같아요. 그런데 사실 답은 정해져 있잖아요. 도전하고 시도하면 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말이죠.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의 상황이 자신이 원치 않는 것이라면 깨부수고 나가야 하는데. 답을 알면서도 참 멍하니 오랫동안 하던 것에 집착해 왔구나 싶었던 거죠.
일본 대중음악신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나면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일본음악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고. 저도 사실 여기에 동의하고 그런 통로가 생겼으면 얼마나 기쁠까 하고 주변인처럼 이야기하곤 했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사실 누가 제안을 하면 숟가락을 얹어야지 하는 생각을 해왔습니다만, 결국은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그런건 누가 만들어주지 않을거라는 것을. 결국 그건 제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타워레코드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만, 정작 그 곳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던 건 어떤 아티스트가 좋다라는 것보다는 내가 과연 이 음악들을, 나아가 일본음악의 본질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아직도 일본음악은 너무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게으르게도 주간 연재 하나 겨우 쳐내고 있을 뿐인데, 그래서 그런지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고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참으로도 고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는 분들이 주변에 적지 않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단기간에 되진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기존에 업로드한 브런치 코너들부터 좀 열심히 써보는 걸로 시동을 걸어보려고요. 결국 유튜브 같은 영상 콘텐츠로 가야하는 것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나, 당장은 섣불리 확답하기는 어렵네요. 그래도 장기전으로 차근차근, 덩치를 키워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영향력 있는 일본음악의 터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듭니다. 일본여행 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이렇게 새해를 맞아 한번 정리해 봤는데, 넋두리가 좀 길어진 거 같네요. ㅎㅎ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기존 자신의 틀을 깨려고 시도해보는 한해가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도 열심히 한번 노력해보려고요. 물론 브런치도 열심히!
뭔가 올바른 우리에게 어울리는 것을 발견해
그것을 꽉 움켜쥐고
아 언젠가 늙어버린다 해도 버리지 않고
새로운 문을 열어 볼까
We’ve got nothing
막 시작했을 뿐
It’s just begun
We’ve got no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