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 < Past < Future >
일본 아티스트들에게 베스트 앨범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릴리즈 시기에 따라 인기의 기폭제가 되기도 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커리어를 정리하기도 하며, 이 이후에 심한 하락세를 겪기도 하는 탓이다. < Concentration 20 >와 < Style > 사이의 공백동안 이미 한차례 침체기를 겪었던 그녀에게만큼은 재차 어렵게 찾은 영광을 놓칠 수 있다는 부담감이 훨씬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지난 5년간의 활동을 정리한 < Best Fiction >의 재킷 사진을 찢는 아트워크로 강렬한 첫인상을 주는 새 앨범은 그러한 중압감을 뛰어넘으려는 의지의 반증이다. 한층 강해진 이미지와 음악으로 어필하려는 새로운 전기 마련에 앞서 마음을 단단히 먹으려는 자신의 자화상과도 같이 느껴진다. 오랜 연예생활동안 많은 아픔을 겪어온 그녀였기에 부여되는 설득력이다.
애석하게도 겉표지의 의욕적인 모습과는 달리 타이틀처럼 미래로 이동을 한 듯한 획기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나오와이엠티(Nao'ymt), 티-쿠라(T-kura), 미치코(michiko) 등 이전과 참여한 뮤지션이 같고, 스타일 자체도 댄스뮤직과 일렉트로니카에 치중하던 < Queen Of Hip-Pop >과 < Play >의 연장선상에 있다. 'Love game'과 'Bad habit'에서도 단지 전자음을 전보다 강조했을 뿐이며, 'Shut up'은 전에 수록되었던 'Violet sause(Spicy)'의 록적인 어프로치를 답습하고 있다.
그렇다고 실망하기는 이르다. 브라스와 피아노, 스캣과 같은 재즈적 요소가 댄스음악과 멋지게 결합한 'Fast car'는 아이디어가 고갈되었다고 얕잡아 보는 이들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낮은 음조의 기타소리와 한 옥타브 차이의 코러스가 이끌어가는 'Copy that'은 마치 007영화를 보는 듯 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역시 여왕다운 면모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음을 내비치고 있다.
오사카 출신의 4인조 힙합그룹 도베르만 아이엔씨(Doberman INC)가 피쳐링한 'First timer'는 비트의 볼륨이 줄어들어 자칫 지루해 질 수도 있는 흐름을 위트 가득한 랩으로 채우며 신나는 클럽 스타일로 주조해냈다. 또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명확한 기승전결이 인상적인 'Dr.',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오랜만에 재확인할 수 있는 발라드 'The meaning of us', 통통 튀는 리듬에 그루브한 후렴구가 돋보이는 'Defend love' 등 전과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낼지언정 머물러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도록 했다.
'과거를 벗어나 미래로'를 지향했지만, 큰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았다. 대신 전형적인 일본 댄스음악의 틀을 탈피하려는 계속된 시도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덕분에 비주얼 가수로 폄하되던 예전의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아티스트로서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동안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 모습, 이것이 우리가 그녀에게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수록곡-
01. Fast car 추천
02. Copy that 추천
03. Love game
04. Bad Habit
05. Steal my Night
06. Firet timer feat.DOBERMAN INC
07. Wild 추천
08. Dr. 추천
09. Shut Up
10. My love
11. The Meaning Of Us
12. Defend Love 추천
2011/05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후일담 : 코무로 테츠야와 함께 작업했던 초창기와 블랙뮤직을 주력으로 삼았던 중반기, 그리고 EDM을 중심으로 한 댄스뮤직이 무기였던 하반기. 아무로 나미에의 음악인생을 돌아보면 적당히 잘라 이렇게 세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저는 이 중에 중반기를 가장 좋아했고, 최애 앨범도 단번에 < PLAY >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죠. 그런 저에게 있어 < Past < Future > 앨범은 이 중반기의 문을 닫는, 제가 가장 좋아했던 아무로 나미에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트랙들의 완성도가 약간 들쭉날쭉한 면이 있지만, 'Fast car'와 'Copy that'이 선사하는 초반의 임팩트만큼은 어느 앨범을 견줘봐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엔 우리나라에도 방영되어 '저 CF 모델 누구?'라는 질문이 쇄도했었던 코카콜라 제로 광고의 주제가인 'Wild'도 실려 있기도 하죠. 지금 들어도 그 세련됨은 정말... 저 한 곡만으로 그녀를 대체할 가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