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DANCER’ 너머, 이마세의 잠재력
* 위버스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현세대의 일본 아티스트가 한국에 이렇게나 큰 파급력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나 싶다. 일본 아티스트 최초로 한국의 음원 서비스 멜론 톱 100에 랭크인되고, 지난 4월 내한 쇼케이스까지 성공리에 마치는 등 예상보다 뜨거운 열기에 양국 모두 얼떨떨해하는 모습이다. 기존 제이팝 마니아를 넘어 일반 대중까지 사로잡은 모습으로 미루어볼 때, 한국 내 일본 음악의 이미지를 재구축했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NIGHT DANCER’의 주인공, 이마세(imase) 이야기다.
얼터너티브 록 밴드 슈퍼카(SUPERCAR) 출신이자 작사가 및 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이시와타리 준지는 이마세의 등장을 “거짓말 같은 실화(嘘みたいな本当の出来事)”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만큼 그의 등장이 이전의 사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흐름임을 강조한다. ‘나도 친구 따라 해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악기를 시작해 메이저 진출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년. 데뷔 5개월 후엔 네임드 아티스트들만이 담당한다는 포카리스웨트 CM 송에 기용되었고, 틱톡 총 재생 수는 약 11억 회에 도달하고 있었다. 심지어 ‘NIGHT DANCER’는 아직 세상에 나오기도 전이었다.
그의 커리어는 여러모로 일본 음악의 ‘현재’를 보여준다. 우선 짚어볼 대목은 그가 음악을 시작한 시기다. 2020년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많은 부분을 제한당하던 시기였다. 외출이 어려워지자 악기 판매량은 대폭 증가했고, 홈 레코딩 환경을 구축해 음악을 시작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창작에 눈뜬 이들이 서서히 인기를 얻고, 일상생활 재개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고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인 셈. 한발 앞서 ‘overdose’로 잭팟을 터뜨린 나토리(なとり),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이돔(idom) 등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두각을 나타내는 아티스트다. 그리고 이 카테고리에서 이마세의 성과는 단연 군계일학이다.
물론 그에게 틱톡이라는 무기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활약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완성된 작품’을 선보이는 경향이 강한 유튜브 대신, 부분만 만들어 가볍게 올릴 수 있는 틱톡의 방향성을 적극 활용했다. 이것이 아직 프로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그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반응을 엿볼 수 있는 통로의 역할을 했다. 또한 누구보다 SNS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세대이기에 자신의 개성을 기반으로 ‘인기 급상승에 걸릴 만한’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통해 어필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다수의 대중에게 어필할 ‘단순하고 캐치한 멜로디’ 기반의 후렴을 우선 만든 후, 드럼패드를 연주하는 영상과 함께 업로드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이 와중에 반응이 온 것이 바로 ‘Have a nice day’였다. 특유의 가성을 동반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체화하며 한 달여 만에 5억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후 그 후렴을 확장한 완곡으로 정식 데뷔를 완수하였으며, 주간 일본 바이럴 차트 1위에 오르며 적극적으로 시대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그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전부 ‘NIGHT DANCER’ 덕분이다. 올초부터 숏폼을 통해 SNS 유저들을 중심으로 퍼져 가더니, 지금은 챌린지 영상 등으로 그 기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아이묭(あいみょん)이나 후지이 카제(藤井 風), 유우리(優里) 등도 함께 인지도를 올리던 이들이었지만, 범대중적인 인기는 이마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스트레이키즈, 아이브와 같은 K-팝 스타들의 곡에 대한 호응도 전파의 계기였겠지만, 이 곡을 소비하는 이들은 비단 K-팝 팬층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특정 계층이 아닌 SNS 유저 전반으로 확산되는 인기를 봤을 때, 결국 ‘NIGHT DANCER’는 국경과 상관 없이 취향 위주로 콘텐츠를 즐기는 Z세대의 성향에 부합하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리밍과 SNS로 인해 보더리스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일본 음악이 매력적인 콘텐츠로 적극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로도 언급할 만하다. 그렇다면 왜 유독 그의 노래가 특히나 한국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일까.
앞서 이야기했듯, 그는 짧은 시간에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인상적인 멜로디 제작을 꾸준히 단련해왔다. 이와 함께 발음이나 억양을 통한 리듬감을 중요시하는 작사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있어서도 외국어라는 거부감보다 리드미컬함의 직관성이 앞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두 영역의 매력이 최대치로 발현되어 결합한 것이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흘러나오는 “도오데모이이요나요루다케도(どうでもいいような夜だけど)” 소절이다. 이처럼 자신의 장점이 극대화된 소절을 초반에 심어 놓은 그 승부수가 유효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음악적으로도 봐도, 이 곡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대중음악의 트렌드는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결을 공유한 지 오래다. 그렇기에 이 곡에 담긴 신스팝과 블랙뮤직, 시티팝의 경향이 한국인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그의 음악이 홍대 앞 한복판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일본의 유명 R&B 아티스트인 시럽과 이리, 비바올라를 비롯해 한국의 딘과 DPR LIVE를 즐겨 듣는 그의 음악적 취향도 양국의 리스너들을 만족시키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세를 타고 그는 ‘NIGHT DANCER’ 한국어 버전을 선보임과 동시에 내한 쇼케이스 개최 및 다수의 유튜브 콘텐츠 출연 등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일본 역시 자국 아티스트의 바다 건너에서의 현상을 고무적으로 바라보며 인기 요인을 적극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선보인 신곡 ‘Nagisa’는 특유의 리드미컬함을 살림과 동시에 시티팝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일본 아티스트들의 인기가 이마세를 필두로 당분간 지속되리라 확신을 갖게 만드는 기세다.
자신이 “음악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하나에 열중하는 마니아라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기에(ミーハー)” 더욱 많은 청취자들과 동일한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마세. 이처럼 아마추어에서 프로 음악가로의 길이 상상 이상으로 단축되어 버린 시대에서, 그는 장시간 트레이닝을 거친 장인만큼이나 트렌드 활용에 천부적 감각을 지닌 이들의 존재감이 커지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SNS가 전 세계를 리얼타임 시장으로 통합한 시점이기에 ‘이마세류’ 아티스트들의 잠재력은 더욱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얼떨결에 성취한 음악가로서의 성공은, 많은 대중과 음악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글.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永田拓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