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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ug 14. 2023

“우리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지향해 나갈뿐”

엘르가든(ELLEGARDEN) 인터뷰


“옛날 생각나는 CM 송, 기억나요?” 이 한마디에 괜스레 울컥 했던 분들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관객들이 “5분만 쉽시다”라고 외칠 만큼 타이트했던 세트리스트는 그야말로 작정하고 온 모습이 역력하기도 했다. 80분 동안 앵콜을 포함해 무려 21곡. 자신들의 대표곡을 일거에 쏟아부으며 건재함을 알린 퍼포먼스에 관객들은 열광적인 반응으로 화답해 주었다. 'Marry Me'와 'Make a Wish'를 듣고 싶어 현장을 찾은 이들도 많았겠지만, 이에 괘념치 않고 재차 자신들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멋지게 전달했던 엘르가든. 15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에 헤드라이너로 귀환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 록 페스티벌 역사에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갔던, 그야말로 꿈 같았던 금요일 밤이었다.


공연 시작 약 5시간 전, 운 좋게도 백스테이지에서 이들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것들을 지켜가고 싶으며, 누가 뭐라 해도 자신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지향해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그들의 모습. 세월에 영향을 받지 않는 팀 특유의 영속성이 어디에 기원을 두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던 한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지금'을 음악에 녹여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멤버들, 지금의 엘르가든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대화를 많은 분이 읽어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본 인터뷰는 대중음악웹진 IZM에도 게재 중입니다.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32060&bigcateidx=11&subcateidx=61&view_tp=1&view_sort=1)


우선 엘르가든으로서 15년 만에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돌아오신 것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우부카타 신이치(이하 우부카타) : 저희가 15년 전 활동을 중단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올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을 찾게 되었는데, 이렇게 큰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까지 맡게 되어 굉장히 기쁩니다.


이번 <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호소미 타케시(이하 호소미) : 저희가 엘르가든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게 2005년이었는데요. 그때 호텔에서 TV를 보다가 CF에 저희 노래가 사용된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Marry Me'나 'Make a Wish' 같은 곡들이요. 사실 그전까지는 몰랐었어요. 그때 많이 놀랐고,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많은 환호를 보내주셨던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관객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이 곡들을 꼭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2018년에 재시동을 걸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활발한 라이브 활동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다시금 엘르가든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 할 시기였기에 매우 아쉬웠을 것 같은데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각자에게 있어 '라이브'에 대한 의미가 변화한 측면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호소미 : 감기에 걸렸을 때, 그리고 낫게 되는 그 순간만 해도 평상시에 건강했던 자신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긴 하지만, 사실 금방 다 잊어버리잖아요.(웃음) 코로나 시기가 어려웠던 건 사실입니다만, 그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라이브를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만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내일이 되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겠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하는 이 공연, 내일 하는 이 공연 하나하나가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라이브에 임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 16년 만의 신보 < The End of Yesterday >가 공개되었는데요. 활동 재개 이후 앨범 발매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 시점이어야 했던 이유, 그리고 새 앨범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호소미 : 활동 중단 후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많은 일본의 팬분들이 기다려 주고 계셨거든요. “다녀왔어!”라는 의미로 전국 투어를 도는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신보를 선보이기까지 시간이 걸린 건 이 이유가 가장 컸어요.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라고 한다면, 어느 순간 라이브 중 과거의 영광에 빠져 그것만을 즐기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으로는 좋지 않다고 생각했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에서 본격적으로 앨범 제작에 착수하게 되었죠.


앨범 제목이 < The End of Yesterday >입니다. 이 제목을 듣고, 또 앨범을 듣고, 최근 활동을 보고 든 결론은 멤버들이 하나의 챕터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마무리한다는 느낌이 앨범을 통해 강하게 느껴졌는데요. 타이틀의 의미와 이 앨범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호소미 : 저희도 나이를 먹어가니 언제까지고 '젊은이인 척' 살아갈 수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남은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상업적인 활동을 하는 팀이 아니잖아요.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들을 음악에 담아내고 싶었죠. 인간답게, 멋있게 살아가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했고요. 특히나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과 기합으로 작업했습니다.


확실히 이전에 주로 선보였던 스피디한 넘버들은 줄어들고,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실려 있는 곡들로 앨범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메시지도 어딘가 모르게 소년이 훌쩍 커서 어른이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데요. '지금의 엘르가든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가 반영되어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신보 속 엘르가든은 이전과 어떤 것이 다르며, 앨범 제작과정에서 자신들을 어떤 팀으로 정의하고 작업을 진행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호소미 : 저희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그런 밴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정말 좋아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음악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엘르가든이라는 팀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자 했고,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겨나는 깊이감 같은 것들이 반영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사회가 주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죠. 사람들의 생각, 스마트폰으로 인한 소통 등과 같은 부분도 다 저희의 음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요. 이번 결과물이 약간 로우 템포의 결을 띠게 된 것은 사실 LA에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캘리포니아 남부 같은 경우에는 삶의 속도가 느리잖아요. 그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중이죠. (왜 LA에서 레코딩을 진행했냐고 묻자) 예전에 함께 했던 스태프분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같이 함께 할 수 없었어요. 이 시점에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한 모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의 장소로 LA를 선택하게 된 셈이지요.


해당 멤버로는 정말 오랜만의 레코딩이었을 것 같은데요. 각자 음악을 하며 경험치를 쌓아왔기에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레코딩 작업은 순조로웠는지, 이전과 다른 방법을 적용한 부분이 있는지, 예전과는 다르게 신경을 쓴 부분이 있는지 등이 궁금합니다.


호소미 : 다들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어요.(웃음) 활동 중단 후 10년 동안 각자의 악기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기 때문에, 다시 모였을 때는 전보다 확실히 실력이 향상되어 있었습니다. 녹음 자체는 덕분에 매우 스무스하게 진행이 되었고요. 사실 조금 힘들었던 건 LA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녹음했던 측면이 컸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엘르가든의 음악은 우부카타 신이치씨의 아르페지오나 텐션코드가 사운드의 중축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부카타 : 프레이즈는 제가 만드는 경우도 있고, 호소미씨가 만드는 경우도 있죠. 'No.13'의 도입부 아르페지오도 호소미씨가 보완을 해주신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희 포맷에는 피아노 담당이 없기 때문에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게 기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르페지오를 적극 활용해 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지난 5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있었던 록 페스티벌 < viva la rock >에서 엘르가든의 공연을 한발 앞서 관람했었는데요. 당시 10대~20대 초의 젊은 관객들이 많은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10년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었음에도 활동 재개 후 지속해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린 팬들이 늘었다는 점을 본인들도 실감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호소미 : 아, 이건 저희 멤버 중 누가 대답을 하더라도 같은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저희 음악을 많이 들었던 세대의 자녀들이 찾아주고 계세요. 엘르가든의 현재 팬층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이 가장 많다고 알고 있는데, 요즘은 중학생부터 70대 어르신들까지 많이들 와주시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음악이 한국에서도 많이 붐업이 되고 있고, 더불어 한일 뮤지션 간의 교류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음악적인 측면에서 있어 한일 간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생각하시는지요.


호소미 : 한국에서는 일본만큼 그렇게 밴드가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다고 친구에게서 듣긴 했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봐도 그렇죠.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데스크톱 뮤직(DTM)을 통해 방 안에서 음악을 만드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에, 굳이 악기를 배울 필요가 없는 상황에 와 있다고 느껴집니다.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바로 시작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선 참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에는 왜 아직도 이렇게 밴드가 계속해서 인기가 있는지는 사실 저희도 모르겠어요.(웃음) 저희가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을 하죠. 저희는 밴드맨으로 남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많은 밴드가 육성되었으면 하고요. 일본과 많은 교류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어떤 도움이라도 주고 싶네요.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하면서, 특히나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 자신들의 모습을 변함 없이 지켜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자신들을 변함 없이 엘르가든으로 있게 만들어 주는 그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호소미 : 정말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이제 그런 시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흘러가는 대로 가지 않도록 더욱더 저희 자신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편이 되어주고 싶다기보다는, 모두가 적이 되더라도 저희 자신이 제 편이 되어주고 싶고요. 저희 편에 서 계신 분들을 위해 노래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 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욱 표현하고 싶습니다.



진행/정리 : 황선업

사진 : TSUKASA MIYOSHI(Showcase)

협조 : 유니버설 뮤직, P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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