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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06. 2024

이제 시작일 뿐

챤미나 내한공연 후기


챤미나가 한국에서 데뷔하지 않아 다행이다는 글을 남긴 지 꼭 6년하고도 반. 어느덧 그는 아레나급 뮤지션으로 성장해 또 하나의 고향으로 금의환향했다. 한일혼혈이라는 정체성을 굳이 숨기지 않은 채 모든 편견과 아픔을 마주하고 극복하며 성장한 지난 세월. 지난 4월에 종료된 아레나 공연 < AREA Of DIAMOND 2 >의 해외투어 일환으로 실시된 첫 한국 단독공연은, 자신의 음악을 가지고 한국의 팬을 만나보길 원했던 그의 오랜 꿈이 이뤄지던 기념비적인 자리이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챤미나는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이다. 음악에 관심이 있던 차에 호기심에 출연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 BAZOOKA!!! 고교생 랩 선수권(高校生RAP選手権) >에서 주목받음과 동시에 ‘네리마의 비욘세’라는 칭호를 획득, 순식간에 신예 래퍼로 급부상하기에 이르렀다. 2021년 작품인 < ハレンチ >를 통해 보컬과 랩을 병행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임을 확실히 했고, 동시에 KPOP 스타일의 댄스까지 장착하며 무대 위 카리스마를 벼리는 일 또한 잊지 않았다. 더불어 그의 독특한 포지셔닝 또한 언급할만하다. 2023년 작 < Naked >는, 일본어 싱글과 한국어 싱글을 모두 포함하며 무국적 아티스트로 그를 정의한 의미있는 작품으로 자리한다. 현재 위키피디아 영문판에 기재되어 있는 그의 호칭은 ‘South Korean-Japanese rapper and singer’다.


비교적 트렌디한 스타일의 음악이기에 몸을 적당히 끄덕거리는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이는 크나큰 착각이었다. 말 그대로 힙합의 탈을 쓴 록 공연이었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밴드 세션이 주도했고, 비트를 깔고 그 위에 덧붙이는 것이 아닌 실제 연주로 거의 모든 부분을 채웠다. 디스토션은 여느 하드록 밴드 못지 않았고, 드럼의 댐핑감 역시 상당했다. 여기에 단순재현이 아닌 공연용 편곡이 추가적으로 붙은 넘버들 또한 다수. 일부 곡들은 레코딩과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줌과 동시에 라이브에서의 ‘현장감’을 배가하고 있었다. 공연장에서의 챤미나는 ‘록스타’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러닝타임이었다.

스케일 큰 사운드가 듣는 재미를 담당했다면, 시각적인 부분을 책임졌던 건 댄서들이었다. 무대 크기를 고려해 4명의 최소인원으로 그를 보좌했지만, 곡의 텐션을 더욱 고조시키는데에 있어 충분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 한국 데뷔곡인 ‘Don’t go’를 함께 작업했던 애쉬 아일랜드와 최근 피쳐링을 통해 인연을 맺은 바비가 등장해 큰 이질감 없이 러닝타임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각자 선보였던 솔로곡은 밴드 세션을 중심으로 라이브의 흐름과 자연스레 연결고리를 맺었다. 그렇게 고조된 분위기는 관객들의 몸을 들썩이게, 또 손을 머리 위로 들게 만들었다.

챤미나의 멘트 또한 인상적이었다. 어렸을 적 완전한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었기에 차별받았지만 그 경험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 관객과 ‘타다이마 - 오카에리’를 주고 받은 후 본집으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던 모습. 특히나 사는 것만으로도 벅찬 2024년에 이렇게 인간으로서 생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며, 우리 반드시 앞으로도 힘을 내 함께 살아내자는 말까지. 무대 위 카리스마와는 현저히 다른 큐트한 말투의 소유자였지만, 그의 언어가 담고 있는 의미는 분명 진중하고 무거웠다.


전반적으로 공연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에 비해 무대가 너무 작았다는 느낌이었다. 어프로치가 강한 합주, 본래는 훨씬 거대했을 무대 퍼포먼스를 담기에 1500석 남짓 되어보이는 명화 라이브홀은 비좁았다. 그럼에도 챤미나의 무대 장악력은 빛났다. 격렬한 안무 중에도 가창은 안정적이었고, 각잡힌 발성을 통한 높은 성량은 디스토션에 뒤지기는 커녕 이를 뚫고 나왔다. 랩과 보컬을 오가는 모습을 보자니, 새삼 그가 가지고 있는 끼와 재능의 거대함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그것이 외적인 조건으로 인해 충분히 발현되지 못했다는 점이 새삼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특수한 포지션이 가능성으로 역발견된 공연이었다.

사실 그의 한국활동 타깃에 있어서는 고민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의 출신을 따라 일본음악 마니아로 잡느냐, 아니면 음악 스타일을 따라 힙합 팬층으로 잡느냐 하는 문제다. 그의 라이브는 이 난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하나의 공식과도 같았다. 당장 일본음악 팬들에게 어필하긴 힘들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훨씬 큰 캐퍼의 팬 규모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않을까. 이것이 집으로 돌아오며 내린 나름의 결론이었다. 물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6년 전에 썼던 글처럼 맨 처음 지망했던 KPOP 아이돌 대신 주도적으로 걷는 이 커리어가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지 차분히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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