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초심찾기

MONOEYES < A Mirage In The Sun >(2015)

by 황선업

하이에이터스(the HIATUS)의 최근작 < Keeper of the Flame >(2014)를 들은 후 이 작품을 접한다면, 이 밴드의 의도가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덧 일본 록 신의 중진이 된 호소미 타케시(細美 武士)의 새 프로젝트 밴드가 선보인 첫 정규작은, 훨씬 심플하고 명쾌하며 직관적인 매력을 추구한다. 악기 운용이나 구성 측면에 있어 최소한의 고민만이 들어있을 뿐, 나머지를 채우고 있는 것은 모두 음악에 대한 원초적인 본능과 열정이다. 처음 들은 이들이 엘르가든(Ellegarden)을 떠올리는 것은, 전에 비해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움직이는' 스타일의 곡들로 앨범을 채운 덕분이다.

첫 곡 'Cold reaction'부터가 앨범의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도입부의 지글대는 기타리프, 4마디 이후 단숨에 후렴구로 직행하는 구성, 한 번을 들어도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캐치한 멜로디, 3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라이브에서 맘껏 뛰놀 수 있는 음악'을 하고자 했던 호소미 타케시의 의도처럼, 몸을 가만히 놔두기 힘든 강력하고 스피디한 사운드가 이어진다.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는 'Like we've never lost', 기타 솔로가 엘르가든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Just a little more time' 등, 최근 하이에이터스의 음악이나 공연에 다소 심심함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강성의 쇳소리로 회귀한 이들의 모습에 분명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이 데뷔작의 가장 큰 미덕은 곡간의 편차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완성도 높은 12개의 트랙들이 숨 쉴 틈 없이 타이트하게 이어진다. 어느 곡을 싱글로 해도 상관없다던, 반대로 말하면 싱글로 발매할 수 없는 곡을 싣고 싶지 않았다던 이 깐깐한 프론트맨의 이야기처럼, 오느 곳을 재생해도 모노아이즈로서 내뿜을 수 있는 최대한의 열량이 체감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프로모션 곡으로 낙점된 'My instant song'의 청량감은 분명 작품의 하이라이트 지점이다. 후렴 전의 완급조절 후 터져 나오는 폭발력에 상승감 가득한 선율이 합쳐져 단숨에 본인들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덕분이다. 이외에도 떼창이 예상되는 'Run run', 그루브한 드럼의 연주가 돋보이는 'グラニート(Granit)', 유일한 슬로우 넘버 'Wish it was snowing out' 등. 재생을 멈출 때까지 네 명이 뻗는 스트레이트 펀치는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개인의 파인플레이 대신 팀으로서의 시너지를 중시한 편곡, 그때그때의 감정에 충실한 기타와 베이스, 복잡한 리듬을 배제하고 모두가 함께 발구를 수 있는 장단을 디테일하게 구현한 드럼, 대중들과의 빠른 교감을 의도한 단순한 가사와 대중적인 멜로디. 데뷔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내가 처음 만들었던 음악이 가진 순수함에 다시금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말처럼, 초심에 대한 복기가 여러 잔가지를 쳐낸 덕에 음악이라는 본질이 더욱 뚜렷하게 다가오는 데뷔작이다. 음악이 이토록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이들을 통해 또 한 번 깨닫는다.

- 수록곡 -
1. Cold reaction
2. Like we've never lost *
3. Just a little more time
4. My instant song *
5. Run run *
6. グラニート*
7. End of the story
8. Do I have to bleed again
9. Get me down
10. 明日公園で(내일 공원에서)
11. Wish it was snowing out *
12. Remember me


2015/10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후일담 : 이 당시 아시아 밴드 합동 투어 < Far East Union >의 일환으로 모노아이즈가 내한했었죠. 당시 밴드와 인터뷰를 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좀 더 많은 뮤지션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주길 희망하는 호소미 타케시의 모습을 보며, 존경할만한 뮤지션이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죠. '록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 누군가는 이것이 허황된 이야기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의미를 두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참 의미있는 만남이었습니다. 이 앨범도 어느 순간 어렵고 복잡하게만 음악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었죠. 물론 엘레가든의 재결성이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초심 복기'가 알차게 담긴 작품이라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모노아이즈의 첫 정규작입니다. 마침 돌아오는 일요일에 내한이 잡혀 있기도 하니, 공연장을 찾으시는 분들은 다시 한 번 들어보며 월요일을 활기차게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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