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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12. 2018

제이팝 신보 소개(3월 셋째주)


SINGLE


어썸 시티 클럽(Awesome City Club)

‘ダンシングファイタ(Dancing fighter)’

텅빈 도시의 밤, 가로등이 내리쬐는 도로를 질주하는 차 안에서 흘러나올 법한 노래.  밴드가 지향하는 '2010년대의 시티팝'의 풍미가 작렬하는 작품이다. 현 시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시티팝 리바이벌 밴드들이 블랙뮤직과의 결합을 통한 변화 혹은 오리지널로의 회귀를 통해 반응을 얻고 있다면, 지극히 주류 음악과의 접합을 그 모태로 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점. 메인스트림 록의 역동성에 아련한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침투시켜 완성시킨, 디제이가 클럽에서 틀어도 위화감 없을 시티팝/록 트랙.


나카시마 미카(中島 美嘉) ‘Kiss of death’

영화 < NANA >의 주제가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Glamorous sky' 이후 무려 13년만에 하이도와 손을 잡은 통산 40번째 싱글. 이전과 같은 청량한 팝록 사운드를 기대했다면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강렬한 신스루프를 중심으로 프로그레시브 록에 가까운 전개를 보여주는 탓. 그래도 곡이 좋으면 되는데 싶겠지만, 영화 속 '나나'와 찰떡이었던 'Glamoruous sky'와 비교했을때 이 곡은 가수 본인에게도 어울리지 않을 뿐 더러 하이도가 가진 송라이터로서의 장점도 실종되어 있다. 그저 손을 잡았을 뿐 이전에 목격되었던 시너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 간만의 만남에만 의미를 둘 수 밖에 없는, 나카시마 미카의 하락세를 원치 않게 증명하고 있는 노래.


빅마마(Bigmama) ‘Strawberry feels’

좀 놀랬다. 아직도 빅마마가 메이저가 아니었다니. 그도 그럴 것이 벌써 데뷔한지 10년이 훌쩍넘은, 산전수전 다 겪은 팀이기 때문이다. 레이블 이적 후의 첫 싱글은 이전과 다를 것 없는, 자신들의 추구하는 음악을 어떠한 가공 없이 내건 의욕작이다. 짧은 바이올린의 도입부 이후 중독성 있는 기타리프가 치고 들어오는 구성으로 초반에 승부수를 띄우며 인상적인 신고식을 완수하고 있는 중. 특히 간주에 몰아치는 바이올린 독주를 통해 현악멤버를 보유하고 있는 팀의 장점을 여전히 잘 실어내고 있는, 봄에 어울리는 과즙상 록사운드!


니시카와 타카노리(西川 貴教)

‘Bright burning shout’

개인적으로 '일본스럽게 노래부르는 사람 중 제일 잘 부른다고 생각하는' 이가 TM revolution, 바로 니시카와 타카노리다. 미친듯한 고음을 내뱉지 않더라도, 라이브를 보면 풍부한 성량으로 안정되게 노래를 소화하는 덕분이 아닐까 싶은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내는 싱글임에도 사실 TM revolution과 차이가 크게 와닿지는 않으나, 웅장한 편곡이 니시카와의 보컬과 좋은 하모니를 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유의 세기말스러운 분위기 안에서 자신들의 모든 것을 짜내 노래하는 그의 모습이 여전히 선명한 실루엣을 뽐내고 있는 사실이 데뷔 30년차를 앞둔 뮤지션임을 잊게 만드는, 비주얼계를 좋아했던 이들에게 어필할만한 노래.


ALBUM

널바리치(Nulbarich) < H.O.T >

작년 일본 여행 할때 자주 들었던 이름이 바로 이 '널바리치'다. 들어보면 음악이나 보컬 스타일에서 바로 서치모스가 연상되기도. 대신 이 쪽은 크로스오버에 치중하기보다는, 펑크나 디스코 및 애시드 재즈 등 영향을 받은 장르들의 원래 매력을 담으려 노력하는 쪽에 가깝지 않은가하고 제멋대로 생각하는 중이다. 공간감 있는 사운드와 코러스의 적극적인 활용이 돋보이는 'Almost there', 자미로콰이의 잔상이 느껴지는 'Zero gravity', 그루비한 펑키 리프에 감미로운 가성의 조합이 맛깔나는 'Ain't on the map yet' 등 러닝타임 동안 듣는 이의 흥을 쉬지 않고 돋우는 세컨드 앨범.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안도로프(androp) < cocoon >

스스로 < image world >라는 회사를 차려 이적한 후 첫 풀렝스. 초기 팝록 스타일인 'Prism'과 랩이 주축을 이루는 'SOS', 앰비언트가 가미된 'Joker' 등 앨범 발매 전 선보인 싱글에서 전혀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아 어떤 작품이 되는 것인지 궁금했었는데, 앨범 역시 좋게 말하면 다양한, 나쁘게 말하면 중구난방인 결과물로 완성되었다. 다소 무뎌졌던 멜로디 감각은 'Prism'과 'Arigato'를 들어보면 완전히 회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전자음악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는 'Sorry' 등 곡 마다의 완성도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이다.


주목할 만한 트랙이라면 역시 컨트리를 적극 차용하고 있는 'Kitakaze san'와 싱어송라이터 에메와의 듀엣을 시도한 'Memento mori'인데, 약간 이질적인 인상은 있어도 결코 나쁜 노래들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행히 중간점은 줄 수 있는 곡들이다. 조금만 더 큰 그림을 보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은 남지만, 이 정도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듯 했던 지난 앨범의 망령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는 새출발의 노래들.

아베 마오(阿部 真央) < You >

오호 통재라. 이렇게 노래도 잘하고 음악도 잘하는 아티스트가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 나름 인지도는 착실히 쌓아오고 있으나 한방이 터지지 않아 안타까운, 내가 아끼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베 마오의 8번째 스튜디오 작품.  팝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여러 시도를 동반해 지루함을 덜어낸 음악과 더불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호소력 있게 표현하는 작사 능력 또한 이번 작품에서 역시 건재하다. 일본의 톱 피겨 선수인 하뉴 유즈루가 자신에게 힘이 되는 노래로 아베 마오의 'いは終わらない'를 꼽았을 정도로, 단순한 음악이 아닌 인생의 이정표라는 역할을 겸하고 있는 뮤지션이 아닌가 싶다. 음악과 삶이 일치되는 순간을 보고 싶다면 반드시 들어봐야 할 한 장!

파엘리아즈(PAELLAS) < Yours >

언제나 힙한 음악들을 한발 앞서 유통하는 뮤직카로마에서 초기부터 한국에 소개하고 있는 파엘리아즈. 역시나 서치모스 - 널바리치 - 세로 등의 카테고리에 묶을 수 있는 팀이지만, 좀 더 하늘하늘 하다고 할까. 훅 불면 어딘가 날아갈 것 같은 부유감이 러닝타임 전체를 휘감고 있어 이게 또 차별화의 원동력이 된다. 품고 있는 요소들은 앞서 말한 팀과 별반 차이가 없어 굳이 길게 설명하지는 않겠다. 어쨌든 어떤 재료를 얼마나,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방법으로 사용하는 지가 관건인지라. 오늘 소개한 팀들을 비교해 들어본다면, 같으면서 또 다른 형형색색의 매력들을 발견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야엘(YAHYEL) < HUMAN >

왜 그런지 몰라도 요즘 일본의 대중음악 신은 영미 트렌드 직수입에 다소 무심한 표정을 보이는 것이 사실인데, 그나마 이들 정도가 퓨쳐 베이스나 포스트 덥스텝과 같은 장르에 관심을 보이며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팀이 아닌가 싶다.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방편에 앞서 좀 더 음악 자체에 대한 탐구의지가 엿보이는 그런 결과물들이 이 세컨드 앨범에 주축을 이루고 있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소스들을 전면에 배치시켜 낯설음을 통한 관심을 유도하게끔 했으며, 때문에 제임스 블레이크와 같은 아티스트가 종종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뭔가 힙한 것을 찾는 이라면 플레이리스트에서 발견될 법한, 특히 우리나라의 래퍼 김심야가 피처링한 'Polytheism'이 수록되어 있기도 한 덕분에 호기심을 한층 배가시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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