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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02. 2018

제이팝 신보 소개(5월 첫째주)

스미카, 사나바군, 식스 라운지, 시노자키 아이 등

4월의 후쿠오카는 기가 막히더군요.

요즘 바 분위기의 술집에 꽂혀있는데,

쫙 늘어서 있는 유니크한 이자카야들.

이 곳도 가보고 싶고 저 곳도 가보고 싶고.

날씨는 왤케 좋고 음식은 왤케 다 맛있던지요.

재충전 잘 하고 왔습니다.


놀고 왔다고 마냥 퍼져있을 수는 없겠죠.

이틀 늦었지만, 5월 첫째주 주간 제이팝 시작합니다~

스미카(sumika) 'fiction e.p'

키보드와 현악의 풍부한 스케일감을 기반으로 독보적인 파퓰러함을 자랑하는 스미카의 신곡. 어느덧 'Lovers'가 유튜브 조회수 1,500만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데뷔 초반의 상승세를 무난히 이어갈 만한 밴드 특유의 따스함이 한가득 깃들어 있다. 마음 속 한구석에 잠들어 있는 설렘을 흔들어 깨우는 듯한 흥겨운 리듬과 따라부르지 않고는 못배길만한 멜로디. 내면으로 침잠해가는 많은 팀들의 팀바구니 속에서 이렇게나 밝은 에너지를 마구 내뿜고 있으니 어찌 눈에 띄지 않을수 있으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것만 같은 스미카홀릭. 많은 분들께 강추드립니다.


지유우바치(女王蜂) 'Half'

기괴하면서도 이색적인 비주얼이 노래에 앞서 뇌리에 꽂혀버리는 '여왕벌', 지유우바치의 새 싱글곡. 마찬가지로 음울한 세계관을 담아낸 애니메이션 < 도쿄구울 Re: > 엔딩곡으로 타이업되었는데, 어머나어머나 요로코롬 찰떡일 수가 없다. 보컬 아부쨩의 중성적인 음색과 스트레이트한 기타리프로 직관적인 매력을 십분 담아낸 곡이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좀처럼 입문하기가 어려웠던 이들이라도 한번 관심을 가지고 들어볼 만한 곡인 것은 확실하다. 동시에 타이업을 고려하고 쓰여졌는지 팀의 개성은 다소 깎여나간 인상을 주기도 하는 곡. 이 곡이 좋다고 느낀 이들이라면, 이 전에 나온 싱글이나 앨범을 죽죽 들어보기를 권한다. 그곳에 지유우바치라는 이름이 훨씬 더 깊게 새겨져 있으니.  

ALBUM

사나바군(SANABAGUN。) < OCTAVE >

첫 곡인 'I'm back'의 기타리프와 트럼펫의 포효, 그 위를 쓸고 지나가는 야성적인 래핑. 을씨년한 뒷골목 감성을 눈 앞에 펼쳐놓는 듯한 블랙뮤직 기반의 8인조 그룹, 사나바군이 돌아왔다! 어느 카테고리에 갇혀 있지 않은 자유로움을 필두로 힙합, 알앤비, 재즈, 펑크 등의 음악을 리얼 세션으로 풀어 놓는 아주 진득-한 에스프레소 같은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눈에는 띄었지만 지속적인 청취로 이어지지 못했던 전작에 비해, 이번 세번째 스튜디오 작품은 재즈 특유의 즉흥성을 적극 도입하며 전과 궤를 달리하는 그루브를 생성, 사람들의 청신경을 단숨에 낚아채는데 성공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밴드 사운드 + 관악기가 빚어내는 신감각 사운드의 다채로움. 이미 신에서는 한참 전부터 주목받던 그들이다. 서치모스를 좋아한다면 꼭 들어보길. 특히 세번째 트랙 'L.G.M'은 올해 말 반드시 다시 언급되어야만 하는 트랙.

근데 너네도 왜 신곡 PV가 없니...


식스 라운지(SIX LOUNGE) < 夢うつつ >

상반기 가장 주목해야 할 밴드 중 하나. 투박하지만 진심을 담아낸 보컬과 가사, 기교는 없어도 묵직함이 이를 대신하는 연주가 앨범이 끝나고도 마음 속에 남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중간중간 알맞게 변주를 주어 지루함을 방지하는 편곡센스, 돌부리가 있어도 그냥 치고 달리는 듯한 저돌적인 멜로디 구사 등이 장점이며, 무엇보다 메시지가 향하는 곳을 적확히 가리키는, 낭만과 처연함이 뒤섞인 보컬의 음색이 백미. 다른 나라에 있다고, 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작품이니, 취향의 범위도 넓혀볼 겸 한번씩은 들어보도록 하자.  


시노자키 아이(篠崎 愛) < YOU & LOVE >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시노자키 아이의 노래 실력이 꽤 괜찮다는 사실이다. 다만 음색 자체는 비음 섞인 전형적인 일본의 보컬이기에 노를 잡은 프로듀서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는데, 'Floatin' like the moon'을 듣고 그 우려가 싹 가셨다. 몽환적인 소리의 숲 속에서 나즈막히 날개짓을 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제법 좋은 하모니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러닝타임 동안 '제이팝'에서 벗어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며, 본인도 그에 맞는 가창을 무리 없이 들려주고 있어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들에게 좋은 한방을 먹여줄 작품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지루해지는 감은 있지만, 그래도 가수 도전에 대한 명분은 갖춘, 의외의 일면을 발견할 수 있는 데뷔작.


踊foot works < Odd Foot Works >

요 앨범이 또 물건입니다 그려. 앞에서 이야기했던 사나바군과 같이 래퍼 + 밴드사운드로 블랙뮤직을 구사한다는 점은 같지만, 이쪽은 좀 더 힘을 빼고 느긋하게, 대신 한걸음 한걸음 묵직하게 내딛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사노바를 차용해 이색적인 리듬감을 선보이는 'Bebop kagefumi', 절묘한 코러스 워크와 재치 있는 샘플링으로 단단한 정체성을 내보이는 'NDW', 뭉근한 신스와 파열하는 하이햇의 조합 같은 파격적인 비트의 조합으로 또 다른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내는 'nightcrawler' 등 '좋은 노래 다음 또 좋은 노래 다음 또 좋은 노래' 같은 구성으로 29분 동안 펼쳐지는 본 적 없는 장르의 대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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