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ive Report

[Live] [Alexandros] 내한공연

베일 것 같은 냉정함이 빚어낸 뜨거운 열정

by 황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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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라이브 레포트를 쓸 때 쯤이면 공연의 감흥이 어느 정도 가라앉기 마련이건만, 이번엔 좀 다른 것 같다. 아직까지도 그때의 전율이 삶의 에너지를 왕성히 생성해내고 있으니까. 음악 본연에 충실했던 공연 내용, 안 그래도 복잡한 곡들을 세시간에 걸쳐 완벽히 이어나가는 스태미너와 정교함, 특별한 제스처 없이도 관객을 휘어잡는 프론트맨 카와카미 요헤이의 카리스마까지. 결론부터 말해 그들의 내한공연은, 서울에서 펼쳐진 옥에 티 하나 없는 완벽한 쇼케이스였다. 2012년의 지산과 2015년의 안산을 거쳐 성사된 단독공연에서, 밴드는 더 큰 성공을 거머쥐어야 하는 이유를 아주 치열하게 하지만 손쉽게 증명해내고 있었다.

앨범 < Where's My Potato? >(2010)로 데뷔한 브릿팝을 기저에 둔 사운드에 다채로운 편곡과 완벽에 가까운 합주, 특유의 팔세토 가창을 얹어 지지기반을 꾸준히 다져온 일본이 대표밴드 중 한팀이다. 정상권으로의 도약을 이끈 메이저 데뷔작 < ALXD >(2015)에 이은 여섯번째 작품 < EXIST! >(2016)는 한층 넓어진 음악적 시야를 엿볼 수 있는 최고걸작. 이처럼 전성기에 다다른 그들이, < Tour 2016~2017 ~ We Come In Peace >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았다. 마침 투어 막바지라 세트리스트에 대한 감각도 최고조에 올라왔을 타이밍. 의심의 여지없이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리라 믿은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같은 남자가 봐도 멋있긴 멋있더라...

공연시간에 맞춰 'ムーンソング(Moon song)'의 인트로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알렉산드로스]. 그때부터 미친듯한 질주가 시작되었다. 데뷔곡 'For freedom'의 변주로 시작해 'Kaiju'의 그루브함, 'Girl A'의 역동성, 'Feel like'의 달콤함이 순식간에 귀를 훑고 지나갔다. 업템포 넘버들의 이어달리기로 분위기는 단숨에 최고조. 'O2'에선 스튜디오 앨범에서는 강조되지 않았던 드럼의 전면배치로 다른 곡을 듣는 느낌이었고, 'Waitress! Waitress!'에선 네 명이 보여주는 호흡의 절정이 무대를 가로질렀다. 어떻게 달려온지도 모른 채 이미 러닝타임은 1시간 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밴드의 애티튜드였다. 그들은 해외라고 무언가를 특별히 준비한 기색이 없었다. 마치 일본에서의 공연영상을 상상마당이라는 무대에 그대로 가져왔달까. 의례 준비하는 한국어도 간단한 인사말 정도. 별도의 로컬라이징 없이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고집스럽게 유지했다. 음악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는 자신들의 철학은, 본토와 동일한 세트리스트 위에서 중요한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시크하게 연주에만 열중하던 시라이 마사키
예상외의 귀요미 캐릭터를 뽐낸 사토야스.

그들의 출세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Starrrrrrr'와 공연을 일단락지은 'New wall'과 'Adventure'에 이어, 빠지면 섭섭한 시그니쳐 송 'ワタリドリ(철새)'를 앵콜로 모든 순서가 마무리되는 듯 했다. 곧 이는 오산임을 깨달았다. 'Snow sound'와 'Dracula', 투어 통틀어 몇 번 울러펴지지 않은 'Forever young', 그리고 어쿠스틱으로 진행된 'Kaiju'와 사람들을 대동단결 시켰던 본인들의 히어로 오아시스의 명곡 'Don't look back in anger'까지. 무려 세 시간여가 지나고 나서야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그때 나는 이 공연이 오래도록 머리속에 남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만큼, 그들의 공연은 완벽했다.

뭔가 행동하나하나가 어른미 뿜뿜이었던...

'좋은 밴드'라는 것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공연을 본 후, 문득 이러한 의문이 생겼다. 이어 곧바로 하나의 뻔하지만 완벽한 정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을 감싸고 있었던 것은, 바로 수없이 반복된 라이브로 축적된 경험이었다. 단순히 곡을 잘 만들고, 연주를 잘하는 것만으로 좋은 밴드가 되기는 힘들다. 무대에서의 수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완벽히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방법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것을 100%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좋은 밴드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닐까 싶다. 결국 큰 수요가 좋은 밴드를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록 신은, 팬이 아티스트를 성장시키며, 그렇게 성장한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전보다 좋은 무대를 선사하는, 일종의 공생관계가 유효하게 작용하는 곳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알렉산드로스]의 이번 투어는 4월말 마쿠하리 멧세를 끝으로, 19번째 장소에서 32번째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에 있다. 분명 한 번 한 번의 공연이 거듭되며 팬도 아티스트도 함께 성장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것으로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마치 'Forever young'의 마지막 가사처럼.

“I'll be yours and mine. We're forever young”


취재 및 사진협조 : 민트페이퍼,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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