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 이생기심

by 책한민국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물고기는 지렁이에 낚이고 사람은 생각에 낚인다.

낚싯바늘에 코 꿰인 물고기처럼 생각에 끌려간다.

어부 손에 잡혀 죽을 때까지 생각을 놓지 못한다.


고양이가 쥐를 쫓듯이 사람은 생각을 뒤쫓아간다.

사냥개가 뼈다귀 핥듯이 사람은 생각을 곱씹는다.

자신이 그것에 사로잡혔다는 현실을 보지 못한다.


바람둥이를 믿는 여자처럼 사람은 생각을 믿는다.

어리석은 자가 구멍 난 배로 바다 건너려 하듯이.

썩어버린 고목을 대들보 삼으려는 눈먼 목수처럼.


벌이 꽃향기에 이끌리듯 사람은 생각에 끌려간다.

달의 힘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밀물과 썰물처럼

한 생각에 사람은 들뜨고 가라앉으며 허우적댄다.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듯 사람은 생각에 흔들린다.

파도에 떠밀리는 배처럼 사람은 생각에 휩쓸린다.

붙잡고 매달리고 묶이고 매여 있으며 괴로워한다.


생각에 속아 살면 참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으니

한 생각 일어나도 거기 머물지 말아야 한다는 것

생각, 감정, 느낌, 욕망은 모두 내가 아니라는 것


먼저 살다 간 눈 밝은 선지식들이 남긴 진실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