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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뜻한 Feb 22. 2019

자전거 타면서 양을 볼 수 있는 곳?

자전거 타기 전에 '수신호 하는 법'부터 배워야 하는 나라, 네덜란드

* 본 포스팅은 제가 네덜란드에서 6개월 동안 교환학생을 하면서 느꼈던 주관적인 경험들을 위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 주세요.
 
 
 
"네덜란드는 어떤 곳이야?"
 
 
 만약 친구가 제게 네덜란드가 어떤 곳인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 줄 거예요.
 
 
 첫째, 네덜란드는 깨끗한 곳이야.


 내가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위트레흐트(Utrecht;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되는 작은 도시)라는 도시만 봐도,
 사람들이 거의 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자동차는 우리나라에 비해 별로 없어.
 그래서 나도 교환학생을 하는 동안 학교를 갈 때, 친구 집에 놀러갈 때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녔어.


 어젠가 그젠가는 친구를 배웅해 주느라 밤에 밖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어.
 별이 하늘에 쏟아지는 걸 보고.. 사실 우리나라는 일단 도시라고 하면 별 보기가 쉽지 않잖아. 여기 네덜란드는 매연이 많이 없어서 밤에도 하늘에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아.
 
 그리고 나는 여기서 수돗물을 마셔.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 수돗물은 조금 비린 맛이 있잖아.
 여긴 그런 게 없는 것 같아.
 같이 사는 하우스메이트(housemate; 욕실 주방을 공유하며 방은 각자 쓴다)들도 네덜란드 사람들이 많은데(네덜란드 사람 4명에,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유학 온 친구 1명) 모두 수돗물을 그냥 컵에 따라서 마시더라구.
 
 그리고 또 하나 놀란 게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연 친화적인 사상이 정말 자연스럽게 박혀 있다는 거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위트레흐트는 대학도 있고 인구도 꽤 많은 도시임에도,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곳곳에 양들이 살고 있는 들판들이 있어.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 옆에도 양들이 자유로이 뛰놀아.
 또, housemate들 중에는 nature club이라고 자연 보호하는 club에 어릴 때부터 가입한 친구도 있고, 페이스북 사진처럼 SNS 계정을 보면 프로필 사진이나 커버 사진에 항상 푸른 자연이 담긴 사진을 많이 해놓더라구.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 하우스메이트들이랑 밥을 같이 먹다가 벌레가 주방에 들어왔는데, 메이트들 중에 놀라는 친구들이 없었어. 더 놀란 것은 그 다음의 반응이었어.
 “벌레야~”하고 바로 죽이는 게 아니라, 손으로 잡아서 밖으로 내보내 주더라고.
 이런 걸 보니까 ‘아... 네덜란드에서는 사소한 면에서부터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학습이 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둘째, 네덜란드는 자전거가 없으면 너무너무너무나 불편한 곳이야.


 땅이 평평해서 자전거 도로가 굉장히 잘 돼있고, 차들도 자전거들에게 먼저 양보해.
 네덜란드 사람들보다 자전거 수가 더 많을 정도로 자전거가 많은 곳이고,
 그렇기 때문에 만약 네덜란드에서 몇 개월 이상 살 거라면 자전거가 꼭 필요해.
 몇 개월 살지 않을 거면 좋은 중고 자전거를 사는 걸 추천해!
 친구 집을 갈 때도, 학교를 갈 때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그리고 재밌는 것은 자전거 도로를 지날 때 교차로 같은 곳을 지날 때 항상 차가 깜빡이를 켜는 것처럼 수신호를 해야 한다는 거야. 처음에는 이 점이 참 낯설었는데, 수신호를 안 하면 일 분에 수십 대의 자전거가 지나가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가 없더라구. 수신호를 미리 안 하면 내가 어디로 가는지 뒷 사람이 모르니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깐. 자전거를 탄 지 1주 정도 지나니 자연스럽게 수신호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어.
 
 
 셋째, 네덜란드는 다양한 인종들이 사는 곳이야.


 사실 여기 오기 전에 네덜란드 하면 큰 키에 백인들만 사는 곳이라고 생각했었어.
 물론 여기 백인들도 많아. 하지만 정말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
 나같은 아시아 사람들도 많고, 물론 백인들도 많고, 흑인도 있고.
 정말 다양한 인종들이 어울려 사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여기도 인종차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어. 다른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보지 않아서 네덜란드는 이렇다고 비교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인종차별이 다른 나라보다 덜하면 덜했지 그렇게 심하진 않아.
 
 하지만 가끔 지각없는 사람들이 가다가 아시아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거나,
 조롱섞인 말투로 니하오, 니하오 할 때도 있어.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위트레흐트와 자이스트(Zeist)의 사이에 있고 오히려 자이스트에 더 가까운데, 자이스트에는 외국인들이 그렇게 많지 않고 중고등학생도 많이 거주해. 그래서인지 자전거를 타고 자이스트에 있는 마트를 갈 때면 마주치는 학생들이 뭐라 알아들 수 없는 말로, 그런데 누가 봐도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로 소리칠 때가 종종 있어.
 하지만 거의 대부분 긴 말로 하면 나는 네덜란드 어를 잘 모르니 다행히(?) 못 알아듣지만,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 싶으면, 그냥
 ‘편견에 사로잡혀 참 인생 불쌍히 사는 사람들이다..’ 하고 지나치면 돼.
 피부 색깔, 생김새로 우열을 판단할 수 있다는 거대하고도 그릇된 착각 속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니까.
 
 
 넷째, 네덜란드는 대학 수업이 빡센 곳이다.


 특히 네덜란드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오려는 사람들은 이 점을 꼭 유념했으면 좋겠어.
 나도 오기 전에는 네덜란드 대학 수업이 빡세다는 얘기는 몇 번 들었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어.
 물론 수업들 중에 조금 덜 빡센 수업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나라 대학 수업의 2배 정도로
 읽을 material들도 많고, 양도 굉장히 빡센 편이야.


 정말 빡세게 공부할 각오로 오든지, 과목 수를 적당히 듣든지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나랑 같이 사는 하우스 메이트들도 거의 다 대학생들인데, 정말 정말 열심히 공부해. 한 친구는 Utrecht University에서 약학을 공부하는 친구였는데, 하루는 실험실에서, 하루는 수업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내더라구. 아침 일찍 대충 먹고 점심은 보통 아침에 싸간 샌드위치(거창한 게 아니라 식빵에 잼 발라놓은 것)을 먹고 해가 지는 6시쯤 돌아오는 게 보통 루틴인 것 같아.
 ‘유럽 대학이라고 수업도 널널하겠지’ 하는 생각은 반드시 접어두는 게 좋아.
 
 
 다섯째, 네덜란드는 여행하기 좋은 위치이다.


 네덜란드는 독일과 벨기에, 프랑스와 접해 있고,
 영국이나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같은 나라들과도 굉장히 가까운 편이야.
 그래서 여행하기가 굉장히 편리해! 실제로네덜란드에 교환학생을 하면서 나는 벨기에(특히 벨기에는 정말정말 가까워서 듣는 수업 중에 같은 수업 듣는 친구들이랑 EU headquarter가 있는 브뤼셀에 견학을 갔다 오기도 했어), 독일, 프랑스, 스페인,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에 다녀오기도 했어. 유럽 안에서 다른 국가로 가는 것은 비행편이 저렴한 편이고 기차로도 이동할 수 있어서 편해. 특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많은 비행편들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고, 기차로도 다른 유럽 국가로 여행하기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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