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합의는 없다!"에서 "제발, 합의해 주세요!"로
학교 폭력 사건의 예상치 못한 반전
모든 사건은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각색되었고, 이를 위하여 내용 중에 허구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우리는 종종 길고 긴 싸움에 대비하며 스스로를 다잡곤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잘못을 부인하고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때는 더욱 그렇죠.
하지만 때로는 가장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상황의 흐름이 바뀌기도 합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지독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었던 한 학교 폭력 사건이 피고 측의 놀라운 입장 변화로 해결된 이야기입니다.
1.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런 짓을 할 애가 아니에요!" – 부정의 첫 번째 벽
저희 의뢰인 "박지훈"(가명) 군은 밝고 영리한 고등학생이었지만,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끔찍한 학교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이는 단순한 장난 수준을 넘어선, 계획적인 신체적 고문과 정서적 학대, 악의적인 사이버 불링의 연속이었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일부 폭력 행위를 촬영하여 주변 친구들에게 유포하며 지훈 군의 고통과 굴욕감을 더욱 키웠습니다.
저희는 지훈 군이 겪은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가해 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증명하는 증언과 디지털 증거 등 명백한 자료들이 확보된 상태였습니다. 이 사건은 폭력의 심각성과 유형 때문에 지역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고, 이는 사건에 대한 대중의 감시라는 또 다른 층위를 더했습니다.
몇몇 피고의 가족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비교적 빨리 인지한 반면, 주동자 중 한 명인 "김민수"(가명) 군의 부모는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우리 민수는 절대 그런 일을 할 아이가 아닙니다. 이건 모두 심각한 과장입니다. 저희는 끝까지 법정에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절대 합의는 없습니다." 그들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아들이 부당하게 표적이 되었다고 믿었고, 전면적인 재판을 불사할 태세였습니다.
2. 무너지기 시작한 철옹성 –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다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서, 저희는 수집된 증거들을 꼼꼼하게 제시했습니다. 증인 신문 일정이 잡히고,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로 뒷받침된 아들의 행동이 명백히 드러나자 김민수 군의 가족에게도 암울한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을 겁니다. 학교 폭력의 전모가 대중 앞에 낱낱이 공개될 공개 재판에 대한 부담감도 컸을 테고요. 어쩌면 증거의 무게, 합의금보다 훨씬 큰 금액이 선고될 수 있는 판결의 가능성, 혹은 뒤늦게나마 피어난 양심의 가책이 그들의 관점을 바꾸기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법정에서 봅시다"라던 호언장담은 서서히 잦아들었습니다. 이전에는 합의 논의 자체를 거부했던 그들로부터 조심스러운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의 법적 압박, 산더미 같은 증거, 그리고 정의를 찾겠다는 지훈 군 가족의 확고한 의지가 분명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3. 전환점: "제발, 이제라도 합의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마침내 완전한 입장 변화를 알리는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김민수 군 측 변호사의 목소리는 이전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이전의 태도는 사라지고, 다급함과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저희는 이제 이 문제를 정말로 합의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끼친 고통을 이해하며 진심으로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 전형적인 사례였습니다. 한때 재판까지 가겠다며 자신만만했던 피고 측이 이제는 간절하게, 거의 애원하듯이 합의를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정의를 원하면서도 긴 싸움을 각오했던 지훈 군과는 대조적으로, 이제는 그들이 먼저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협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는 당연히 지훈 군이 입은 피해의 정도와 그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이제 합의 과정에 전적으로 참여하게 된 김민수 군 측은 아들의 행동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반영하고 지훈 군에게 어느 정도 위안이 될 수 있는 상당한 금액의 배상금에 동의했습니다. 합의서에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4. 한 챕터의 마무리: 소 취하 그리고 치유를 향한 한 걸음
합의서가 체결되고 배상금이 지급됨에 따라, 저희는 김민수 군과 그의 부모에 대한 소송을 정식으로 취하했습니다. 지훈 군에게 어떤 금액도 과거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겠지만, 가해자 측이 결국 책임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배상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이는 고통에 대한 인정이자 확인이었고, 그들(김민수 측)을 상대로 한 공개 재판이라는 추가적인 스트레스 없이 이 고통스러운 사건의 한 페이지를 닫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 사건은 아무리 초기에 완강히 부인하더라도, 정의를 향한 끈질긴 노력은 예상치 못한 해결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가슴 아픈 교훈이었습니다. 때로는 "절대!"를 가장 크게 외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동과 피해자의 확고한 의지라는 진실 앞에 섰을 때, 합의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절박한 필요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피고들 역시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이러한 극적인 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저희에게 이 사건은 단순히 배상금을 확보한 것을 넘어, 한 가족이 마침내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 학생 가족의 치유 여정에 작은 디딤돌을 놓는 모습을 지켜본 의미 있는 승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