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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까지 했는데, 같이 살 수 없다니요?"

남편이 쓴 서류 한 줄 때문에 '위장 결혼'으로 오해받은 사연

by 산뜻한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덕수 강석준 변호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 혼인신고까지 마쳤는데, 국가가 "당신들의 사랑을 믿을 수 없다"며 함께 살지 못하게 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요?


국제결혼을 한 부부에게 가장 큰 난관은 바로 '결혼이민(F-6) 사증(비자)' 발급입니다. 단순히 혼인신고만 했다고 비자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혼인의 진정성"을 의심하여 비자를 거부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오늘은 제가 맡았던 사건 중, 법원으로부터 '소송을 제기할 자격(원고적격)'은 인정받았으나, 안타깝게도 '혼인의 진정성' 입증 부족으로 패소했던 사례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국제결혼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사례. "남편이 작성한 초청장 한 줄 때문에..."


의뢰인 B씨(외국 국적 여성)는 한국인 남성 K씨와 사랑에 빠져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이후 B씨는 본국으로 돌아가 재외공관에 결혼비자(F-6)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덜컥 '불허' 통보가 날아왔습니다. 이유는 '혼인의 진정성 의심'이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남편 K씨가 작성해서 제출한 '외국인 배우자 초청장'이었습니다.


남편 K씨의 실수: "배우자를 언제 처음 만났습니까?"라는 질문에, 실제 연인으로 교제한 시점이 아니라 오래전 지인으로 처음 알게 된 시점(2017년)을 적어낸 것입니다.


대사관의 의심: "2017년에는 남편 K씨가 전 부인과 법률상 혼인 상태였는데? 그럼 불륜 관계였나? 아니면 알고 지낸 기간을 부풀려서 위장 결혼을 하려는 것인가?"


단순한 기재 실수였지만, 대사관은 이를 근거로 두 사람의 관계 전체를 의심했고 비자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B씨 부부는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unnamed (1).jpg Gemini 생성 이미지. 제가 아닙니다 ^^


[변호사의 시선 1] 외국인은 소송할 자격조차 없다? (절반의 승리)


이 소송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정부(피고) 측은 본안(결혼이 진짜냐 가짜냐)을 따지기도 전에, "외국인은 비자 거부 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원고적격) 자체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상, 외국인이 입국 거부를 당했을 때 이를 다툴 법률상 이익을 인정받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다투었습니다.


[저희의 주장]



"B씨는 단순한 외국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과 유효하게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입니다. 헌법상 보장된 가족생활을 유지할 권리가 있으며, 이미 한국에 체류했던 이력도 있으므로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저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원고(B씨)가 과거 한국에 장기간 체류했고, 국민과 혼인신고를 마쳤으므로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 따라서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패소했지만, 외국인의 소송 자격 자체를 인정받았다는 점은 법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변호사의 시선 2] 사랑을 '입증'하는 것의 어려움


소송 자격은 얻었으니, 이제 '혼인이 진짜임'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저희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함께 살기 위해 구한 신혼집 임대차계약서 등을 제출하며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문턱은 높았습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종합하여 "대사관의 비자 거부 처분은 정당하다(재량권 일탈 아님)"고 판결했습니다.


결혼식의 부재: 혼인신고만 했을 뿐, 양가 가족을 모시고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의 인식 부재: 남편 K씨의 성인 자녀들이 아버지의 재혼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신혼집의 위치: 남편의 직장은 서울인데, 신혼집은 경기 평택이었습니다. 출퇴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거리라 '함께 산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초청장의 기재 내용: 남편이 적어낸 '첫 만남 시기'와 실제 교제 시기의 불일치가 끝내 발목을 잡았습니다. 남편은 "교제 경위를 자세히 쓰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객관적인 정황상 진정한 혼인 생활을 하려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마치며: 사랑에도 '서류'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변론했지만, 결과적으로 비자 발급이 인정되지 않아 변호사로서도 참 마음이 아팠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국제결혼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초청장 작성은 신중, 또 신중해야 합니다: 배우자 초청장은 단순한 설문지가 아닙니다. 날짜 하나, 단어 하나가 심사관에게는 '거부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재해야 합니다.


'결혼식'이나 '가족사진'은 강력한 증거입니다: 단순히 둘만 좋아서 혼인신고를 하는 것을 넘어, 주변 사람들에게 축복받는 결혼식 사진, 가족 모임 사진 등은 혼인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전문가와 초기부터 상의하세요: 한 번 비자가 거부되면, 기록이 남아 재신청이나 소송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덕수는 비록 어려운 사건이라도 의뢰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끝까지, 그리고 끈질기게 싸웁니다. 억울한 출입국 문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주세요.


[법무법인 덕수 강석준 변호사]

상담 문의: 02-567-5186

오시는 길: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442, 7층 (역삼동, 흥국생명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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