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셔터

D+442 로우셔터의 우연, 첫 셀피

by 우주별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우주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렌즈가 자신을 향해 있는 카메라를 덥석 집어들었다.

무거운 바디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는 천장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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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들짝 놀라 카메라를 회수했고, 녀석은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며칠 뒤 메모리카드의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다 모니터 가득 뜬 낯선 파일을 발견하고서야 알았다.

그것이 우주의 생애 첫 '샷'이자, 의도치 않은 '셀피'였다는 것을.

결과물은,

프레임의 8할을 채운 것은 로우 앵글(Low Angle)로 찍힌 초점 나간 지율이의 거대한 얼굴.

그 뒤로는 영문도 모른 채 서 있는 아내의 모습이 마치 거인처럼 흐릿하게 걸려 있다.

구도는 파괴적이고 분위기는 다소 기괴하지만 묘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우주야 비록 네 첫 작품이 공포 영화 포스터처럼 나왔지만 꽤 인상적인 데뷔였다.

얼른 자라서 이 무거운 기계로 우리 가족을, 그리고 네 눈높이에서 본 세상의 풍경을 더 많이 담아주렴.

물론, 그때까지 내 렌즈가 무사하다면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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