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43
주방의 물소리를 틈타 우주가 손에 넣은 것은 아내의 분홍색 장지갑이었다. 녀석은 마치 경찰 조사관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카드를 한 장씩 꺼내어 검수하고 있었다. 고사리손으로 신용카드를 쥔 저 야무진 그립감과 미간에 서린 경제적 고뇌라니.
우주야,
네가 지금 쥐고 있는 그 얇은 플라스틱 조각 안에 우리 가족의 생사여탈권(?)과 아빠의 36개월 할부 인생이 담겨 있다는 걸 너는 알까.
엄마가 설거지를 마치고 물 묻은 손을 닦으며 뒤를 돌아보는 순간
너의 그 정밀 감사는 비명과 함께 강제 종료되겠지만
아빠는 보았다. 엄마 몰래 자본주의의 가장 내밀한 깊숙한 곳을 탐험하려는 너의 그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