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의 완성

D+444 갑작스런 뽀뽀

by 우주별

쪽(내 오른쪽 눈썹 위)~ 쪽(그리고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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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이 젖은 솜처럼 전신을 누르는 밤이다. 하지만 그 무게감이 썩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잘 마른 이불을 덮은 것처럼 포근하다. 오늘은 꽤나 완벽한 하루였으니까.

할아버지의 산소에 들러 인사를 올렸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앞에서는 우주가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중력을 이겨내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그 당당한 발걸음은 지켜보는 어른들의 주름진 미간을 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다리미였다.

이런 작고 소박한 행복들이 깨진 유리 조각처럼 흩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우리 가족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진짜 '사건'은 모든 일과가 끝나고 불 꺼진 방 안에서 일어났다.

잠을 청하려 누워 있는데, 어둠 속에서 작은 인기척이 내 얼굴 쪽으로 다가왔다. 아기 특유의 달큰한 젖내와 숨소리. 그리고 이내,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았다.


쪽.

내 오른쪽 눈썹 위.


쪽.

그리고 볼.


우주가 내게 해준 생애 첫 뽀뽀였다.

강요에 의한 것도 우연도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가 자신의 의지로 아빠에게 건넨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위로였다.

나는 어둠 속에서 숨을 멈췄다.

믿기 힘든 행복이란 대개 이렇게 예고도 없이 불 꺼진 방에서 기습적으로 찾아오는 법이다.

눈썹과 볼에 남은 그 촉촉한 온기 때문에 아무래도 오늘 밤은 쉽게 잠들기 그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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