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55.
폭풍 같던 업무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모처럼 일찍 퇴근한 오후.
오랜만에 우주와 손을 잡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세상 만물이 다 신기한 15개월.
숨어있는 고양이, 보도블록 틈새의 풀, 지나가는 개미까지.
녀석의 고개는 좌우로 쉴 새 없이 돌아가고 발걸음은 갈지자로 비틀댄다.
하지만 과도한 호기심은 체력의 급격한 저하를 부르는 법.
얼마 못 가 아파트 입구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세상 다 산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녀석.
일어나라, 용사여. 여기서 퍼지기엔 우리 집이 코앞이다.
결국 귀가는 아빠의 '안아주기' 서비스로 강제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