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발표
합격자 발표일 아침의 입학처 사무실은 거대한 알람 시계 속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다.
전화벨 소리가 쉴 새 없이 공간을 때린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들은 하나같이 초조하고 질문은 놀라울정도로 똑같다. "수시모집 합격자는 몇 시에 발표합니까?"
나는 훈련된 앵무새처럼 건조하게 대답한다.
"오후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악의는 없다.
그것은 과거 정해진 시간에 발표를 했다가 트래픽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었던 그 '대참사'가 남긴 트라우마에 대한 방어기제다. 우리는 서버의 안녕을 위해 그리고 우리 정신의 평화를 위해 전격적인 10시 기습 발표를 감행한다.
시계바늘이 10시 정각을 가리키는 순간 우리는 흡사 폭탄 제거반과 같은 긴장감으로 새로고침을 누른다. 예정된 시간에 배너는 정상적으로 떴는가? 사이트 연결은 매끄러운가? 모니터를 노려보는 내 입술은 바짝 마르고 혈관 속의 피가 마르는 듯한 감각이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기묘한 순간이 찾아온다.
10시 1분.
그토록 요란하게 울려대던 전화벨 소리가 거짓말처럼 뚝 끊긴다. 마치 누군가 세상의 볼륨 스위치를 0으로 돌려버린 것 같은 완벽한 정적.
그 정적 속에서 나는 합격자 관리 페이지를 연다. 2만여 명의 지원자들이 동시에 자신의 운명을 확인하고 있다. F5 키를 눌러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확인 인원' 숫자가 40명, 50명씩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것은 거대한 디지털 해일이 서버라는 방파제를 향해 밀려드는 광경이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 모니터 안에서 휘몰아친다.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이 침묵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불안은 언제나 예고 없이 벨 소리를 타고 침투한다.
"제가 1등급에 수능 최저도 맞췄는데 왜 불합격입니까?"
수화기 너머의 항의에 내 심장은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혹시 시스템 오류인가?
엑셀 수식이 꼬였나? 아닐걸 알면서도 식은땀을 흘리며 데이터를 조회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시스템은 인간보다 냉정하고 정확하다.
"학생, 확인해 보니 수학 영역이 의무 반영이에요. 수학 등급을 포함하면 최저 기준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전화를 끊으며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오류는 없었다.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신경전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내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 것이다.
그 일주일의 긴장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다음 스텝인 '충원합격자 발표'가 시작된다.
새로운 명단, 새로운 전화, 새로운 긴장.
그 숨 가쁜 사이클 속으로 뛰어들다 보면 오늘 겪은 최초 합격자 발표의 스트레스는 희미해진다. 마치 다음 업무가 이전 업무의 고통을 잊게 만드는 강력한 '망각의 알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씁쓸한 커피를 들이켜며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전화기를 바라본다. 입시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는 그렇게 또 한 바퀴를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