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40
거리의 캔디 머신 앞에서 우주의 1인 시위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려 저 알록달록한 캡슐을 손에 넣을 때까지
"난 절대 움직이지 않을테야"
이 자리를 절대 뜨지 않겠다는 18개월의 비장한 결기
결국 주머니 속 동전을 털리고서야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주는 낯선 보도블록의 경계에서 멈칫한다.
매끄러운 길과 거친 돌길 서로 다른 질감이 만나는 그 틈새가 아이의 눈에는 건너기 힘든 거대한 협곡처럼 보이는 걸까.
우주야, 앞으로 네가 마주할 세상에는 수많은 '다름'의 경계들이 놓여 있을 거야.
그 낯선 틈새 앞에서 지금처럼 잠시 주저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두려워 말고, 네가 가진 현명함으로 그 경계들을 지혜롭게 넘어가 주렴.
아빠는 뒤에서 묵묵히 기다려줄 테니.
집에 도착해서는 왕관 머리띠를 쓰고 한껏 재롱을 부린다. 그러다 문득 종이컵을 들어 왕관을 슬쩍 가리며 장난스럽게 배시시 웃는 녀석.
밖에서의 투정도 경계 앞에서의 망설임도 모두 잊은 너는 종이컵으로 가려도 감춰지지 않는 오늘 하루의 승리자이자 우리 집의 여왕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