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42 편식쟁이 아빠
졸음이 덕지덕지 묻은 눈을 비비며 밥그릇을 가지고 앉은 우주
숟가락질이 영 시원찮다 싶더니
대뜸 커다란 초록색 그릇을 들어 얼굴을 덮어버린다.
마치 국물까지 남김없이 들이켜는 호방한 미식가처럼 보이지만
먹는 척 시늉만 하고 있다는 걸 아빠는 알고 있다.
"안 먹는 게 아니라, 지금 먹고 있는 중이에요(아마도)."
아빠를 닮아 입이 짧은 것까지 굳이 유전될 필요는 없는데
저 앙증맞은 그릇 가면 너머로
아빠의 편식 습관이 그대로 투영되는 것 같아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앞서는 점심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