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선유도, 군산의 초여름 열흘 8
어, 하다 보니 맨발 걷기 시간이 다가왔다. 어제의 패배를 교훈 삼아 오늘은 만조 시각에 맞춰 나가기로 했다. 11시 28분.
오스씨의 예상이 맞았다. 어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한 바다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기껏 발목에서 찰랑이는 얕은 물로 살짝 덮어놓았다고 그 많은 생명들이 없어지는 게 아닐 텐데, 이렇게 다른 감상이라니. 미추를 논하는 감각기관의 얄팍함에 새삼 쓴웃음이 나온다. 한쪽 면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는 뻔한 교훈 하나 냉큼 챙겼다.
하지만 바닷물이 깨끗하다뿐, 맨발 걷기는 쉽지 않았다. 바람이 점차 거세지면서 고운 모래들이 공격형 물질로 전환되면서 몸 여기저기를 쪼아댔다. 떠밀려온 물풀과 잘게 갈려진 조개껍데기 때문에 걷기 불편한 구간 역시 많았다. '관리하지 않은 해변'의 특징이다. 맨발 걷기로만 치면 최근 대대적인 규모의 모래 채우기 공사를 끝낸 광안리 해변이 훨씬 나았다. 광안리도 미역과 꼬시래기 같은 물풀이 해변으로 꽤 많이 밀려오지만 걱정없다. 맨발 걷기를 하다가 갑자기 주부 모드로 돌변하는 알뜰한 아주머니들 덕분이다.
1, 남의 떡이 더 커 보여 집을 떠났는데, 막상 보니 집 떡이 더 좋더라.
2, 자연 그대로의 자연보다는 인간이 관리한 자연이 편하더라.
맨발 걷기하러 나왔다가 자잘한 교훈을 자꾸 주워 담고 있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전자책을 통해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