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년기

수영구 퀴어모임 창립총회 가능?

시비월기 (3)

by 선우비

7.


혜진이가 트랜지션 수술을 받는 데 도움이 된다기에, 나는 인우보증서와 주민등록등본을 보내주었다.

인우보증서는 그녀가 트랜스 여성이라는 사실을 주변인이 보증하는 서류였다. 그 안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보증인은 신청인과 매우 친밀한 관계에 있으며, 신청인의 삶과 선택에 대해 오랜 기간 지켜보아 왔습니다.

신청인은 출생 시 남성으로 지정되었으나, 성장 과정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여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을 인식해 왔으며, 이로 인한 성별 불일치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 왔습니다. 신청인은 현재까지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이어오고 있으며, 성별 정체성과 관련한 의료적 진단 및 성전환 관련 시술을 단계적으로 받아왔습니다.

또한 신청인은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 여러 차례 참여하여 함께 행진하였고, 부산 지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퀴어 행사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주변 성소수자들에게 자긍심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위에 기재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향후 본 건과 관련하여 어떠한 문제나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보증인 등은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담할 것을 명확히 밝히며 이에 연대보증합니다."


우리의 혼인신고서에는 휴고와 쥐야다의 주민등록 정보가 들어갔고, 혜진이의 서류에는 나의 정보가 들어갔다.
수영구 퀴어 모임은 조금씩 ‘정부문서화’되고 있다.

이러다 정말 수영구청 주민회의실을 빌려 창립총회라도 열어야 하는 건 아닐까.


8.

12월의 자잘한 뉴스---------


신세계 센텀시티 영화관은 주차를 3시간만 지원한다. 3시간이 넘는 <국보>를 보고 주차비를 더 냈다. 부산 백화점 매출 1위라는 기사보다 이런 쪽이 먼저 떠올랐다.


누나가 부탁한 임영웅 부산 콘서트 티켓은 이번에도 실패. 예전엔 잘 잡았는데, 최근엔 계속 안 된다.


부산 센텀에서 열리는 산타마을에 다녀왔다. 분위기는 좋고, 음식은 무난, 물건은 가격 대비 아쉬움. 그래도 분위기 덕에 내년에 또 가게 될 것 같다.


대전역 성심당에서는 오전 11시에 이미 말차·초코 튀김소보루가 매진이었다.


BL에 미친 자가 추천한 소설 읽기를 이어가는 중. 처음으로 중도 포기한 작품이 나왔다. 테리 프래쳇과 닐 게이먼의 <멋진 징조들>. 미국식 유머는 말이 너무 많다.


아바타 3을 3D 아이맥스로 봤다. 둘이 46,000원. 너무 좋아서 영화의 전당에서 2D로 한 번 더 봤다. 조조라 둘이 10,000원. 화질 차이가 커서 역시 아이맥스였다.


심은경 주연의 <여행과 나날>을 보고 나는 여행하기 싫어졌고, 오스씨는 여행하고 싶어졌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즘 연극단체 <옆집우주>의 연극 <흡!>을 수영구 퀴어모임 친구들과 봤다. 연극 보러 가는 발걸음은 늘 무거웠는데, 이번엔 편하게 갔다가 편하게 돌아왔다. 숏폼에 익숙한 사람도 집중하게 만드는 연극이었다.


연말이 되니 송년모임이 잦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 해를 무난히 살았구나. 날 찾아주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다. 내년에도 송년모임에 초대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9.

2026 통영국제음악제는 ‘Face the Depth(깊이를 마주하다)’를 주제로 3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 열린다.

상주 작곡가는 조지 벤자민, 상주 연주자는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와 야쿠프 유제프 오를린스키다.

어제 오스씨와 둘이 조성진이 포함된 공연 예매를 시도했다.
좌석이 눈앞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걸 관람하는 시간이었다. 흑흑.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평일 공연을 선택했다. 내년이면 오스씨도 은퇴해서 평일 여행이 쉬워지니까.

수요일에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와 오를린스키,
같은 날 밤에는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의 바이올린 리사이틀.

목요일에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와 안나 프로하스카,
그리고 박수예와 오를리 샤함의 듀오 리사이틀.

수요일과 목요일, 각각 7시 공연과 9시 반 공연을 연달아 예매했다.
이론상은 가능하다. 다만 끝까지 집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도전!


10.

올 한 해 브런치에 올린 글은 모두 80편. 대략 나흘에 한 편 꼴이다.

늘 글 쓰는 데 게으르다고 생각해 왔는데, 숫자로 보니 생각보다 부지런했다.

팔로워가 크게 늘지도 않았고, 댓글도 거의 없고, 조회수도 높지 않았다. 그래도 글 쓰는 재미는 여전했다. 그 점 하나만으로도 좋은 한 해였다.

내년에도 부지런히, 글을 쓰며 살아야겠다.

2025년 한 해 동안 내 글을 읽어주고, 좋아요를 눌러준 분들께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계속 써보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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