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각종 언론과 방송 등에서 흔히 언급되던 문구가 있었다.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클라크 박사라고 불리던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William Smith Clark, 1826년 7월 31일 ~ 1886년 3월 9일)의 명언으로 유명한 문구다.
사회에 진출해 IT기업과 보안기업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마음속에 가졌던 큰 불만은 우리나라의 IT기업들과 보안기업들이 국내시장에만 머무르고 국제시장으로 진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국제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크나큰 모험이고 도전이며 많은 희생과 자본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내수에만 기반한 사업을 고집하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연결된 요즘 시대에는 글로벌 경쟁사들에게 손쉽게 내수시장을 잠식당해 시장을 빼앗길 수 있음을 알기에 느끼는 막연한 불안함도 있었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IT기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내수시장에 안주해 버리면 글로벌 기업들의 규모의 경제에 침식당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기업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그리고 불안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IT, 보안영역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의 내수용 기업들이 한국이라는 작은 내수시장을 놓고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때에 예상치도 않았던 IT서비스 기업이 과감하게 국제무대에 도전장을 던지고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눈에 띄어 흥미를 자극했다. 바로 '야놀자'다.
사실 현재 보안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본다면 야놀자는 제법 많은 부침을 겪은 기업이다. 여러 차례 정보유출이라는 침해사고를 겪었으며, 그로 인해 여러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그에 따른 대응에 나름의 심력을 소비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인고의 시간들이 오히려 야놀자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국내의 IT서비스 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은 기본이고 IT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IT기술 경쟁력이란 IT서비스 전반에 대한 자체 역량(인력, 기획, 설계, 개발, 운영, 공급망관리)의 보유와 더불어 IT서비스 자체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정보보안 역량의 보유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IT서비스 역량과 정보보안 역량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되어야 하며, 세계 각지에서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야만 한다.
처음 하나의 숙박앱에서 시작한 야놀자의 도전과 선택은 영리하면서도 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시대적 유행에 충실히 따르면서도 서비스 과정에서 획득한 많은 데이터 및 경험들과 침해사고로 인해 얻게 된 지식들을 녹여 보안성을 강화한 숙박서비스로 변화했으며, 숙박과 연계된 여행, 레저, 모임, 골프, 음식, 엔터 등과의 연계를 통해 슈퍼앱으로의 진화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과감하고 적극적인 해외기업 인수를 통해 해외진출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이루어내면서 명실공히 내수용 기업에서 글로벌 수출 기업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반드시 글로벌 기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글로벌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전 세계로부터 수집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 흔히들 말하는 빅데이터다. 글로벌 기업들의 장점인 규모의 경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 기반한다. 매일같이 AI 기술이 화제가 되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 막대한 데이터와 AI의 결합은 내수시장에만 치중된 로컬 기업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글로벌 기업들만이 가진 가장 무섭고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세계로 진출한 야놀자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장차 야놀자가 데이터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세계로, 세계인들이 우리나라로 여행오도록 하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장차 세계 여행생태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세계적 기업들과 한바탕 어우러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수출한 나라마다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현지화 작업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체로 만국공통이라 할 수 있는 IT기술과 보안기술의 작업은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 있다. 의외로 현지화 작업을 녹녹지 않게 만드는 것은 언어를 표현하는 것과 현지의 보안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작업이다.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핵심중의 핵심이다. 따라서 그 나라 사람들에게 보이는 언어를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그 나라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현지화의 승패는 UI를 통해 보이는 그 나라의 언어를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안 요구사항은 나라마다 제각각인 경우가 태반이다. 각 나라마다 정보보안에 관련된 자신들만의 법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술을 건드리고 때로는 UI 수정을 요구한다. 그 모든 요구사항을 포용하고 서비스에 녹여내야 하는 것이 현지화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길은 힘들다.
글로벌 기업화 될수록 해커들에 의한 침해사고 발생빈도도 높아진다. 일종의 유명세라고도 할 수 있다. 야놀자의 보안조직은 서비스를 구매한 전 세계 190여 개국 고객사들이 해커들의 침해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보호해야만 한다. 보안조직까지도 국내용이 아니라 국제적 보안조직으로 진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흔히들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IT기업들에게 바라왔던 세계진출의 꿈. 놀랍게도 그 꿈을 좇아 야놀자가 세계로 달려가고 있다. 글로벌 수출 기업으로 나아가는 야놀자를 응원하며, 동시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국제적인 보안조직으로 진화하게 될 야놀자 보안조직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던데 솔직히 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