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보안] 17. NFT 시장에 대한 단상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비트코인을 앞세운 블록체인 기술이 전 세계를 휘몰아치고 있던 즈음에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기술(혹은 사업)이 있었다. 바로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 정말 광풍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한줄기 세찬 바람이 되어 전 세계를 휘몰아쳤다. 아마 시장의 침체로 인해 새로운 무언가의 출현을 간절히 바라고 있던 상황에서 비즈니스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리라. 확실히 NFT를 이용한 비즈니스 시장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얼마 전 NFT 플랫폼으로는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한다는 오픈씨(OpenSea)에서 해커의 사이버 공격으로 20억 원 상당 NFT가 도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전 세계가 시끄럽기도 했다. 안 그래도 주기적으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인터넷신문 보안 칼럼을 쓸 소재가 필요했는데 덕분에 칼럼을 하나 썼으니 신세를 진 셈이다.


이번에 도난당한 오픈씨의 경우 총 254개의 NFT가 탈취됐다고 하며, 그중에는 현재까지의 NFT 매매 중 최고가로 알려진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BAYC)'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10,000마리의 원숭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가격은 2,430만 달러(각 200달러)로 알려지고 있다.


모르는 게 약이요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NFT 열풍을 바라보면서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 평생을 IT 개발 및 정보보안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온 덕분에 NFT도 기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 열풍을 넘어선 광풍을 참 알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니 말이다. 기술과 사업은 정말 다른 별개의 영역임을 실감하게 된다.


NFT의 정의는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하여 저마다 고유성과 희소성을 지니는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기술이며, NFT기술을 적용하면 영상·그림·음악 등을 복제 불가능한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고 알려지며 신종 디지털 자산을 통한 비즈니스 창출에 활용되었고, 그 결과로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BAYC)'과 같은 작품이 만들어져 NFT 플랫폼인 오픈씨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만큼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세상에 출현했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관련 자산의 가치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으며, 이를 노리는 해커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최근에는 은행이나 증권사, 기업들의 보안이 강력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하면서 거래 증가로 현금화에 유리한 NFT 플랫폼이 해커들의 주요 공격 대상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어 탈취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히 NFT 플랫폼의 보안 강화에 쏠리게 마련이다. 아마도 점차 NFT로 대변되는 디지털 자산의 증가 및 그에 따른 거래의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그만큼 보안 역시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그렇게나 각광받던 기술들(메타버스, 블록체인 등)에 대한 열기가 식으면서 동시에 NFT 역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IT 및 보안을 전공했던 전문가로서 NFT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에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몇 가지 추가적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몇 가지 이유가 아직 사람들이 NFT 기술을 기반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영상·그림·음악 등과 관련된 비즈니스 시장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선 NFT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온전히 디지털 기술에만 기반하여 자산을 생성한다는 것에 있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예를 들어보자. 홍길동이 NFT에 기반한 디지털 영상을 구매했다. 이때 홍길동은 실제 영상(정확히는 영상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디지털 영상을 구매했다는 디지털 영수증(즉 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이 상황에서 NFT가 가진 기술적이고 사업적이며 현실적인 의문점들이 제기되게 된다.


첫째, 저작권의 문제

홍길동은 디지털 영상에 대한 소유권을 구매했다. 하지만 디저털 영상이 원본 영상이 아닐 수도 있어 이것만으로 실제 영상에 대한 저작권을 구매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이 문제가 된다. 만약 저작권을 소유하지 못한다면 구매한 영상을 통한 추가적인 사업을 일으킬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영상파일 하나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영수증 하나 보유한 것에 불과하다.

동일한 문제가 NFT 사업의 영역에 포함되는 그림이나 음악 등에도 적용된다. 향후 저작권까지 연계된 NFT 구매체계가 완비되지 않는다면 추가 사업이 불가능한 실질적 가치는 없는 디지털자산에 불과하므로 사업으로서의 가치는 없어진다.


둘째, 무한 복사의 문제
홍길동이 소유한 디지털 영상과 동일한 파일을 타인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복사할 수도 있다. 즉, 복사로 인한 동일 원본의 무한증식을 막을 수 없다. 애초 구매한 영상이 원본이라는 보장도 사실은 없다. 해당 영상파일에 대해서는 소유자가 홍길동이라는 것은 증명할 수 있겠으나 그뿐이다. 만약 해당 디지털 영상이 최신영화라면 불법복제를 통해 퍼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므로 홍길동의 권리는 무한히 침해되게 되며, 이 경우에도 가치가 하락한 디지털 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이라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발생하는 괴리로 볼 수 있는데, 디지털 환경이란 근본적으로 디지털 자산에 대해 무한 복사/복제가 가능한 환경임을 근본으로 하여 구성되었다. 문서나 그림, 영상을 복사하면 또 하나의 원본이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본 동영상이나 불법복제 동영상이나 그 내용과 가치가 같아서 불법 동영상으로 영화를 봐도 비싼 돈을 주고 본 원본 동영상 영화와 같은 내용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원리이다.


셋째, 해킹의 문제
홍길동이 구매한 디지털 영상을 저장·관리하는 거래소 침해로 인해 원본 자체가 유출되면 홍길동의 NFT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NFT거래소 오픈씨의 탈취 사고가 그 예다. 해당 디지털 자산 원본의 소유자가 홍길동임을 증명할 수는 있으나 그뿐이다. 탈취돼 무한 복제되거나 누군가에게 팔려 은닉되면 홍길동이 구매한 NFT는 가치가 하락하거나 무용지물의 디지털 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


NFT를 활용한 시장은 아직 시작일뿐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충분한 사업성과 보안체계를 확보하지 않은 지금의 상태에서 구태여 서두를 필요는 없다. NFT 시장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마음가짐으로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두들겨보고 건너야 할 다리이다. 지금 잠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마음가짐으로 미진했던 부분을 보강해 의문점들을 해소하고 다시 사람들 앞에 화려하게 나타나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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