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보안 3] 2. 정말 '테무'가 우려되면
법과 제도를 정비하면 될 일
2024년 연초부터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사건이 있다. 바로 '초저가·가성비’를 강점으로 앞세워 국내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는 중국 '판둬둬'가 운영하는 ‘테무’의 공격적 시장 확대 때문이다. 여러 할인제품과 적극적 광고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 덕분에 놀라울 정도의 앱 설치율을 기록하고 있다.
높은 물가에 비해 정체된 소득,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는 구조조정 한파로 인해 경직된 서민들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고 파고든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테무'의 폭발적 성장을 저지할 수 있는 방해꾼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설사 국내 이커머스 1위로 인정받고 있는 '쿠팡'이라도 말이다.
해외 이커머스기업(그것도 중국기업)이 국내 시장 깊숙이 침투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편에서 제기되는 우려가 나타난다. 해외기업에 의한 우리 국민의 정보유출 우려 가능성이다. 정보보안의 관점에서 제기되는 우려사항이고,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우려이기도 하다.
'테무'의 경우 중국기업 '판둬둬'가 운영하고 있어 의심의 강도가 더욱 심할 수 있다. 실제 중국산 장비로 인해 미국 정부기관의 정보가 유출된 사고가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고, 그 여파로 아직까지 중국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중국 기업들의 장비와 제품들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 낮은 수준이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려의 제기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저 우려일 뿐 증명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추측과 추정만으로 사실이 될 수는 없다.
해커들에 의해 발생했던 수많은 침해사고의 사례를 보라. 정부기관과 기업들에 대한 공격으로 주요 정보들과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던 사고들. 그중 정확한 공격자를 특정하지 못했던 사고들에서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던 대상 '북한'. 정말 '북한'의 소행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추정'이라는 말 한마디로 묻혔던 사례들. 그로 인한 후유증은 이후 "잘 모르면 또 북한이지" "걸핏하면 북한이래"라고 사람들이 정부와 기업의 분석결과를 불신하고 조롱하는 결과를 야기했을 뿐이다. 마치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처럼.
거듭 말하지만 우려의 제기는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마치 사실인양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 우려가 있다면 그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듯이 외국기업들도 국내에 진출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안전하고 문제없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점검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지 외국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을 경계하고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안이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시대의 국제관계란 마치 부메랑과도 같아서 경솔하게 추정만으로 던진 칼날은 크게 원을 그리며 돌아와 반대쪽 칼날로 우리 기업들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에 혜성처럼 나타나 스며든 '테무'. 현재 경기침체로 위축된 국내경기 상황에서 '테무'의 인기와 성장은 어쩌면 시대적 대세로도 보인다. 결코 강제로 막을 수 없다. 정말 우려가 된다면 우선 법과 제도를 점검하고 정비하라. 그리고 국내기업들에게만 강제하고 국내에 진출한 해외기업들에게 강제하지 못해 솜방망이라는 취급을 받아온 반쪽짜리 정보보안 관련 제도들을 이제라도 제대로 적용하면 될 일이다. 이후 '테무'를 이용할지 말지의 선택은 오직 소비자의 몫이다.